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라도 제가 사겠습니다 ..
“밥 사는데 나이가 어딨어? 능력 있는 사람이 사는 거지!”
사실 나는 작년까지만 해도 지인들에게 밥을 얻어먹어 본 적 없는 사람이었다. 내가 그들보다 능력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단지 중학생 때부터 각종 아르바이트하며 살아온 덕에 월급이나 일하다 손님들께 받은 팁으로 또래 아이들보다 지갑이 조금 더 여유로웠고 성인이 된 직후에는 대학생이나 군 복무 중인 친구가 더 많았기에 자연스레 내가 사는 게 익숙해졌다. 무엇보다 나는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밥을 사고 선물하는 게 행복한 사람이기도 하다. 물론 요즘은 워낙 젊은 고소득자가 많고 내 지인들도 사업하는 친구가 늘어나 전업주부인 나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사회에서의 위치가 달라졌지만, 나는 성인이 되었다는 이유로 그들과 직업이나 소득을 따지는 피곤한 관계가 되고 싶지 않다.
‘예비맘’이라 불리는 임산부부터 어린이집 다니는 아이 엄마를 뜻하는 ‘얼딩맘’, 유치원생 아이 엄마인 ‘유딩맘’, ‘초딩맘’, ‘중딩맘’, ‘고딩맘’, ‘대딩맘’ 등 많은 이름을 통칭하는 ‘육아맘’ 엄마들이 모인 온라인 육아 카페 ‘맘카페’를 들어가 본 적 있는가? 바야흐로 ‘맘카페’란 어떤 사람들이 모여 어떤 주제로 이야기하는지 궁금해서 탐색하던 당시였다. 온라인상에서 익명의 힘을 빌려 완벽한 타인들에게 속마음을 마구 드러내는 게 신기했다. 지금은 나 역시 브런치에 내 속마음을 마구 드러내고 있지만 아무튼 생활비를 얼마나 쓰는지, 적금은 얼마나 넣는지, 남편 소득은 얼마인지 전부 오픈하는 일은 다반사요 월 천만 원 이상인 고소득자들의 댓글만 가득했다. 그래, 잘 버니까 자랑하고 싶을 수 있지. 그런데 그 글의 작성자는 자신과 비슷한 수준인 사람들의 댓글을 원했을 테다. 그래서일까? 본인과 비슷한 수입인 경우만 댓글을 달아달라며 글을 수정하거나 새 게시물을 올리는 경우도 많이 봤다. 그렇게 나는 탐색을 끝냈다. 지금은 제품 구매 전 정보 수집을 위해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 후기를 찾기 위해 간헐적으로 온라인 카페를 이용한다. 현재의 한국은 분명 직업에 귀천이 없는 자본주의 사회다. 한데 소득으로 일명 ‘급’을 나누는 신분 사회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다시 돌아와서, 밥 사는 데 나이가 어디 있느냐고? 맞다. 나이와 능력은 비례하지 않는다. 하지만 젊은 엄마로 살아보니 어느샌가 밥을 주로 얻어먹는 위치에 있었다. 모두가 그렇진 않지만, 나이를 밝히니 카페 정도는 내가 사더라도 밥은 다음을 기약하며 사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셨다. 물론 나 역시 나보다 열 살 이상 차이 나는 동생이 있다면 내가 내려고 할 것이다. 그 때문에 혹여나 누구든 나와의 만남을 부담으로 느끼지 않도록 내 나이를 최대한 밝히지 않는 것이 엄마들 사이에 공존하며 살아가는 생존 비법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