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심리의 오류
얼마 전 혼자 떠난 싱가포르 여행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항공료를 조금이라도 아껴보고자 대만을 경유했었죠. 늦은 밤 인천을 떠나 1시간 남짓 후 어둑어둑한 대만 타오위안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면세점 대부분 상점들의 불이 꺼져 있었고, 배치된 직원도 몇 없었습니다.
항공사 직원이 중간에서 경유 패스 티켓을 배부하며 게이트 번호를 안내해주었습니다. 직원이 알려준 D1 환승 게이트는 하필 제일 구석진 곳이더군요. 행여 촉박한 환승 시간에 늦을세라 뛰다시피 했습니다.
게이트 근처에 거의 도달했을 무렵, 한국인으로 보이는 무리가 제 쪽으로 지나치며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 쪽이 아닌가 본데? D1 게이트가 반대쪽이었나 봐!”
그러면서 우르르 제가 걸어가는 방향과 반대쪽으로 질주하는 겁니다. 그 모습에 저는 급격히 동요되었죠.
분명 지도에서도 확인했었는데, 이쪽 방향이 아니라니. 거의 3/4 온 시점에 계속 가야 하는지, 아니면 그 무리를 따라 저쪽 방향으로 턴해야하는지 고민했습니다.
하필 그 시점에 주변을 지나는 사람이 없어 어디 물어볼 곳도 없었죠. 짧은 고민을 마치고 제 직감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분들의 말이 떠올라 몹시 불안했지만, 일단 처음 정한 방향대로 간 후에 아니면 그때 조치를 취하자고 생각했죠. 더 촉박해진 시간에 뛰어서 게이트를 향해 갔습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마주한 그곳엔 D1게이트가 있었고, 비로소 가쁜 숨을 몰아쉬며 대기실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그분들의 말만 믿고 반대쪽으로 갔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하니 등골이 서늘해지더군요.
비행기에 탑승하고 이륙하는 기내 안에서 생각했습니다.
단순한 사실일 수도 있지만 모두가 정답이라고 하는 것이 정말 정답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 말이죠.
저는 평소 인터넷 쇼핑 하나 할 때도 후기를 꼼꼼히 들여다보는 편입니다. 다수의 의견을 따르면 최소한 큰 실패는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이러한 섣부른 생각이 결국 잘못된 길로 들어서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진로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가 좋다고 하는 공무원, 대기업이 과연 정답일까요?
대다수의 사람들이 무엇이 정답인 줄 몰라서, 혹은 좋다고 하니까 맹목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방향에 합류해서 달리면 최소한 불안하지는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당장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달리고 나면, 결국 막다른 길에 다다랐을 때 허무함과 허탈함에 괴로워질지도 모릅니다.
모두가 정답이다, 좋다고 하는 인생 역시 본인 기준에서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집, 돈, 자동차 등 많은 사람들이 성공이라고 말하는 지표를 향해 내달렸을 때, 그 끝에 서서 결국 그것을 움켜쥐었을 때 알 수 없는 허탈함에 다시 되돌아가고 싶어도 그때는 너무 늦은 것일 수 있습니다.
물론 본인이 정말 그곳에 뜻이 있어 가는 경우는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다수가 옳다고 생각해서 불안감에 편승한 결정이 아닌 정말 내가 심사숙고하여 판단하고 결정했는지입니다.
'다른 사람이 정답이라고 하는 길이 과연 옳은 길일까?'
'다른 사람이 정답이라고 하는 길이 과연 '나에게' 옳은 길일까?'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서, 한 번쯤 자신에게 물어보면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