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유산' 모임 - 미쳐야 美친다.
브런치에 글쓰기를 작정한 이유는 코로나와 독감을 연달아 겪고 나서 체력이 바닥까지 내려간 작년 이맘때였다. 뇌의 한 귀퉁이에 '죽음'이라는 단어가 훅 들어왔는데 처음 느끼는 제법 꽤 묵직한 울림이었다.
'떠나간 자는 괜찮겠지만 남은 자는 괜찮을까?'
삶과 죽음이 한 가지인 것을 알지만, 삶은 영원하고 아직은 죽음은 멀리 있어라며 살아온 일상에 훅들어온 죽음에 관한 질문은 나를 움직이게 했다.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 마음이 소란해졌다.
첫 번째 답은 글이었다.
아니, 답이라기보다는 글은 모든 상황에 딱 맞는 정답을 찾아내기 위한 꽤 훌륭한 도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자.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내가 뭐 물려줄 게 있나. 물려줄만한 금은보화나 부동산 권리증은 없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 배운 것, 느낀 것 조금이라도 내 새끼들한테 도움이 될만한 그 무엇이라도 남겨보자.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을 남겨줘야지. 엄마가 이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이 너희를 사랑하는 일이었다는 것을 읽을 수 있게, 들을 수 있게 남겨줘야지.'
여기까지가 괜찮은 죽음이라는 이름으로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된 개인적인 이야기다. 그러니 그러한 마음으로 글을 쓰게 된 내가 엄마의 유산이라는 지담 작가의 글과 만난 것은 너무나 필연적인 만남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배가 많이 고팠다.
나이가 들어 왕성한 소화력이 조금 줄기는 했지만, 매일 아침밥을 먹었던 40년의 습관이 이미 적응이 된 나의 뇌는 어서 탄수화물을 내놓으라며 성화였다.
그럼에도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아침 6시부터 독서모임 줌에 참여하고 나서 연이은 위대한 모임 참여를 위해 노트북에 앉은 지 이미 두 시간이 흘렀지만,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는 미처 그 순간 흘러넘친 보석 같은 반짝임을 놓칠 것 같았다.
지난주에도 이미 4시간 이상을 들었는데, 오늘도 화면 속 에너지는 식을 줄을 몰랐다.
'아니 도대체 무슨 일이야.'
'왜?'
'왜 다들 여기에 앉아 묵묵히 글쓰기에 관한 그 부담감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거지?'
게다가 이곳에 모인 작가님들은 필력이나 인생내공이 너무나 쟁쟁하신 분들이다.
어느 브런치를 둘러보아도 내 작은 공간보다 훨씬 많은 글쓰기양과 구독자를 보유하신 분들.
이미 독서와 경험을 통해 보이는 알알이 영근 글들을 찬란히 보여주시는 분들이었다.
국민학교 시절(인생 구력이 나오는 단어) 월요일마다 하는 운동장 조회에 교장 선생님께 차렷이라는 구호가 나오면 한숨부터 나왔다. 뜨거운 여름날도, 추운 겨울날도 도대체 왜 이런 지루하기 짝이 없는 도덕이야기를 들어야 하는지. 하지만 말 잘 듣는 착한 학생이었던 나는 어떠한 꾀를 내지 않고 꼿꼿하게 서서 발가락만 겨우 꼼지락 거리며 열중쉬어 자세를 유지했었다.
아직도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던지지 못한 나는 여전히 교장 선생님이 자리에서 일어나 직원협의를 시작하면 고개가 숙여진다. 너무 좋은 말씀. 하지만 문밖을 나서면 사라지는 모래알갱이.
그렇기에 다른 작가님들과는 달리 길고 긴 말은 후천적으로 길들여진 피부감각으로 일단 튕겨내고 보는 게 나였다. 지루한 인문학은 잘 모르니 실용적인 해답 하나만 적용해 보자라는 태도를 가진 사람 역시 나였다.
그런데 웬걸. 받아들여진다.
그것도 온몸으로.
머리로는 분명 '과연 될까?'라고 의심하면서
가슴으로는 '나도 하고 싶어'라는 역설적인 상황에 빠져버렸다.
근 8시간이 넘는 위대한 만남을 통해 작가님이 하신 말씀은 글을 쓰자였다.
매일 꾸준히 열심히 쓰면 된다는 것.
그리고 한글을 읽을 줄 알고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는 누구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글을 쓰라는 것은 표면적인 문장이었고
그 단어 안에는 어마어마한 꿈이 담겨있었다.
모임에 참여하는 내내 머리는 차갑지만 가슴이 뜨거워졌던 이유는 그 이야기가 꿈에 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엄마는 엄마의 꿈, 아이는 아이의 꿈
작가는 더 위대한 작가의 꿈
나를 살리면서도 타인의 인생에 더 많은 도움이 되는 꿈
꿈꾸는 대로 실현되는 현실을 보는 꿈
그 모든 꿈들의 꿈이 꿈틀대고 있었다.
대부분의 이들은 모임이 끝나자마자 들뜨는 가슴을, 쿵쿵 뛰는 마음을 글로 표현하셨다. 브런치 메인에 쉴 새 없이 올라오고 있는 엄마의 유산 참여 작가님들의 글을 보니 이분들의 美친 실행력이 감탄스러웠다.
아주 살짝 조심히 꿈쟁이들이 모인 그곳에서 나도 꿈을 꾸어도 될까? 꿈틀
내 꿈은 무엇일까? 꿈틀꿈틀
나도 이제 내 꿈을 펼치기 위해 조금 수면 위로 나와도 되겠지? 꿈틀꿈틀꿈틀
일주일의 고민의 시간을 겪고 브런치북의 제목을 적었다.
이 순간은 진짜 나의 아름다운 꿈
어느 길이 꿈꾸는 길인지,
내가 꿈꿀 수 있는 길인건지
내가 과연 갈 수 있는 것인지 잘 모르지만
그러면 어때. 가는 만큼 남는 길.
이제 나도 꿈을 꾸어도 될까요?
영혼의 허기가 채워지는 아름다운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