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와 나의 아버지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에 관하여,

by 애디

나는 나의 아버지가 술에 거나하게 취해 들어오셨던 어느 날,

아버지의 모습이 우습고 귀여워 그 모습을 녹화한 기억이 있습니다.



어떤 날에는 TV를 보다가 배우 서현철 씨가 들려준 홍시 먹는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파파 늙은 할아버지가 홍시를 까기 시작합니다. 홍시를 흘려 바닥이 더러워질까봐 휴지통도 받치고서,

그렇게 열심히 깐 홍시를 휴지통 안으로 껍질만 남긴채 떨어뜨리고 맙니다.

그 떨어진 알맹이를 다시 주워먹을 수도 없어 쩔쩔매던 할아버지는 결국

눈으로는 떨어진 홍시의 알맹이를 응시하며 껍질에 묻은 홍시를 혀로 핥아 맛봅니다.

이야기를 들려준 서현철 씨는 할아버지의 행동에 한참을 웃다가 한참을 울었다고 합니다.

나는 한참을 웃기도 전에 눈물이 나버렸습니다. 측은해서 일까요.



휴대폰의 용량이 가득 찼다는 안내 메세지에 사진첩을 들어가 그간의 일상들을 둘러봅니다.

그러다 발견한 나의 아버지.

그 어느 날 녹화했던 3분 짜리 영상을 돌리고 또 돌려 보면서 킥킥대다가 돌연 눈물이 왈칵 쏟아집니다.


영상 속 거실 풍경에는 50대의 아버지와, 벽에 걸린 액자 속 30대의 아버지가 나란히 있습니다.

나의 20년을 나의 아버지는 무던히도, 묵묵히도 나를 지키느라 닳아져왔습니다.


나와 나의 아버지 사이에는 사랑에서 비롯된 측은한 마음이 있습니다.


2016.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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