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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희 Aug 20. 2024

슬럼프에 대처하는 법 (feat. 글쓰기)

feat. 유퀴즈 X 배우 최민식



 요즘 글을 통 쓰지 못했습니다. 최근 야심차게(?) 시작한 연재소설의 반응이 시큰둥하다고 느껴지기도 했고, 스스로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대로 만족스럽지 않은 작품을 계속 쓰는 게 맞는 건가 싶었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찾아온 슬럼프였습니다. 이전에는 쓰고 싶은 글감이 흘러넘쳐서 솎아내기 바빴다면, 최근에는 '무얼 써야 하지' 한참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독자의 반응을 지나치게 신경 쓰며, 많이 달리지 않은 댓글에 속상해하기도 했습니다. 생각만큼 열렬한 반응이 오지 않자, 실망스러움에 이게 맞나 싶기도 했지요. 

 설상가상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글에 바짝 힘이 들어가게 했습니다.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억지스럽게 글을 치장하게 했습니다.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느꼈죠. '소설에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과 도전 자체에 의의를 두자는 마음은 퇴색되고, 한 번에 좋은 결과를 이루고 싶다는 조급함에 사로잡혔습니다. 


 내가 원하는 만큼의 아웃풋이 나오지 않자,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글 쓸 동기부여도 잘 되지 않았습니다. 오늘도 쓰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완벽함을 추구하려는 욕심 사이 어딘가에서 마음은 갈팡질팡했습니다. 글을 쓰지 않으니 마음은 피폐해지고, 마치 배출되어야 하는 것이 어딘가에 도사리고 있는 듯한 꺽저지근한 느낌에 견디기가 힘들었죠. 인생의 중심이라 생각한 글쓰기가 이토록 꽉 막힌 상태가 되니, 일상에서 짜증도 늘고, 자연스레 기분도 침체되었습니다. 마치 살아갈 이유가 사라진 느낌이었달까요.


 생각해보면 이전에 반응이 좋았던 글에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쓰고 싶은 마음이 흘러넘쳐 무아지경에 이른 상태에서 썼다는 것, 좋은 평가를 받고 싶은 마음보다는 그냥 쓰고 싶어 썼다는 것, 그래서 글에 힘이 들어간 상태가 아니었다는 것.





 그 무렵 우연히 본 영상이 슬럼프 탈출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배우 최민식 편이었는데요. 영상 후반부에 했던 그의 말에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


꿈? 죽을 때까지 이 일을 하다가 그냥……. 신구 선생님, 이순재 선생님처럼 나문희 선생님, 김영옥 선생님처럼…….
저는 그분들이 정말 큰 가르침을 주신다고 생각해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거. 노익장을 과시하시면서 지금도 연극을 하시고, 그게 후배들한테는 얼마나 큰 자극이 되는데요.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 
우리 작업이 죽어야 끝나는 작업이에요. 사람과 세상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일인데…….
사람에 대해서 뭐 답이 있어요?
이 인생에 답이 있나요?
그때그때 세상이 변하고, 사고방식도 다르고, 가치관도 달라지고……. 이게 졸업이 어디 있어요? 이걸 하나하나 알아나간다는 게…….
힘들기도 하지만 재밌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하고……. 이건 죽을 때까지 하는 공부!


 '어차피 죽어야 끝나는 작업'이라는 말에 명치끝을 세게 얻어맞은 듯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나도 모르게 '빨리 이루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 봅니다. 소설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게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느끼는 한계에 저도 모르게 조급해졌습니다. 잘 쓰고 싶다는 마음만 있었지, 묵묵히 쓰려고는 하지 않고 빨리 무언가를 이루고 싶은 생각에 사로 잡혀있었죠. 


 최민식 배우의 '죽어야 끝나는 작업'이라는 말은 그런 제 마음을 다독였습니다. 단기간에 무얼 이룰 것이 아니라, 어차피 죽을 때까지 할 일이라 생각하니 조급함이 가라앉고 여유가 생겼습니다. 지금 당장은 무언가 이룬 게 없는 것 같더라도 죽을 때까지 차곡차곡 쌓는다면, 뭐라도 되지 않을까, 혹은 무언가 되지 않더라도 '적어도 어제보다 더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말이죠. 언제까지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촉박할 텐데, 죽을 때까지 한다고 생각하니 시간이 꽤 남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일단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기로 했습니다. 이제까지 글을 써오며 느낀 건, 왕도나 지름길은 없다는 겁니다. 꾸준히 읽고, 많이 쓰는 것. 단순하지만 지키기 어려운 진리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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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슬럼프로 어려움을 겪는 작가님이 계시다면,

아래 두 가지는 꼭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읽고 쓰는 것을 절대 놓지 말 것.

조급해하지 말고 길게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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