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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Dec 05. 2018

고시원에 살고 있다.


고시원에 살게 된 이유

  현재 고시원에 3개월째 살고 있다. 나의 경우 기숙사, 자취, 고시원 등 통학을 제외한 거의 모든 경우를 다 해본 프로 혼자 살기러다. 이번 학기의 경우 다음 학기에 바로 교환학생을 갈 예정이라 딱 4개월만 살 곳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기숙사를 생각해보았다. 우리 학교 기숙사는 학교로부터 비교적 먼 곳에 있어서 기숙사 문부터 강의실까지 30분이 넘게 걸린다. 또한, 지난 학기에 기숙사에 살았는데 낯선 사람과 함께 사는 것이 나에게는 꽤 스트레스였다. 

  다음으로는 자취나 셰어하우스를 고려해보았다. 자취의 경우 일단 최소 계약단위가 1년이고 4개월만 살고 새 입주자를 찾을 때 부동산 중개비가 발생한다. 또한, 풀옵션의 방이 아닐 경우 매트리스, 책상 등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갖추는데 드는 금액도 무시할 수 없다. 셰어하우스의 경우 학교와 가까운 곳에 3곳밖에 없었고 보통 6개월 이상 계약하기에 셰어하우스도 목록에서 제하였다. 셰어하우스는 한 번 찾아보니 침대, 책상 등의 옵션이 되어있고 공용공간도 고시원에 비해서는 넓고 쾌적해 보였다. 그러나 1인실을 사용하려면 고시원보다는 10만 원 가량 비싸다. 그래서 이번 학기 나는 고시원에 한 번 살아보기로 했다. 


(참고로 셰어하우스 찾을 때 고생했기에 셰어하우스 찾는 사이트를 남긴다 : 셰어하우스 찾는 사이트 : https://www.thecomenstay.com/ )


나에게 맞는 고시원 찾기

 고시원의 경우, 찾기가 힘들었다. 고시원, 원룸텔, 고시텔 등 다양한 이름을 네이버에 검색해 학교 주변에 있는 곳으로 리스트를 만들었다. 각각의 고시원들은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데 가격이 명시적으로 적혀있지 않기에 홈페이지에 문의 글을 남기거나 전화를 해서 직접 물어봐야 한다. 나는 무조건 발로 뛰는 것을 추천한다. 발로 뛰어본 결과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사진은 매우 불확실하고 실제보다 넓게 보이도록 찍혀있기에 사진으로 보는 것과는 방이 완전 다른 경우가 많다. 또한, 홈페이지에 문의하면 45만 원에서 50만 원 이런 식으로 알려주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5만 원이 매우 큰돈인 데다가 각 금액의 방의 차이도 매우 크다. 얼마나 접근성이 좋은지, 방에 창문이 내창인지 외창인지, 창문의 크기에 따라서도 가격이 다르다. 여성전용층일 때 더 비싸고 설계가 잘못되어서 좁고 활용하기 어려운 구조의 방이 특별히 싼 일도 있기에 가격에 너무 현혹되면 ‘살만한 방’조차 얻지 못할 수도 있다.



  나는 하루 만에 11곳의 고시원을 돌아봤고 고시원마다 미리 연락해서 30분 간격으로 약속을 잡은 후 방문했다. 주변에 고시원에 거주해본 사람이 없어서 정보를 거의 얻을 수 없었는데 각 학교 ‘에브리타임’이라는 커뮤니티 앱에 들어가면 절대 가지 말아야 할 고시원과 꽤 괜찮았던 고시원 후기들을 적어놓은 글이 있다. 이를 통해 방문하려고 했던 고시원 리스트 중 몇 군데를 제외하고 몇 군데는 추가하여 총 11곳을 보았다. 직접 가서 보면 방의 상태, 크기, 창문 크기, 입지 등이 모두 다르고 가격도 천차만별이었다. 나의 경우 10곳을 볼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눈앞에 고시원이 보이길래 들어갔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조건과 잘 맞아서 마지막에 본 곳으로 계약했다. 그 조건들은 적당한 금액, 벌레를 매우 무서워해서 자취에 안 좋은 경험이 있기에 새로 지어진 건물인지, 그리고 학교 셔틀버스를 탈 수 있는 곳과 가까운지, 였다.



