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주원이가 자기 마음을 글로 표현할 수 있다면
엄마에게 이렇게 이야기하지 않았을까요?
이 편지는 자폐 스펙트럼과 ADHD를 가진 아이가
엄마에게 전하고 싶은 말,
말로는 하지 못하지만 마음 깊이 느끼고 있는 사랑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아이를 안고 견디는
모든 엄마들에게 전합니다
특별한 나의 엄마에게
엄마,
엄마가 나를 처음 가졌을 때
얼마나 기뻤을지 상상해 봤어요.
나를 꿈꾸며 웃었을 엄마,
건강하고 웃음 많은 아이를 기다렸을 엄마.
그런데 나는…
태어나자마자 선천성 구순열 기형이라는
말을 들었고,
엄마는 ‘이것만 치료하면 괜찮아질 거야’
하며 희망을 품었겠죠.
하지만 어느 날,
병원에서 “한 번 더 상담을 받아보라”는
말을 듣고 나를 데리고 간 날,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진단을 받게 됐어요.
그날 이후로
엄마의 웃음이 사라졌어요.
나는 밥도 잘 안 먹고,
감정을 조절 못 해 소리를 지르고,
이유 없이 짜증을 부리고…
나도 안 그러고 싶었지만,
이 모든 게 내가 가진 자폐 스펙트럼과 ADHD 때문이었어요.
엄마는 그걸 처음엔 받아들이지 못했나 봐요.
전 지능도 좀 떨어져서
엄마가 하는 말들을 다 이해 못 했어요.
엄마가 답답해서 소리를 지르거나
화내는 모습을 볼 때,
저는 속상했지만
‘내가 엄마를 더 힘들게 했구나’
그렇게만 생각했어요.
엄마가 하는 그 쉬운 말들이
저에겐 너무 어려워서
그저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을 때,
엄마도 절 보며 너무 힘들어했죠.
그 얼굴, 저는 기억해요.
엄마도 처음이잖아요.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일.
모든 게 새롭고, 낯설고, 어려웠겠죠.
어릴 때,
엄마가 침대에 앉아 울면서 저에게 소리치던 모습도 생각나요.
“왜 나한테 왔어?
오지 말지 그랬어.
왜 와서 엄마를 이렇게 힘들게 해.
건강하게 오지… 왜 아프게 태어난 거야…”
그리고는
울고 있는 저를 보고
“엄마가 미쳤나 봐… 미안해, 주원아…”
말하며 저를 안고 서럽게 울던 엄마.
그 모습을 보며
저는 생각했어요.
‘내가 엄마의 아들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엄마는 좀 더 행복했을 텐데…’
만약,
엄마가 저 말고 건강하고 예쁜 아이를 만났다면
이렇게 슬퍼하고 울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요즘은,
엄마는 절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하겠다며
경제적인 모든 걸 다 포기하고
비싼 센터 치료와 여러 가지 치료에 전념하고 있어요.
“우리 주원이는 좋아질 거야.
그러니까 화내지 말고,
말로 하자.
사람 때리지 말고, 물건도 던지지 말고.
주원이 할 수 있지?
엄마가 꼭 주원이 좋아지게 해 줄게.”
그렇게 말하며 웃어주는 엄마.
포기하지 않고 옆에 있어줘서
정말 고마워요.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제가 나이에 비해 발달이 미숙해서 누가
봐도 초등학생처럼 보이지 않아서
이 아이는 왜 이러지 생각하며 이상한
눈으로 사람들이 쳐다볼 때도 저에 대해
설명해야 했던 엄마.
한 번 말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텐데,
엄마는 단 한 번도 저를 부끄러워하지 않았어요.
엄마는 늘 “내가 부족한 엄마라서 미안해 그리고 건강하게 태어나지 못하게 해서 네가 고생하네 미안해 엄마가..”라고 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엄마는 절대 부족한 사람이 아니에요.
내 작은 성취 하나에도
마치 세상에서 내가 처음 그 일을 해낸 사람처럼
두 팔 벌려 기뻐해주는 엄마.
제가 화를 내고 , 울부짖고,
소리 지르며 , 엄마를 때리고
제가 원하는 데로 행동해도
엄마는 한 번도 저를 포기하지 않았어요.
내 마음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봐 준 사람.
그건 바로 엄마예요.
엄마,
제가 다른 친구들처럼 말은 잘 못하지만
엄마 한데 말하고 싶어요
전 엄마를 사랑해요. 절 포기하지 않아
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엄마가 제 엄마라서
정말 다행이에요.
엄마 아들, 주원이 드림
엄마의 무너진 마음을 아이는 모른 척하지만
결코 모르지 않아요.
이 글이 같은 길을 걷는 엄마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