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애드캠퍼스 Nov 27. 2018

기숙사생으로 살아간다는 것


  벌써 2019학년도 수능이 끝났다. 꽤 많은 대학이 합격 발표를 냈다고 들었다. 합격이 된 친구도 있을 것이고, 합격 날짜만 손꼽아 기다리는 친구도 있을 것이고, 아직 논술과 적성고사, 면접을 준비하는 친구들도 있을 것이다. 현재 대학에 합격한 친구 중에서는 대학을 합격하긴 했는데, 자취할지, 통학할지, 기숙사로 들어가야 할지 고민이 많을 것이다. 기숙사생으로만 약 2년을 살아온 경험자로서, 조금이나마 결정에 도움이 되고자 기숙사생의 생활을 말해 주려 한다. 학교마다 운영 방식, 구조 등에 있어서 차이가 있으니 이 점은 유의하길 바란다. 


(출처: 에펨코리아)


1. 기숙사 vs 자취 vs 통학

  본격적으로 기숙사에 관해 이야기하기 전에, 기숙사와 자취와 통학을 비교해보려 한다. 필자는 기숙사에서만 2년을 살아서 자취와 통학에 관한 내용은 친구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 

  먼저 기숙사의 가장 큰 장점은 가까워서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점이다. 학교가 넓은 경우, 자신의 단과대학 강의동(강의실)이 기숙사와 멀어 버스를 타고 다닐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의 학교는 뛰면 강의실과 3분 거리라 굉장히 편하다. 술 마신 다음 날 눈 뜨기 어려울 때, 강의 시작 5분 전에 일어나서 모자만 눌러쓰고 뛰쳐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가장 크다. 또, 통학하는 시간이 없어서 공강(수업이 없는 시간) 때 기숙사에서 쉴 수도 있고, 과제를 할 수도 있고, 다른 자유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시험 기간 때에도 통학러보다 훨씬 시간을 아껴서 공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이 있다면 영양분 섭취를 제대로 못 하고 생각보다 돈이 많이 깨진다는 점이다. 우리 학교 기숙사는 조리실이 없어서 매일 나가서 사 먹거나, 기숙사 식당을 이용하거나, 배달음식과 편의점 음식밖에 못 먹는다. 과일 섭취가 전혀 안 되기 때문에 급격하게 몸이 안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장이 약하다면 배탈도 자주 난다. 매일 밖에서 사 먹기 때문에 먹는 비용에서 많이 든다. 또, 나중에 뒤에서 이야기하겠지만 룸메이트와 잘 맞지 않는다면 같이 사는 내내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려서 살 수도 있다.

  자취는 혼자 사는 자취와 룸메이트와 같이 사는 자취가 있는데, 둘 다 장, 단점이 조금씩 다르다. 혼자 사는 자취는 자기 마음대로 살 수 있어서 굉장히 자유롭다. 기숙사보다 강의실에서 멀겠지만, 통학보다는 시간도 아낄 수 있다. 하지만 보증금과 매월 나가는 월세는 혼자 감당하기 굉장히 힘들다. 그래서 대부분은 친한 친구와 룸메이트를 맺어서 보증금과 월세를 반씩 내고 산다. 돈 걱정은 줄어들었지만, 확실히 20여 년을 다르게 살아온 사람과 같이 사는 건 어려운 일이다. 내 동기 중에 친해서 같이 자취를 시작했지만 사는 방식이 맞지 않아서 사이가 틀어진 애들이 많다. 사이가 틀어지지는 않았지만 안 맞아서 속으로 참고 스트레스받는 친구들도 대부분이다. 돈이 여유가 된다면, 혼자 자취하는 것을 추천한다. 

