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을 얻을 수 있을 거란 착각
무슨 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상담을 요청하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입니다.
사실 저는 본인의 진로 방향 설정을 위한 상담은 크게 효과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략적으로 진로를 정하고 그 분야에 필요한 구직 스킬을 얻고 싶은 경우에는 상담이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다소 막연하게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찾아주세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상담사가 주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일부 도움이 됩니다. 아직 미성숙하여 올바른 진로 관념이 잡혀있기 전이고, 다양한 직업세계에 대해 알아야 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성인이 되면 자신의 진로에 대한 결정은 본인이 생각하고 판단해서 책임져야 합니다. 너무 상담에 의존하면 안 된다는 거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저 역시 여러 상담센터를 전전했기 때문입니다.
진로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고, 너무 막막하고 불안해서 여러 상담사들에게 상담을 받았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그분들이 찾아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에서였습니다.
하지만 뚜렷한 답을 얻지 못했고, 그 당시에 막막했던 마음을 털어놓아 잠시 편해졌다 느꼈을 뿐 내가 가진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그대로였습니다.
어찌 보면 내 진로에 대한 결정을 다른 사람에게 맡긴다는 건, 내가 오롯이 그 책임을 감당하고 싶지 않아서 미루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너무도 중요한 질문을 나 자신에게 하기에는 무겁고 부담스러우니 다른 사람에게 하는 겁니다. 그래서 내 마음의 짐을 덜고 싶어 하죠. 하지만 다른 사람은 본인의 짐을 덜어줄 수 없습니다. 그건 마치 내 인생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과 같습니다.
또 내 마음이 굳건하지 않은 채 다른 사람 말만 듣고 귀가 펄럭여서 잘못된 결정을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나는 A라고 생각하고 갔지만, 상담사가 B를 추천하면 흔들립니다. 애써 쌓았던 확신이 무너지기도 하구요. 진로에 대해 아무 결정하지 못한 경우더라도, 저는 상담보다는 본인이 몸을 부딪혀 깨닫는 게 맞다고 봅니다. 수많은 진단도구(직업심리검사 등)들도 나를 온전히 나타내 주지는 못합니다. 하나의 참고사항으로 활용해야 할 뿐, 어쨌든 실제 인생을 살아가야 할 사람은 나이기 때문이죠.
불편하고 껄끄럽겠지만 온전히 나 자신과 대면해야 합니다. 결국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사람이 없거든요. 답은 내 안에 혹은 내 주변에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저 무슨 일을 해야 할까요?'라고 물을게 아니라, 내가 나에게 물어야 합니다.
(자신에게)
나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이렇게 상대에게 향했던 질문을 나에게 해보세요.
이 질문을 내 마음에 던지고 기다려보면 잔잔히 파문이 일면서 떠오르는 생각이 있을 겁니다.
그렇게 마음의 소리를 쫓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마음의 소리가 들려오는 사람이 극히 드문 것도 사실입니다. 저 역시 '마음의 소리'를 찾아 정말 오랜 기간 헤맸지만 찾기 쉽지 않았거든요.
마음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아래 경우에 해당하지는 않은지 체크해보세요.
첫째, 외면하는 경우
본인은 마음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합리화하지만 사실은 들려오는 마음의 소리를 여러 가지 이유로 꾹 누르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상황이나 환경 등 여러 요건들이나 제약 사항들을 지레짐작해서 안될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죠. 그럴 땐 외부적인 요인은 조금 배제하고 한번 깊숙이 소리에 다가가 보는 것도 좋습니다. 본질에 집중해보는 거죠.
대부분 상담 요청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답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당사자는 그걸 모르지만요). 단지 그 생각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서 '내 생각이 맞죠?'를 확인받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죠. 결국은 내가 원하는 답을 듣고 그 생각이 맞았다는 것을 확인받기 위해, 그렇게 해서라도 마음이 편하기 위해 상담을 받는 건지도 모릅니다.
둘째, 아무 아이디어도 떠오르지 않는 경우
정말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 본인 경험의 곳간이 채워져있지 않아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일이든 해봐야 싫든 좋든 그 일에 대한 경험과 아이디어가 생깁니다. 하지만 그런 경험이 없다는 건 아이디어의 재료가 없는 셈이죠. 새로운 환경에 나를 많이 노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떤 일이든 좋으니 해보세요. 아르바이트도 좋고 봉사활동도 좋고 동아리 활동도 좋습니다.
이것저것 해보다 보면 내가 어떤 환경에 맞는지, 어떤 상황은 좋아하고 어떤 상황은 싫어하는지 감이 옵니다.
물론 그 어떤 노력을 해도 찾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찾지 못했다는 사실에, 모르겠다는 사실에 매몰되서 스트레스받지 마시고, 그냥 가볍게 아무 일이나 해보세요. 제 개인적으로는 '이 일이 맞는 걸까' '이게 전부일까' '뭔가 나은 대안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스스로를 더 힘들게 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상황 해결에 아무 도움도 안 되었구요.
일단 성인이면 내 몸뚱이는 먹여 살려야 하니 밥벌이를 해야 하고, 일단 밥벌이를 하면서 혹시나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시도해보면 됩니다. 일단은 아무생각 말고 하던 일 계속하되, 새로운 아이디어나 마음의 소리가 들리면 그 방향으로 움직이시면 됩니다. 만약 시도할 만한 일이 없으면 하던 일 계속하면 되구요.
내가 하고 싶은 일, 나에게 맞는 일을 찾지 못했다는 사실에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사실 꿈을 찾지 않아도 괜찮거든요.
어차피 죽기 전에 나를 완전히 알지 못하고 죽는 사람도 많은데요 뭘.
너무 거창하게 나를 다 알아야 되고 내게 어울리는 완벽한 일을 찾고 싶다는 생각을 접으세요.
그냥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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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연휴 끝 후유증에 괴로워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새로운 한 주의 시작도 화이팅하시고,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