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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이야기 - 바 위 (유치환)

by Ad Fontes

바 위

유치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대로


억 년 비정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먼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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