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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빛소금 Jun 10. 2019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

산티아고 순례길 마지막 이야기

799km의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했다. 잊고 지낸 사소한 것들에 감사하게 됐다.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힘들었던 기억은 옅어지고 행복했던 기억만이 선명할 뿐이다. 풍경 보는 맛에 걸었나 보다.



산티아고 순례길 성당의 매력

 UU가 천주고 신자여서 성당에 한두 번 따라갔다. 내키지 않은 날엔 안 갔지만 어느 순간 안 가면 허전했다. 성당 안에 있으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차분해지며 경건해진다. 좋은 향이 나고 좋은 기운이 돌아 계속 가고 싶어, 말미엔 '한국에 가면 성당에 다시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오늘은 꼭 성당을 가야겠다. 미사를 드려야겠다. 헌금 봉헌을 해야겠다. 내 마음에 믿음이란 꽃씨가 피어 건강하고 지속적인 종교활동을 이어나갔으면 한다.'

(순례길을 걸은 해인 2017년엔 무교였지만 지금은 기독교인이 되었다)


허나 아직도 한국에 와서 성당을 못 가봤다








엄마 사랑해요 언제까지나

 우리 엄마는 천사다.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언니가 해준 얘긴데, 엄마는 모임이 있어 밖에서 외식을 하고 오시면 항상 우리 가족을 데려가야 한다고 하셨단다. 그래서 우리는 엄마 덕분에 맛있는 음식을 자주 먹었던 기억이 난다.


-

엄마는 홍성 시골 산골짜기에 6남매 중 외동 딸 이시다. 먼 길을 걸어 읍내에 도착. 겨우 겨우 빵을 먹을 때면 항상 나중에 커서 우리 자식이 태어나면 먹고 싶은 것은 다 먹을 수 있게 해 주어야겠다고 다짐하셨단다. 그 덕에 어렸을 때부터 성인 되기 전까지 철이 없던 막내인 나는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해달라는 건 엄마가 다 해주셨다. 그래서 나중에 철이 들고 나서는 엄마 아빠가 내게 해주신 것 수억 배로 해드리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그러면 뭘 하나. 엄만 이미 세상에 안 계신걸.



내가 혼자 일어설 수 있을까? 엄마 없이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물론 새엄마가 계시고 아빠도 언니도 있다. 그들에게 나의 엄마를 바랄 수는 없다. 죽음에 대해, 삶에 대해, 사랑과 인생에 대해. 엄마의 죽음 이후 생각이 바뀌었다. 내일 난 죽을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어제도 내일도 아니고 바로 '지금 여기'를 살아나가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 한다. 걱정과 고민만 하며 살기에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엄마의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아무리 부정하고 아니라고 외면한들 그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내 곁에 소중한 수많은 사람들과 정답고 즐겁게 살아야 한다. 엄마도 분명 그걸 바라실 거고, 항상 날 응원해주시고 북돋아주시며 지켜주실 거다. '지금 그리고 여기.' 기억하자.





길 위에서 메모들

     

어떤 결정을 하는 데 있어

누구의 조언도 듣지 않고

오로지 혼자의 힘으로

현명한 선택하는 사람이 되자     

-

나? 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람

-

안 돼도 계속해라

꿈을 포기하지 마라

즐겨라     

-

수많은 거절

그 속에서 피어난 나

앞으로 수없이 겪게 될 거절

나는 신경 안 써

그게 나를 성장시키는 길

나는 개의치 않고

묵묵히 걸어가리.

17. 07. 01.     



내가 좋아하는 작가

이기주 이슬아 임경선 임유나 이석원 천성호 강세형 김동영  은유 복주환 작가님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

에세이 자전적 소설 자기 계발 책 영화 음악 여행     


내가 하고 싶은 것

나의 ‘정체성’ 확립

매일 어제보다 오늘 더 나은 사람이 되기

내. 외적인 모든 것 ↗

말 예쁘게 하기

혼자여도 즐겁기

악기 연주 / 노래 만들기     


친구가 나에 관해 말해준 내가 잘하는 것

여행에 책이나 영화가 새로운 영감을 준다 -> 내가 읽은 책에 대한 감상평이나 영화평 공유하여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자     


내 얼굴보다 큰 해바라기

내가 좋아하는 것

- 노래 부르는 것

- 베푸는 것

- 책 읽는 것

- 영화 보는 것

- 나와 코드가 맞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함께 시간 보내는 것

- 사진 찍는 것


내가 꼭 해야 하는 것

- 먹고살 궁리     


완주를 하니 절로 웃음이 나

 추워서인지 감동해서인지 몸에서 전율이 멈추지 않는다.

내가 해냈다.

30여 일간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끝마쳤다.

여전히 나는 실감이 나지 않는 모양이다.

17. 07. 21.     



성당은 날 미친 듯이 울게 했다.

어제 안 운 눈물들이 대폭발

‘animo'

눈물샘이 폭발한 듯 오열을 하고 말았다.

옆에 계신 멋진 숙녀분께서 말없이 휴지를 건네주시고 헤어질 때 손 잡아주며

‘animo'라고 말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animo는 격려하다는 뜻이었다. 고마워요.

17. 07. 22.

 

세상의 끝, 피니스테라에서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



 UU가 순례길 걷는 동안 만나는 사람들의 언어를 배워보는 게 어떨지 물어왔다. 걷다가 번뜩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라는 프랑스의 소설가 앙드레 말로의 명언이 떠올라, 걸으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부탁해 그의 언어로 이 명언을 말하는 것을 영상으로 남기기로 했다. 영상을 찍겠단 일념 하에 수많은 순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찬란한 태양과도 같은 그 순간들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어 기쁘다. (이 영상 말고도 UU는 32일간 거의 매일 10초씩 나의 순례 여정도 남겨줬다. 매번 찍어주느라 고생했어. 정말 너무너무 고마워.)




 촬영에 흔쾌히 응해준 순례자 친구들 [제시, 세런, 낸시(미국) , 마르틴&마르티나 부부(폴란드), 조나단&데이비드 부자(호주), 알랑(프랑스), CJ(중국어, 대만), 카르멘(멕시코), 유지니아&토니 모자(크로아티아), 흐리트 가족(벨지움, 헝가리), 미카(대만), 키아라, 크리스티나(이탈리아), 퍼닐라(스웨덴), 이유경, 이정환, 권기선, 김보민(대한민국), 프린치스코&나탈리아부부(콜롬비아), 마리(독일)}에게 무한한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성당앞에서 정환, 보민, 기선, 유경, 나

 32일 동안 생장부터 산티아고까지 799km 걸어서 완주, 그리고 피니스테라까지. 기록해 둔 글과 사진으로 그때의 행복한 기억들을 느낄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부엔 까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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