  통학의 경우, 가장 마음이 아프다. 필자의 동기 중에서는 기차로 통학하는 친구와, 고속버스로 통학하는 친구와 지하철로 통학하는 친구가 있다. 일단 통학하는 친구들은 공강 때 집에 가지 못한다. 그래서 시간을 아끼려면 미리미리 그날 공강 때 무엇을 할지 계획을 세우고 집에서 많은 물건을 챙겨서 나와야 한다. 갑작스러운 휴강은 언제나 환영이지만, 힘들게 준비하고 나왔는데 갑자기 수업이 휴강되는 것만큼 김 빠지는 일이 없다고 한다. 지하철로 통학하는 친구는 지옥철이 너무나도 괴롭다고 한다. 시험 기간에는 지하철에서 틈틈이 시험공부를 하는데, 사람이 많으면 공부를 할 수가 없어서 시간이 아깝고 하루하루가 피곤하다고 한다. 지하철이 지연되기라도 하면 제때 나와도 지각할 수밖에 없다. 기차나 고속버스는 사람이 많아서 고생할 일은 없지만 미리 예매하지 않아서 표가 매진되면 아예 학교를 갈 방법이 없어서 강제 자체 공강이 된다. 특히 공휴일 시즌에는 표가 빨리 매진되니 항상 미리 예매해야 한다. 가끔은 이런 문제 때문에 집에 가지 않고 며칠은 학교에서 씻고 자는 친구들도 있다. 그래도 집밥을 먹을 수 있고 부모님과 같이 산다는 이유만으로도 다른 장점들이 많다. 



2. 기숙사생은 돈이 얼마나 필요할까? 

  먼저 필자는 한 달에 40만 원 정도로 생활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40만 원으로 풍족하게 살 수 없다. 친구들과 술 약속 몇 번 잡고 마음먹고 옷 한번 사면 월말에는 컵라면으로 연명한다. 집 한번 갈 때도 꽤 많은 돈이 든다. 대학과 가까운 지역에 살수록 비용은 줄어들지만 멀수록 비용은 늘어난다. 집 가는데 왕복 7만 원 가까이 들어서 방학되기 전까지 아예 집에 안 가는 친구들도 있다. 

  기숙사에서 살면 아마 점심과 저녁만 먹고 시험 기간이 되면 야식도 많이 시켜먹을 거다. 자신이 간식도 자주 사 먹는다면 더 많은 돈이 들 거다. 보통 편의점에서 사는 컵밥이 2,000~3,000원 하며 학교 식당 혹은 기숙사 식당은 3,000~4,000원 정도 한다. 그럼 기본적으로 하루에 6,000~8,000원 정도 쓰며, 여기서 무언가를 더 먹는다면 만원은 훌쩍 넘긴다. 벌써 먹는 것만 계산해도 한 달에 40만 원이 부족할 것 같다. 여기서 생필품도 다 떨어지면 예상치 못하게 지출이 나간다. 또 대학생이 되면 동아리 활동도 하는데 동아리 회비는 또 어찌나 비싼지 한 학기당 몇만 원 내야 하고, 동아리 모임을 할 때마다 기본 만 원 이상은 쑥 나간다. 풍족히 먹고 싶고 생필품 사고 동아리 활동도 하고 친구들이랑 놀려면 기본으로 50-60만 원은 필요하다. 30만 원으로도 살 수 있긴 하다. 대신 건강과 여가생활은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한다.  


3. 개인 화장실 vs 공동 화장실

  우리 학교 기준으로, 3인실에 공동 화장실과 샤워실은 한 학기 사는데 60만 원 정도이며, 3인실에 방마다 화장실이 있고 시설이 좀 더 좋은 곳은 한 학기에 130만 원 정도 한다. 나는 공동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는 곳을 썼는데, 남들과 같이 샤워하는 게 매우 걱정되었다. 하지만 커튼으로 가려져 있어서 생각보다 부끄럽지도 않았고 아는 사람과 마주치는 적도 거의 없어서 민망하지도 않다. 또 청소 여사님께서 청소를 매일 해주기 때문에 우리가 관리할 필요가 없다. 다만, 겨울에는 매우 춥기 때문에 따뜻한 물이 나오기 전까지 덜덜 떨면서 샤워를 했었다. 개인 화장실이 아무래도 좀 더 편하고 따뜻하긴 하지만, 화장실을 우리가 관리해야 하고, 고장 났을 때 직접 관리실에 문의해야지 고쳐준다는 단점이 있다. 또 룸메이트끼리 수업시간이 겹쳐서 씻는 시간이 겹치면 불편하다. 이 때문에 공동 화장실과 개인 화장실 둘 다 존재하는 기숙사도 있다. 각자 장, 단점이 있으니 신중하게 생각해서 결정하면 된다. 아, 보통 공동 화장실을 사용하는 기숙사가 좀 더 싸다. 


