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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Mar 21. 2018

고학번들에게 새내기란?

고학번이 예비 새내기와 새내기들에게 전하는 조심스러운 이야기


‘어 화석이다!’


 나는 이제 대학교 3학년(사망년)이 된 어느 대학교, 어느 평범한 고학번이다. 대학 생활의 반을 지나고 있는 시점이라고 보면 고학번이라고 불리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고학번은 군대를 다녀온 뒤에 복학한 남학생들이나, 3, 4학년이 된 학생들을 말한다. 가끔 2학년들도 새내기들, 후배가 들어왔다고 본인들도 이제 고학번이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하긴 하지만, 내가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고학번은 3학년 이상의 ‘진짜’ 고학번들이다. 사실상 나도 이제 겨우 고학번 새내기일 뿐이지만, ‘진짜’ 고학번이 되자마자 새내기들이 들어오면서 2학년 때는 전혀 느끼지 못한 마음의 동요가 일어났기 때문에 이 글을 조심스럽게 시작해본다. 부디 나의 글이 ‘꼰대’처럼 보이지 않길 바란다. (이젠 무슨 말을 하든 꼰대처럼 받아들일까 봐 겁난다.)


고학번과 새내기의 시선


새터(새내기새로배움터)에서 동아리 공연을 즐기는 새내기들


 올해도 역시 학교에는 푸릇푸릇한 1학년 새내기들이 입학했다. 18학번과 빠른 00, 나와 다른 세기에 태어난 친구들과 함께 대학생활을 하게 되었다…이젠 술집에서 주민등록증을 검사 할 때 앞자리가 9인 이유만으로 통과되는 해가 된 것이다… 그래도 내가 다니는 과는 과 활동이 활발했기 때문에, 고학번이지만 새맞이(새내기 맞이) 행사에 모두 참여할 수 있었다. 게다가 프락치(초반의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주자는 취지로 새내기들 사이에 새내기인 척 들어가 있는 역할)까지 했었다. 다른 고학번들은 나에게 주책이라고 했지만, 고학번과 새내기 사이의 경계를 극복해보고 싶었다는 핑계를 대본다. 

 이렇게 고학번으로서 새내기들을 만나고 난 후에, 기숙사 침대에 누워있으면 순간의 현타(현실자각타임)가 밀려오기도 하고, 고학번과 새내기의 이 미묘한 관계는 도대체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다가갈 수 없는 그런 관계라고 할까나.


 우선, 고학번들의 이미지는 SNS상에서 알려졌듯이 군대에 갔다 온 시대에 뒤 떨어진 복학생들, 엠티에 따라오는 고학번처럼 과 활동에 참여하면 요즘 말로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진다)가 되는 이미지로 박혀있다. 그래서 처음에 자기소개할 때 학번을 밝히면 새내기들이 굉장히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고학번들도 새내기들의 학번을 들으면 굉장히 놀란다. 18이라고??!!) 진짜 사회에 나가서는 잘 느껴지지 않겠지만, 대학교 안에서 1, 2년 차이는 매우 크게 다가오기 때문일 수도 있다. 새내기들에게 과 행사에 나오는 고학번들은 이상한 사람들같이 보일 것이다. 그렇다면, 고학번들은 이미 과 행사도 즐길 대로 즐겼고, 고학번에 대한 시선을 알고 있고, 새내기들과 친해지라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왜 나타나는 걸까?


 음, 과 행사가 재미있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이유는 아닌 것 같다. 사실 별로 기쁘지는 않다. 오히려 새내기를 만나고 온 뒤에 동기, 선배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모두 지친 모습이 가장 크게 보인다. 몸도 마음도 피폐해진 3, 4학년들은 다음날 생각 없이 술을 마시러 다니거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새내기’라는 단어는 더욱 거리감을 느끼게 되는 단어이기도 하다.


고학번 톡방 상황.jpg

 인간관계에는 상호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실 새내기라는 위치는 궂은 노력을 하지 않아도 어디를 가든 막내만의 이쁨과 관심을 받는 자리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인간관계에 대해 공을 크게 들이지 않아도 모두와 기본적으로 긍정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시기이다. 하지만 고학번들은 어떤가. 새내기와 한번 말을 걸어야 할 때면 큰 결심을 하고 말을 걸어야 한다. 괜히 얘기했다가 갑분싸, 노잼, 어색함이 흘러갈까 봐 부담감에 허덕이기 때문이다.


 특히 군대에 갔다가 돌아온 복학생들은 ‘새내기를 꼬시러 간다’는 누명이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때문에 새내기가 있는 자리에 쉽게 가지 못한다. (그런 경험적 사례가 누적됐기 때문에 복학생들의 이미지가 박혀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일반적인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물론 정말로 꼰대나 아재가 된 사람들도 있지만, 내 주변 사람 중에는 오히려 그동안의 철없음이 사라지고, 더욱 성숙한 어른이 된 선배들이 대부분이었다.


