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분석 및 감상
팀 버튼 감독은 어둡고 음울한 동화 같은 이야기를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만드는 데에 특화된 감독입니다. 오늘은 그런 감독의 성질과 대비되는 한 영화를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영화 <빅 피쉬>를 보고, 스토리텔링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서론
“우리 아버지의 이야기는 80%의 거짓말과 20%의 과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빅 피쉬(Big Fish)>는 표면적으로는 거짓말쟁이 아버지(에드워드 블룸)와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아들(윌)의 갈등과 오해를 풀어가는 스토리의 가족영화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다 큰 아들에게 여전히 믿지 못할 허풍 가득한 무용담을 늘어놓습니다. 아들은 그런 아버지를 질려하고, 그를 거짓말쟁이라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에드워드가 아버지이기 이전에 한 남자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어디부터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모를 이야기 속에 가려진 에드워드라는 남자의 인생, 그의 진심은 무엇일까요?
아버지의 이야기는 언제나 기상천외한 모험과 단 하나의 로맨스로 이어집니다. 관객은 윌과 함께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에드워드를 이해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이면을 잘 들여다보면, 이 영화는 아들 팀 버튼이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보내는 화해의 편지이자, 그때 그 시절 미국인 아버지로 산다는 것에 관한 이야기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전쟁을 거치고, 경제 불황기 속에서 에드워드는 가장으로서 가족을 책임져야 했습니다. 세일즈맨이라는 직업 특성상 출장이 잦았기에, 그는 가족들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적었던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는 것이 못내 안타까웠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가족으로 있던 기억을 최대한 아름답게 간직하기 위해 그 시간 속에 허구를 섞어 이야기를 만들어냈던 것입니다.
그 이야기는 비록 아들에게 아버지는 단 한 번도 진실을 말한 적이 없다며 분노를 일으켰지만, 그건 아버지의 사랑이었던 것입니다.
플롯
아들에게 들려주는 아버지의 동화 같은 이야기를 시작으로, 아들은 이후 이상하게만 들렸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점점 이해하게 됩니다. 아들은 깨닫습니다. 아버지의 삶에서 뭐가 거짓인지, 진실인지는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으며, 허풍쟁이 아버지의 이야기가 진실이냐 거짓이냐보단, 이야기 속 아버지의 행복이 중요하다는 것을요. 죽음을 앞둔 아버지를 마주한 아들은 그간 무시해 왔던 그의 동화 같은 거짓말에 동조해, 그의 최후를 아름다운 동화로 만듭니다. 이후, 자신의 아이에게 아버지처럼 허풍 섞인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시간대가 아버지의 과거와 아들의 현재가 공존한다는 특징을 갖습니다.
한 남자의 일대기(모험)를 몽환적이고 매력적인 영상미로 구축해 내며, 현실과 동화를 오가는 듯한 사랑스러우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는 스토리가 특징입니다.
현실적
로버트 맥기의 ‘이야기의 정의’에 따르면, 이야기란 어떤 사건에 의해 삶의 균형이 무너져버린 주인공이 그 균형을 회복하고자 여러 적대 세력과 맞서 싸우며 자신의 욕망을 추구해 나가는 것이라 합니다. 이야기는 단순한 허구 세상이 아니라, 언제나 현실 바라보고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방식입니다. 팀 버튼은 이 말을 잘 이해하고 있고, 잘 소화해 낼 줄 아는 감독입니다. 알게 모르게 이루어진 cg를 사용하지 않은 현실적 터치는, 관객이 비현실적 장면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들어, 자기 동일시의 심리적 기제가 잘 이루어지도록 했습니다. 거짓과 진실이 만나는 순간, 판타지가 현실적인 힘을 발휘하면 더 이상 판타지가 아니라, 리얼리티가 된다는 말을 이 영화를 보고 이해하게 됐습니다.
