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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Sep 23. 2020

참을 수 없는 오타의 가벼움

두더지 게임 START!

아!!!


프린트된 종이를 붙잡고 또 한 번 짧은 탄성이 튀어나왔다. 검토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바짝 정신을 차리고 썼던 글인데, 오타가 발견된 것이다. 평소 같으면 프린트로 뽑아서 두세 번은 오타 점검을 했을 나였지만 이번엔 그럴 시간이 없었다. 이번 일을 시작하며 나에게 중요한 일이니 신경 써야 한다고 여러 번 스스로 되뇌었는데 예상치도 못한 곳에 정신이 팔려 시간을 너무 흘려버리기도 했고, 아이디어도 생각처럼 팍팍 나오지 않아 시작 자체가 너무 늦어버렸었다. 마지막까지 몰리고 몰려서야 ‘팟’하고 튀어나온 아이템으로 키보드에 불이 난 듯 손가락을 튀겨가며 겨우겨우 완성해 시간에 맞춰 전송을 했다. 수정할 시간이 없으니 특히 신경 쓰겠다고 다짐, 또 다짐했지만. 원고 전송 후 출력한 프린트에서 팡팡 튀어나오는 오타를 어찌할 수가 없었다.

     

이미 접수는 끝났고, 수정은 불가하다.

제길. 짜증나도 이미 내 손을 떠났다.




키보드를 두들기며 먹고살았던 시간 동안 나에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오타’였다. 분명 모니터에서도 못 봤고, 프린트를 해서도 못 찾았는데, 원고를 넘기면 그렇게 하나씩 튀어나오는 것이다. 이미 손을 떠난 원고의 오타들은 종이 위에서 무게감도 없이 팡팡 뛰며 나의 작업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곤 했다. 초창기 실수가 잦았던 시절, 나는 사수에게 국문과 졸업장을 불태워 버릴 거라고 우는 소리를 했었다.


그때 불태우지 않아서 계속 오타가 나오는 것일까?         




언제부터인가 찰떡같이 알아듣는 것이 좀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텍스트에서는. 나도 오타가 많지만 타인의 오타 또한 엄청 잘 보여서 말이지. 오타가 떨어뜨리는 문장의 가독성과 신뢰도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오늘의 실수가 너무도 뼈아프다. 부디 오타보다는 내용 자체를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안다. 그건 단지 나의 바람일 뿐이란 걸.

      

몇 년 전, 고등학교에 출강을 나갔던 적이 있다. 아이들에게 시나리오에 대해 가르치며 중간고사 과제를 받았었는데, 그곳에 모인 아이들은 이미 학교 내에서 글 꽤나 쓴다는 녀석들이었지만 과제엔 오타가 너무 많았다. 과제 평가에 앞서 아이들에게 오타 점검에 중요성에 대해 폼 잡으며 이야기했던 내 모습이 떠올라 다시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너나 잘해라 정말. 흑.


브런치와 티스토리를 시작한 이후 맞춤법을 몇 번이고 체크하지만 AI가 아직까지 잡아내지 못하는 오타들도 있다. 몇 번을 수정하고 맞춤법에 띄어쓰기까지 다 체크해서 발행한 글인데 한참 시간이 지나 다시 읽다 보면 주격이든 목적격이든 그놈의 조사들이 발을 잡곤 한다.      


한때, 나는 글을 수정하는 것을 정말 싫어했다. 퇴고라는 단어가 싫었다. 글은 고치면 좋아진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글 쓰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나로서는 퇴고의 과정이 너무도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내가 쓴 글을 계속, 계속 읽어내며 다듬고 다듬어 깎아내는 과정이 생각보다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퇴고의 재미를 느낀 날. 아마도 이 직업으로 평생 먹고살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기도 했으니.      


그런데, 그렇게 읽고 읽어도, 오타는 나오더라.      




언제쯤 오타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마도 벗어나지 못할 수 도 있다. 오타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인해 다가오는 수치심들을 알기에 매 순간 나는 나의 글을 몇 번이고 점검 점검하게 되겠지. 그렇게 몇 번이고 점검하다 퇴고의 즐거움을 알았으니 그걸로 된 걸까?      


다른 건 모르겠고, 오늘 전송된 글을 읽는 사람이 제발 내 글을 찰떡같이 읽어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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