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들었지만
이런 말은 20대에 진로를 고민하는 청년들이나 하는 얘기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30대 뿐 아니라 60대 이상 등 연령대에 관계 없이 본인이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막막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진로 고민을 하며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고요.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데에는 크게 세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첫째,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선택하기 어렵다는 유형과
둘째, 하고 싶은 것도 관심이 있는 것도 없어서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유형,
셋째,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현실의 벽(나이 등)에 부딪혀 실현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유형입니다.
첫 번째 유형은 그나마 수월한 편입니다.
본인의 흩어져있는 관심사를 정리해서 공통분모를 뽑아내거나, 여러 직종의 일을 시도해볼 수 있으니까요.
세 번째 유형의 경우에도 본인이 하고 싶은 범위 내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영역으로 조정하는 과정을 거치면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일을 구할 수 있습니다.
세 가지 중 가장 어려운 건 두 번째 유형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당최 어디에 흥미가 있는지, 잘하는 건 무엇인지 몰라 갈피를 못 잡는 경우죠.
이런 경우는 결국 무기력의 늪에 빠져 구직활동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이렇게 '일'에 대해 뒤늦은 고민을 하고 방황하는 건 사회 구조적인 문제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이 대학 입시만을 위해 달려오다가 전공 선택할 때가 돼서야 진로에 대한 고민을 시작합니다.
보통 주변의 이야기에 휩쓸려 진로를 정하는 경우가 많고, 적성에 맞지 않아서 뒤늦은 방황을 하게 되죠.
대학생활 내내 스트레스를 받다가 눈높이를 낮춰 적당한 직장에 힘겹게 들어갑니다.
적성에 맞지 않다 보니 하루하루 의미 없이 다니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죠.
결국 온갖 스트레스에 병치레를 하다가 이렇게 사는 건 아닌 것 같아 퇴사하게 됩니다.
운이 좋아 정년까지 다니는 경우에라도 퇴직 이후에 다시 일자리를 찾기 위해 고민하는 건 매한가지죠.
이런 고민 없이 비교적 일찍 본인의 일을 찾고, 그 일에서 인정을 받아 승승장구하며 오래도록 전문성을 살려 일하는 분들도 드물지만 있습니다. 대부분 예술 계통에 있는 분들의 경우가 많은데, 가끔 TV 프로그램에 노장의 배우가 나와서 죽는 그 날까지 연기하고 싶다고 하는 인터뷰를 볼 때면 정말 부럽습니다.
허나 그런 사례는 매스컴에 가끔 보일만큼 희귀하며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여전히 무슨 일을 해야 할까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불안의 언저리에 머무르곤 합니다.
요즘과 같은 100세, 아니 곧 120세 시대에 진로에 대한 고민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영원히 반복될지 모릅니다.
이미 정년에 대한 논의가 65세로 연장되어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면 앞으로 일해야 하는 나이는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더 늘어나게 되겠죠.
지금 시대는 4차 산업혁명 등 우리가 따라가기 어려운 속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발맞춰 앞으로의 '내 일'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생각과 고민을 한다고 해서 현실이 달라지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본인에 대해 심도 있는 탐구를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결과는 미약하게나마 다를 것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