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과 연애 심리학(1)
저는 서류 전형에서 미끄럼틀을 많이 탄 편입니다. 면접에는 자신이 있는지라 면접만 가면 높은 승률을 자랑했는데.. 서류에서 하도 떨어지다 보니 면접 기회 자체가 주어지질 않더군요.
특히 경력 쌓기 전 신입 시절에 굉장히 어려움을 많이 겪었습니다. 면접만 보게 해 준다면 좋겠는데 아예 나를 보여줄 기회조차 주지 않았으니까요. 서류 통과가 굉장히 간절해졌습니다.
하지만 막상 여러 경력을 쌓고 나니, 그리고 인사담당자로 근무하며 수천 장의 이력서를 보다 보니.. 지금은 어느 정도 '붙는 지원서'에 대한 감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든 생각은 마치 채용 전형 거치는 과정이 연애하는 과정과 비슷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가고 싶은 회사에 지원하는 과정이 내가 사랑하는 연인에게 구애하는 방식과 일맥상통하더군요. 사실 지원서 쓰는 것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쓰는 러브레터와 비슷하다고 봅니다.
연애와 어느 정도 맞닿아있는, 입사 지원서 작성 시의 꿀팁을 소개합니다.
첫째, 회사 입장에서 쓸 것
내 입장에서 절대 쓰지 말고 회사 입장에서 본다고 생각하고 써야 합니다.
연애와 비슷해요. 나만 좋다고 하기보다는 상대의 입장을 봐가면서 접근하잖아요? 같은 원리입니다.
상대와 가까워지고 싶으면 내가 좋아하는 얘기를 할게 아니라 상대가 좋아할 만한 얘기를 해줘야 합니다. 나는 백날 재밌는 얘기라고 느껴도, 상대가 좋아하지 않거나 관심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죠.
지원서를 검토할 때 내가 그 회사 인사담당자라고 생각하고 객관적으로 한 번 보세요. 내가 봐도 뽑고 싶은 이력서인지를 냉정하게 제 3자의 시각으로 보면 지금 내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에서 뭐가 문제인지 눈에 들어올 겁니다.
둘째, 어장관리 티 내지 않기
당연히 지원자 입장에서는 한 군데 회사만 노리는 것보다 여러 회사 동시에 지원하는 게 승률이 높습니다.
한 회사만 바라봤다가 잘 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리스크가 크니까요.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 여러 군데 간 보고 있다고 느껴지게 하면 안 되죠. 여러 사람을 동시에 어장 관리하면 승률이 낮듯, 지원에 있어서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내가 'one of them'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끔 '나에게만 올인하는구나.'라는 인상을 주어야 합니다. 여기저기 간 보는 뉘앙스를 주면 내가 반대 입장이어도 그리 달갑지 않을 겁니다.
상대를 계속 어장에 붙잡아두는 비결은 상대가 지금 어장관리 당한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것입니다. 뭔가 나 말고도 다른 상대를 재고 있다는 느낌을 주면 당연히 상대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지 않죠. 진짜 고수는 실제로는 여러 사람(회사)을 간 보고 있다 하더라도, 상대는 '나만 보는구나'라는 느낌을 갖게 해주는 사람입니다.
셋째, 먼저, 가급적 빨리 대쉬하기
서류 마감 기한까지 끙끙대고 가지고 있는 것보다 가능하면 서류 마감일 이전에 빨리 지원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수시채용의 경우에는 급한 TO가 생겨 채용 진행될 때가 많기에, 중간에 적격자가 생기면 바로 마감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죠. 또한 회사마다 다르지만, 서류전형 중에 그때그때 수시 면접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은 회사가 마음에 든다면 빨리 지원하고 보는 게 유리하죠.
용기 있는 자가 미남(미인)을 얻는다는 말이 있듯, 일단 내가 좋다면 가능한 먼저, 일찍 대쉬하세요! 내가 망설이며 대쉬할까말까 고민하는 사이 다른 누군가가 상대(회사)를 낚아채갈 수 있습니다.
'일단 대쉬하고 만났는데 상대가 별로이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은 사실 그때 가서 하면 되는 고민이구요.
넷째, 지극정성 공들이기
정성이 중요합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사람의 경우에도 누가 봐도 '나한테 올인하는구나. 애쓰는구나'를 느끼면 마음이 가게 되어있죠. 입사지원서에도 충분히 공들였구나라는 느낌을 주는 게 좋습니다. 이를테면 자기소개서에 같은 데이터를 인용하더라도 다른 사람은 잘 알지 못하는 세부적인 데이터를 인용한다면, '자료 찾느라 노력했네'라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굉장히 작은 차이일 수 있지만, 상대를 감동시키는 건 세부적이고도 사소한 디테일입니다.
그냥 그렇게 다른 사람에게 대하듯 똑같이 상대를 대하면 상대 입장에서도 그다지 감명 깊지 않습니다. 처음엔 별로 였지만 계속된 어필에 마음이 동하듯, 은근하고도 꾸준한 호감 표현은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죠.
이왕이면 누구나 다하는 방법보다는, 상대의 취향에 맞는 공들임이 효과적이라는 건 당연히 아시겠죠?
물론 이렇게 공을 들였지만.. 결과는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서류 백 군데 넣어도 한 군데도 연락 오지 않았던 적이 수두룩하거든요.
그럴 때는 너무 의기소침하거나 속상해마시고.. '어딘가에서 나의 인연이 기다리고 있겠지'라고 생각해보세요.
저는 인연을 믿습니다.
떨어졌다면 그 회사와 나는 인연이 아니었던 거죠. 꼭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인연이 있는 게 아니라, 회사와도 합이 맞는 곳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혹시 나와 맞는 회사가 나타나지 않아 불안한 분들이.. 너무 조급해하거나 괴로워마셨으면 좋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결국 좋은 결과 얻으실 거라 믿습니다!
제가 어려웠던 시절 읽고 힘을 받았던, 그리고 지금도 가끔 꺼내어보는 글을 소개하며 마무리할까 합니다.
사람과의 만남도, 일과의 만남도
소유물과의 만남도, 깨달음과의 만남도,
유형 무형의 일체 모든 만남은
모두 때가 있는 법이다
아무리 만나고 싶어도
시절인연이 무르익지 않으면
지천에 두고도 못 만날 수 있고,
아무리 만나기 싫다고 발버둥을 쳐도
시절의 때를 만나면 기어코 만날 수 밖에 없다
모든 마주침은
다 제 인연의 때가 있는 법이다
그 인연의 흐름을 거스르려 아무리 애를 써도
그것은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우주적인 질서다
만날 사람은 꼭 다시 만나게 된다
다만 아직 인연이 성숙하지 않았을 뿐
만나야 할 일도
만나야 할 깨달음도
인연이 성숙되면 만나게 된다
시절 인연이 되어 만남을 이룰 때
그 때 더 성숙된 모습이 될 수 있도록
다만 자신을 가꾸라
- 법상스님 '시절인연(時節因緣)'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