호기심
작중 초반에 에드워드는 한쪽 눈이 유리구슬인 마녀의 구슬을 보아, 자신이 어떻게 죽는지 보았다고 말합니다. 그렇기에, 아버지는 자신이 어떻게 죽는지 알기에 위험한 모험을 계속해나갈 수 있었으므로, 앞으로 벌어지는 사건에 대한 개연성을 제공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에드워드가 어떤 방식으로 죽음에 이르는지는 오직 그만이 봤습니다. 이는 관객에게 그가 어떻게 죽는지 궁금증을 유발하고, 영화를 끌고 나가는 발전기 역할을 하는 장치입니다.
리듬 만들기
영화 내내 에드워드는 아들 윌을 낳았을 때 이 고기를 잡았다고 하더니, 언제는 자신의 결혼반지를 먹어버려 포획하는 데 고생했다는 등 내용은 늘 조금씩 달랐지만 계속해서 큰 물고기를 언급합니다. 이 빅 피쉬는 영화의 반복되는 모티프입니다.
아버지의 고향의 강에는 사람 몸집만 한 큰 메기가 살았는데, 그 메기를 잡는 것이 그의 소원이었습니다. 결혼반지를 미끼로 쓰는 등 그 메기를 잡고자 했지만, 메기는 반지를 삼키고 달아납니다. 아버지는 재도전을 하여 기어이 그 메기를 잡는 데 성공했고, 메기는 삼켰던 반지를 도로 토해냈습니다. 그날이 바로, 아들 윌이 태어난 해라는 것이 이야기의 줄거리입니다.
결말의 에드워드가 빅 피쉬가되는 부분은 관객들로 하여금 깊은 여운을 남기게 했습니다. 계속 이야기 속 등장했던 마치 어떤 근원적인 장소와 같은 강에서 빅 피쉬가 된 것은 모티프는 최소 3번은 반복해야 한다는 규칙, 영화 초반에 요소를 심고 후반에 거둬들이는 스토리텔링 방식을 훌륭히 잘 사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빅 피쉬의 상징성:
실제로 그에게 있어, 빅 피쉬는 두 마리였습니다. 아내 샌드라와 아들 윌. 그 큰 물고기는 결혼반지를 먹어버림과 동시에 아들이 태어나던 날 잡혔기 때문인데, 나중에 그가 빅 피쉬 그 자체가 되며 불멸의 존재로 남게 된 것은 가족을 향한 아버지의 영원한 사랑을 의미하는 것 같았습니다.
극적 아이러니
“때로는 초라한 진실보다 환상적인 거짓이 더 나을 수도 있단다. 더구나 그것이 사랑에 의한 것이라면!”
사랑하는 사람과 가장 소중한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는 것이 안타까웠던 남자는 평범하고 슬픈 사실에 웃음과 재미라는 특별한 사실을 더하는 방법으로 추억을 아름답게 간직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아들 윌에게는 그것이 아버지의 지겨운 허풍과 거짓으로만 느껴져, 아버지의 진심은 다른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하고 아버지와 멀어지는 계기가 된 것이 아이러니라고 생각합니다.
결론
스토리 면에서 다소 어두울 수 있는 갈등과 죽음의 소재를 밝고 순수하고 밝고 유쾌하게 표현한 감독의 역량이 돋보였고, 아름다운 영상미가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숨겨져 있던 순수한 마음을 일깨워주었습니다.
영화를 본 관객은 자신과 부모님 관계, 인생, 인생의 목표인 빅 피쉬 등 여러 관점으로 영화를 보게 하는 등 영화의 깊이감까지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평범한 삶 속의 아름다움에서 감동을 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성공적인 작품은 모두 3막 구조를 가집니다. <빅피쉬>는 훌륭한 3막 구조를 잘 지켰고, 아버지의 마지막 이야기를 윌이 만들어냄으로써 에드워드의 성공적인 인생 마무리를 함과 동시에 성공적인 영화의 반열에 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