우주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무질서해진다.
우주의 무질서도는 꾸준하게 증가한다.
열역학 제2법칙의 의미이다. 우주의 무질서도는 꾸준히 증가한다. 조금 전문적인 말로 풀어쓰자면, 고립된 계에서 엔트로피는 일정하거나 증가한다. 감소하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든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 즉 더 무질서해지는 쪽으로 반응이 일어난다. 우주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무질서해지고 있는 것이다.
우주는 무질서함을 추구하고 점점 더 무질서해지고 있는데 우리 인간들은 항상 질서를 유지하고 정리정돈된 상태를 추구한다. 아무런 통제나 제재가 없었다면 무질서함을 추구하는 우주의 섭리대로 무질서하고 어떤 법이나 규칙이 없는 세계에서 살았을지도 모르는 우리지만, 지금의 우리는 지켜야 할 규칙과 법이 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 규칙과 질서를 세움으로써 무질서한 상태로 가려는 자연의 섭리를 온 힘을 다해 막고 있는 것이다. 자연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진행되는 반응을 막기 위해선 그만큼 큰 에너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는 생활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추구하게 되는 무질서함을 억누르기 위해 에너지를 소모하며 노력한다. 매일 저녁 치우기로 한 책상은 정말 지저분해져서 치우지 않고서야 도저히 공부할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나서 치우게 된다. 지금 화장실을 가면 무조건 지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일어나려는 반응을 도저히 막을 수 없어서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화장실에 들르게 된다. 지금 당장 건너고 싶지만 빨간불이라 발만 동동거리게 되는 것도, 내용이 무척이나 궁금한 영화지만 나이 제한이 있어 보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게 되는 것도 본능적으로 피어나는 무질서함을 막기 위한 나의 노력이다.
이렇듯 나도 모르게 하고 싶어지는 무질서한 행동들을 억누르려고 노력하는 나지만, 이러한 노력이 먹히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내 머릿속 잡생각이다. 별 중요한 내용도 아닌 생각들이 쉬지 않고 피어나는데, 이 생각들은 정리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흩어져 버린다. 보통은 억누르면 축소되고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거늘, 잡생각은 억누르면 더 튀어 오르고 무질서해진다. 작은 씨앗 하나에서 시작된 잡생각이 둘로 쪼개지고 또 쪼개지고.. 어느새 눈덩이처럼 불어나있다. 우주에 중심이 없고 우리가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팽창하고 있는 것처럼,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를 잡생각들은 내 머릿속을 헤엄치며 빠르게 팽창한다. 우주의 무질서도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처럼, 잡생각들은 점점 더 무질서해지고 결국 도무지 정리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