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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순이가 된 조선 선비, 그리고 5kg 증가의 비밀

빵처럼 촉촉한 인생의 글을 쓰고 싶다

by 아델린 Mar 18. 2025

나는 원래 빵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빵을 식사로 인정하지 않았다.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밥 한 공기 국 한 그릇 그리고 반찬 몇 가지가

있어야 식사지 밀가루 덩어리에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걸 어찌 한 끼라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요즘 나는…

아침에 빵,점심에 빵, 저녁에 또 빵.

심지어 커피까지 곁들인다.


“조선 시대 선비였으면 아침에 따뜻한 숭늉 한 사발을 마셨을 텐데, 이젠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네?”


스스로를 돌아보며 잠시 혼란이 왔지만 빵을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그 고민은 사라졌다.

아 이거 너무 맛있잖아!


빵을 식사로 먹는다고?


사실 나는 빵을 간식 정도로만 여겼다.

어릴 때 엄마가 사 오던 단팥빵, 소보로빵 같은 것들이 떠오르지만 그걸로 배를 채운다는 건 상상도 못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말했다.

“나 요즘 다이어트 중이라 베이글 하나랑 아메리카노로 아침 해결했어.”

나는 경악했다.


“그게 식사야?”

“그럼! 탄수화물 단백질 조합이라 균형도 좋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밥을 먹는 게 낫지 않나?”

“한 번만 먹어봐. 진짜 포만감 장난 아니야.”


반신반의하면서도 친구의 추천을 받아 베이글을 샀다.

기본으로 가야 한다며 플레인 베이글을 주문하고 대파크림치즈를 곁들여 한 입 베어 물었다.


쫄깃하다. 그리고 고소하다.

“이거 의외로… 맛있는데?”


베이글리스트 카페베이글리스트 카페





그날 이후 나는 빵을 식사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빵의 세계에 발을 들인 순간 거대한 함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빵순이로 변신, 그리고… 5kg 증가


처음엔 ‘그래 가끔 아침으로만 먹자 ‘ 했던 빵이 어느새 점심이 되고 저녁이 되었다.

단순한 베이글에서 시작해 크루아상, 바스크치즈케이크, 몽블랑, 치아바타까지…


빵의 매력을 알아갈수록 내 식탁 위에 밥 대신 빵이 자리 잡았다.

밥을 먹어도 간식으로 빵과 커피가 이제 주 메뉴가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무심코 체중계를 올랐다가 기절할 뻔했다.

“5kg 증가…?”


하긴 생각해 보니 매일 빵을 먹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빵은 식사로 충분해! “라고 외치던 나는 어느새 빵을 넘치도록 섭취하고 있었다.


원데이 클래스 ‘빵 만들기‘로 모든 장비를 사서 집에서 매일같이 스콘, 바스크치즈케이크, 초코머핀, 휘낭시에를 만들어 먹었다.

거기다 빵집에 가면 예쁜 디저트가 나를 유혹했고 ‘이건 간식이지 ‘ 하며 초코 크루아상을 추가했다.


“빵을 식사로 먹을 수 있었네 “에서 출발한 실험은 결국 “빵만 먹으면 살이 찌네라는 현실로 이어졌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하지만 어느새 나는 빵을 좋아하게 되었고 그 맛을 즐기는 법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빵도, 인생도 비슷하다는 것을.

빵을 만들려면 반죽이 숙성될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급하게 구우면 제대로 부풀지 않고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속이 촉촉한 빵이 탄생한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조급해하지 않고 충분히 경험하고 나만의 시간을 거쳐야 비로소 나다운 삶이 완성되는 것처럼.


나는 이제 빵을 식사로 인정하는 사람이 되었고

무엇이든 경험하고 배우며 내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앞으로도 나는 많은 것을 보고 맛보고 느낄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경험을 글로 남길 것이다.


빵처럼 촉촉하고 향기로운 인생을 쓰는 브런치 작가 주원이 엄마.. 아델린으로.



먹고 또 사온 베이글먹고 또 사온 베이글





좋은 빵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삶의 한 조각이다.” – 제임스 비어드 (James Beard, 미국 요리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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