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빛소금 Apr 15. 2021

올드걸의 시집

눈물 속으로 들어가.......... 봐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와서 씻지도 못하고 이틀째 널려 있는 빨래를 걷는데도 꼼짝 않고 누워 있는 남편, 결혼 전 아빠를 볼 때면 좀 궁금했다. '옆 사람 힘든 게 왜 안 보일까••••.' 나중에 알고보니 못 본 척 하는 게 아니라 아예 안 보이는 거다. 대대손손 소통불능의 장애를 겪는 남성들. 그렇게 살아도 삶이 유지되었으므로 타인의 심정을 헤아리는 능력이 퇴화한 것이다.


눈물 속으로 들어가 봐

거기 방이 있어


작고 작은 방


그 방에 사는 일은

조금 춥고

조금 쓸쓸하고

그리고 많이 아파


하지만 그곳에서

오래 살다 보면

방바닥에

벽에

천장에

숨겨져 있는

나지막한 속삭임소리가 들려


아프니? 많이 아프니?

나도 아파 하지만

상처가 얼굴인 걸 모르겠니?


우리가 서로서로 비추어보는 얼굴

네가 나의 천사가

네가 너의 천사가 되게 하는 얼굴


조금 더 오래 살다보면

그 방이 무수히 겹쳐져 있다는 걸 알게 돼

늘 너의 아픔을 향해

지성으로 흔들리며

생겨나고 생겨나고 또 생겨나는 방


눈물 속으로 들어가 봐

거기 방이 있어


크고 큰 방


_김정란의 시 <눈물의 방>


매거진의 이전글 쏘팟 다이어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