4. 랜덤 룸메 vs 친구 룸메

  필자는 랜덤 룸메이트와 친구랑 룸메이트 둘 다 경험했지만 역시 둘 다 장, 단점이 있다. 친한 정도와는 별개로 자신과 생활 방식이 맞는 사람과 사는 게 가장 편하게 살 수 있다. 친하지만 생활패턴이 안 맞고 소통도 잘 안 돼서 멀어지는 일도 있다. 반대로 아예 생판 모르는 사람과 어색하게 대면을 했다가 가장 친한 절친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랜덤 룸메이트는 그만큼 위험부담이 크다. 청소를 아예 안 하는 사람도 있고, 새벽까지 안 자고 불 켜놓는 사람도 있으며 방에서 음식 냄새를 풍기면서 이것저것 다 먹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이어폰을 끼지 않고 유튜브 영상을 보는 사람도 있다. 말을 해서 고쳐지는 사람도 있지만 자기 멋대로 사는 이상한 사람들도 있으니,  랜덤 룸메이트는 그렇게 추천하고 싶지 않다. 

  어떤 사람과 룸메이트를 하든 간에, 룸메이트 규칙을 정하고 규칙을 지키면서 생활하는 것이 서로 편하다. 예를 들면 일주일에 몇 번 누가 어떤 것을 청소할지, 음식은 어디서 먹을 건지, 밤에 몇 시에 불을 끌 건지 등에 대한 규칙을 세우는 것이 좋다. 


5. 2인실 vs 4인실

 학교에 1인실이 있고 여유가 된다면 1인실을 사용하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2인 실과 3인실 혹은 4인실 중에 고민 중이라면 2인실을 쓰라고 하고 싶다. 모두 랜덤 룸메이트를 돌린다는 가정하에, 폭탄을 맞을 확률을 조금이라도 낮추는 것이 좋다. 또 생활 패턴이 다른 사람 1명과 맞추는 것과 여러 명과 생활패턴을 맞추는 것은 다르다. 3~4인실을 썼을 때, 나 이외의 다른 룸메 두 명끼리 싸워서 사이가 안 좋아지면 그것만큼 또 곤욕은 없다. 친구들과 같이 4인실을 쓰자고 약속한 것이 아니라면, 2인실을 쓰라고 권유해주고 싶다. 


(출처:트위터)


  2년 동안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건, 부모님이 차려주신 밥을 먹을 수 있을 때가 가장 좋다는 것과 생필품을 내 돈으로 샀을 때 얼마나 아까운지, 또 돈의 소비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친구들과 노는 것이 더 좋아서 놀러 다니다가 컵라면을 먹는 게 일상이고 생필품은 다이소에서 가장 싼 것들만 사용하다 보니 체력이 많이 부족해지고 이곳저곳 아픈 곳들이 많이 생긴다. 대학교와 집이 지하철 혹은 버스로 왕복 1시간 이내라면 통학을 하는 게 좋다. 그 이상 걸린다면 기숙사나 자취를 추천하며 자취보단 기숙사가 더 편하다. 자유로운 건 자취가 가장 자유롭지만 역시 자유로움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부디 내 글을 읽고 자신에게 맞는 최고의 선택을 하길 바란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 글은 막 쓴 글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