고시원의 장점

  지난 3개월간 살아본 결과, 고시원에 사는 것은 많은 장점이 있다. 가장 좋은 점은 앞서 말했듯이 금전적인 부담이 덜하다는 점이다. 단기 거주가 가능해서 자취했을 때 학기 중에 4개월을 살고 방학인 2개월간은 살지 않아도 돈을 내야 하는데 고시원의 경우 방을 바로 뺄 수 있고 내가 사는 고시원은 다음 학기에도 다시 고시원에 살 예정이면 큰 짐들을 맡아주기도 한다. 자취를 선택할 때 간과하기 쉬운 부가적으로 들어가는 많은 돈도 총체적으로 줄어든다. 따로 관리비를 내지 않아서 전기세, 가스비 걱정이 없다. 또한, 쓰레기의 경우 고시원에서 분리수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놓고 있는데 여기에 분류해서 넣으면 따로 종량제 봉투를 사지 않아도 된다. 기숙사의 경우 세탁기가 유료였는데 고시원은 세탁기, 건조기 모두 무료여서 기숙사에 살 때에 비해 자주 빨래를 돌리고 있다. 이렇게 한 달에 줄어드는 지출이 꽤 크다.

  두 번째, 거의 모든 살림이 마련되어있다. 자취를 하면 냄비나 프라이팬 등 살림이 늘어나는데 주방에 공용 식기가 있어서 밥그릇, 국그릇, 수저 한 세트만 가지고도 당장 생활이 가능했다. 짐을 간소하게 들고 와 이것을 풀고 다이소에서 쓰레기통과 발매트를 하나씩 사는 것으로 고시원에서 살 준비는 끝난다! 

  세 번째 장점은 항상 밥이 되어있다는 것이다. 밥솥에 항상 밥이 되어있고 하루 한 번씩 밥을 새로 하기에 항상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다. 자취를 하면 밥솥에 밥을 해놓으면 남아서 처리가 걱정이고 기숙사에 살면 편의점 도시락이나 햇반을 먹기 마련인데 고시원에 살면서 부모님이 보내주신 반찬으로 집에서 밥을 많이 먹게 되었다. 알아봤던 한 고시원의 경우 일주일에 한 번 수요일에는 국을 끓여주거나 기본 반찬 5종류가 제공되는 곳도 있었다.

  네 번째, 안전성이다. 학교와의 거리가 짧아져 술을 먹거나 심야영화를 보고 집으로 귀가할 때 거쳐야 할 거리가 매우 짧다. 또한, 공용현관에 1차로 잠금장치가 되어있고 각자 방에 다시 한번 도어락이 되어있으며 현재 내가 사는 고시원의 경우 1층에 관리인이 상주하기에 안전에 대한 염려가 거의 없다. 기숙사에 비해서는 아니지만 자취에 비해서는 훨씬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고시원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안전한 고시원을 찾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혼자 살 수 있다는 점과 통금이 없다는 점이다. 기숙사에 살면 낯선 이와 살아야 하는데 이는 매우 신경 쓰이는 일이다. 나갈 준비를 하며 스피커폰으로 노래를 들을 수도 없고 알람 소리에 룸메이트가 깰까 봐 조마조마해야 한다. 혼자 사니까 씻고 싶을 때 씻고 밥 먹을 때 노트북으로 예능을 소리를 켜놓고 보며 마음 편하게 산다. 또한,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니 심야영화도 볼 수 있고 시험 기간에 공부를 하다가 잠깐 집에 와서 자고 나가는 생활도 가능하다.



고시원의 단점

 우선, 방음 문제가 있다. 내가 느끼기에 매우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고시원은 방과 방이 매우 붙어있기에 옆방이 크게 통화할 경우 나직하게 소리가 들린다. 붙어있는 방에서 화장실을 사용할 경우 물소리도 엄청나게 크게 들린다! 처음 입주하고는 방음이 얼마나 안 되는지 몰라서 친구와 시끄럽게 통화를 했는데 문 앞에 경고장이 붙은 적이 있다. 그 뒤로는 조용히 전화하게 되었다. 새벽 늦게 귀가해서 방으로 들어가는 다른 입주자의 걸음 소리도 매우 크게 들리기에 혹시 밤 귀가 예민하다면 불편할 수 있다. 

  두 번째 문제점은 공용공간을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이다. 이를테면 세탁실에 누군가 세탁기를 사용하고 있으면 기다려야 한다. 또한, 건조기는 한 대뿐이라 경쟁이 치열하기에 평일의 빈 강의 시간에 빨래를 돌리는 것이 가장 좋다. 또한, 부엌도 인덕션이 1구밖에 없고 동시에 조리하기에 좁기에 누군가가 먼저 사용하고 있다면 조용히 방에 가서 기다린 후 15분 정도 지난 후 가서 이용한다. 우산꽂이도 함께 쓰는데 누군가가 내 우산을 훔쳐간 적도 있다. 공용공간은 다 같이 이용해야 하기에 자신이 쓰고 싶다고 그 시간에 쓸 수 없는 경우가 꽤 많다.