 나도 새내기 때 고학번들과 어색하고, 부담스러웠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고학번이 돼서 바라보는 동기들과 선배들은 너무도 귀엽다. OT 뒷풀이에 들어가기 전에 새내기 이름을 얼마나 외울 수 있는지 내기를 하고, 테이블에 들어가고 싶어서 서성거리며 눈치를 보고, 자신의 말이 분위기를 망칠까 봐 동기들에게 검사를 받는 모습들이 얼마나 귀여운지.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새내기들의 연락도 엄청 기다린다! 


 고학번들과 새내기들의 연결고리가 생길수록 나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과 활동에 나오는 고학번들이 ‘한심한’ 사람들이 아니다. 취업 준비도 안 하고, 할 일도 없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과를 사랑했던 고학번들에게 과 활동은 오랜만에 동기들의 얼굴도 볼 수 있고, 잠시나마 1, 2학년 때로 돌아간 것처럼 숨통을 틜 수 있는 순간이다. 그러니 우리를 한심하게 쳐다보지 말았으면 한다. 화석들도 언젠가 살아있었을 때가 있었고, 지금의 1,2학년들도 언젠가 지금의 순간들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고학번이 부담스러웠지만 그 경계를 허물고 서로에게 다가가다보니, 지금은 함께 나이들어가는 소중한 관계들로 가까운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이것도 나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고, 새내기와 친해지고 싶은 고학번의 투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글을 보고 있을 예비 새내기들과 새내기들이 고학번들에게 이런 부담이 있다는 것, 너희들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 먼저 연락 주면 언제든 맛있는 밥을 사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예비 새내기들과 새내기들에게 몇 가지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나 때는~’ 아닙니다. 꼰대 아닙니다.)



 대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흔히 SNS상에서 떠돌고 있는 새내기들에게 하는 조언을 많이 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 중에는 과장된 것들도 있고, 대학 생활을 겪고 있는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어차피 3, 4학년 되면 군대, 복수전공, 교환학생, 인턴 한다고 다 흩어져서 솔플한다. 친구 못 사귀었다고 우울해하지 마라.  

 학기 초반에 친한 친구들을 못 사귀었다고 우울해할 필요는 없지만, 이 말에서 고치고 싶은 점이 있다면, 3, 4학년 돼서 군대, 복수전공, 교환학생, 인턴 등 각자 만의 길을 만들어가기는 하지만, 결국 힘이 되는 건 친구들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내가 다시 학교에 돌아왔을 때 함께 있어 줄 수 있는 건 친구들이다. 친구들이 있음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친구를 많이 사귀려고 애쓸 필요는 없지만, 좋은 친구를 곁에 둘 수 있도록 주변 사람들에게 신경을 많이 썼으면 좋겠다. 누군가 날 챙겨주겠지라는 생각보다는 스스로가 먼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CC 하지 마라

CC 하지 말라는 말을 굉장히 많이 들을 것이다. 그런데…사람 마음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닌데, 그냥 해라. 비록 헤어지면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게 되겠지만, 사람들의 눈치 때문에 인연들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래 사귈 수도, 짧은 만남이 될 수도 있지만 이런저런 경험 다 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언젠간 그때만의 풋풋한 추억거리로 남게 되지 않을까? 대신! 정말 3~5월까지는 봄기운에 마음이 살랑살랑 흔들릴 시기이고, 모두가 꽃향기에 착각에 빠지기 쉬운 시기이니 신중하게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그래도 내 주변에서도 5월에 사귀기 시작해 1000일 넘게 사귀고 있는 커플들도 많으니, 정말 답은 없을지도 모른다. CC라는 말에 겁먹어 인연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염색, 화장, 옷 화려하게 하고 다니지 마라. 다 흑역사다. 

 물론 이건 나중에 보면 흑역사이다. 하지만 다양한 시도를 해보면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모습을 찾아갔으면 좋겠다. 이젠 교복에서도 벗어났으니, 여러 가지를 시도해봐라! 어떻게 하고 다니든, 나중에 보면 ‘왜 나 저렇게 다니는데 아무도 안 말렸어?’라고 얘기하겠지만, 그때만의 풋풋함이 있고, 그런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갈 수 있다. 나도 1학년 때 탈색만 3번을 하고, 화장도 익숙하지 않고, 그때의 사진을 보면 도망가고 싶지만, 나에게 어울리는 것, 어울리지 않는 것을 시도해봤기 때문에 점점 나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나는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밖에 듣지 못했기 때문에, 어떤 대학 생활이 일반화된 대학생활인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다른 사람들의 말만 듣고 경험해보지도 않은 대학 생활을 미리 판단하지 말고, 많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대학교에 와서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내 말도 흘려넘겨도 된다. 예비 새내기들과 새내기들이 자신만의 대학 생활을 할 수 있길 빈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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