  마지막 문제점은 앞의 문제점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다. 고시원에 사는 것은 우울하다는 것이다. 고시원에 살며 생각보다 만족스러웠고 장점도 많다고 생각하게 되었지만, 학교로 다시 복학할 때 고시원에 살고 싶지는 않은 가장 큰 이유가 이 단점이다.


많은 공감을 얻었던 트위터 글


  많은 공감을 얻었던 이 글에서 느낄 수 있듯이 사람은 좁은 방에 산다는 이유만으로도 우울을 느낄 수 있다. 아늑한 내 공간으로 돌아가서 잘 쉬어야지, 이러한 생각이 고시원에 이제 3개월째 산 지금도 딱히 들지 않는다. 가구를 두고 남은 공간은 평소 걸음으로 두 걸음 남짓이기에 갑갑한 기분이 항상 든다. 현재에 와서는 개인차가 물론 있겠지만, 고시원에서 심각한 우울감을 느끼지 않고 살 수 있는 최대 기간이 6개월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다.


고시원을 알아볼 때 고려해야 할 것

  우선, 샤워실이 방 안에 있는 것을 택할지, 공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택할지의 문제이다. 보통 개인 샤워부스가 있으면 더 편리할 것이라 생각하고 이는 맞는 말이지만, 방안에 샤워부스가 있는 경우 샤워부스에 습기가 잘 빠지지 않는다. 방을 볼 때 꼭 샤워부스 안에 들어가서 냄새를 맡아봐야 한다. 그리고 화장실 청소도 일주일에 한 번은 해줘야 한다. 공용 샤워실의 경우 관리자가 청소해준다는 장점은 있지만 편하게 준비하기 어렵고 양치, 샤워, 용변을 해결하기 위해 항상 공용공간까지 가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대부분의 고시원에 남녀 공용 층이 있고 여성전용층이 나뉘어있다. 발로 뛰어본 결과, 여성전용층의 방이 더 작다거나 혹은 같은 방 크기여도 가격이 조금 더 비싸다고 느꼈다. 일종의 안심 프리미엄 서비스 같은 개념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남녀 공용 층에 살고 개인 욕실이 있는 경우 이것이 그다지 문제 되지 않는다고 느꼈다. 혹시 꺼려진다면 여성 전용층이 있는 고시원이나 여성 전용 고시원을 찾는 편이 좋다. 

  셋째, 방을 볼 때 자취도 마찬가지겠지만, 수압이 괜찮은지 그리고 채광을 봐야 한다. 대부분의 고시원은 복도를 기준으로 양옆으로 방이 있기에 한쪽 방이 남향이면 다른 쪽은 북향이다. 우울감에는 채광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개인 샤워부스가 있으면 채광에 따라 습한 냄새가 더 안 빠지는 경우도 있기에 꼭 유의 깊게 봐야 한다. 그리고 바깥에서 들리는 소음이 어떠할지 꼭 생각해봐야 한다. 방 바로 앞 골목이 우리 학교 학생들이 많이 가는 술집과 닿아있다면 절대로 피해야 한다. 개강파티 날, 불타는 금요일 그 외 모든 날에 밤에 술 먹은 학생들의 목소리가 매우 시끄러울 수 있다.


 다이나믹 듀오의 노래 <북향>, 북향을 선택하면 안되는 이유가 적혀있다. 


 지난 11월 초쯤, 종로의 고시원에서 불이 났을 때 아버지에게 아침 일찍 전화가 왔었다. 내가 살던 곳과 두 블록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의 고시원에서 불이 났기 때문이다. 2009년부터 다중이용업소 특별법에 따라 고시원에 간이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법이 개정됐는데 불이 난 건물은 고시원 등록 시점이 2007년이어서 대상이 아니었다고 한다. 혹시나 모르니 화재 예방이 되어있는지의 부분들도 꼭 확인해보길 바란다.


스스로 앞서 말한 단점들이 괜찮을 거라고 자신하고 나의 경우와 같이 가격, 거주 기간 등이 중요하다면 고시원을 추천한다. 그러나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대학생이 학교에 다니고 생활을 하며 주거하는 환경이 얼마나 삶의 질에 영향을 주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시원에 살 일이 필요하다면 나의 경험이 참고로 조금이라도 나은 방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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