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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약 Jul 15. 2024

테드 레빗의 마케팅

변하지 않는 마케팅의 본질

마케팅 업에 종사하면서 클라이언트나 업계 동료들과 가장 많이 나누는 대화의 주제가 있다면 무엇일까?


"요즘 다들 어때요?"

"진짜 시장이 안 좋은 것 같아요."

"이 산업은 사양 산업이라 어쩔 수가 없어요."


이런 형태의 답 없는 푸념은 몇 십 년, 아니 몇 백 년이 넘도록 계속되어 왔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이건 불변의 마케팅 본질이다.

어떤 산업이든 한때는 성장 산업이었다. 하지만 또 한 가지, 예외 없는 원리가 있다. 상품은 그대로 두면 반드시 진부화된다. 그 부진의 원인은 시장의 쇠퇴가 아니다. 경영의 실패다.


아주 오래전부터 어디서나 그 동네를 꽉 쥐고 있던 세탁소 집 사장님들이 폐업 안내 문구를 내건다. 세탁 관련 기기, 세제 등 좋은 제품이 너무 잘 나오고 사람들의 의복, 원단 형태도 변하다 보니 고가의 드라이클리닝 비용을 아끼고 다른 형태로 의류를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이 어려워진 게 아니다. 고객의 삶과 수요의 형태가 변화되었을 뿐이다. 1인 가구의 증가와 바쁜 생활로 인해 셀프 세탁, 코인 세탁방의 점포 수는 최근 10년 사이에 크게 늘었다.


힘든 건 시장 탓이 아니다. 마케팅 능력 부족 때문이다.
니즈(Needs)가 사라진 게 아니다. 색다른 니즈가 분명하게 구체화됐을 뿐이다.


시장 포화론이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케팅의 성공으로 끊임없이 성장하는 대표적인 산업이 있다. 바로 '편의점'이다. 편의점은 단순 소매업에 안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변화는 이미 90년 대부터 탄력적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ATM 설치, 공공요금 수납, 택배 화물 접수, 저렴한 고품질 식품상품 개발 및 유치, 더 나아가 어떤 편의점은 점포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무장해 관광 명소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기도 하다.


마케팅을 시작할 때 우리는 보통 시장조사를 먼저 시작한다. 하지만 단순히 '현재' 시장을 조사하는 것만으로는 진짜 성장성 있는 시장을 발견하기 어렵다. 시장조사로 고객의 선호는 파악할 수 있지만 이 세상에 아직 존재하지 않는 제품의 원츠(Wants)는 파악할 수 없다.


하루에도 수백만 가지의 제품과 브랜드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시대다. 특히 크로스보더 커머스 트렌드는 이런 현상을 더욱 가속화했다. 중국의 거대 커머스 기업은 수억 개 이상의 제품을 초저가로 글로벌 시장에 쏟아붓고 있다. 흔히 '니치 마켓'이라고 표현하는 좁지만 비어 있는 시장을 찾는다는 것은 요즘 시대에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한다. 대부분의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 지독한 레드 오션에서 경쟁하고 있다. 이런 시장에서 제품 본연의 고품질 경쟁력만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실제로 따라잡을 수 없는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수많은 상품 속에 유사한 모양새로 섞여 있는 그 제품을 대중이 선별해 낼 수는 없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그동안에는 없었으나 사실은 고객이 원하고 있던 것을 찾아내어 매력적인 시장으로 새롭게 만들어 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마케팅'과 '판매'는 반대 개념이다. 판매의 출발점은 판매자가 '제품을 현금으로 바꾸고 싶다'는 니즈이다. 하지만 마케팅의 출발점은 구매자의 니즈이다. 물론, 판매 또한 고객 중심에서 생각하지만 그 정도의 개념으로는 부족하다. 고객을 위해 '온 힘'을 다 해야 한다.


어떤 기업이든 기업이라면 해내야 하는 사명이 있다. 고객 창조와 고객 만족이다. 제품 제조는 수단에 불과하다.



테드 레빗의 이러한 마케팅 이론은 이미 60년이 넘게 인정받아 온 이론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제품 제조에 중심을 두고 있다. 심지어 지금은 제품 제조가 너무나도 쉬워진 시대이다. 원하는 옵션과 패키징 등을 손쉽게 선택하여 자신만의 브랜드를 붙이면 제품을 론칭할 수 있는 서비스도 넘쳐난다. 하루에도 수만 개의 브랜드가 등록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의 브랜드에는 '마케팅'이 비어있다. 온라인 스토어를 열어서 상세 페이지를 잘 만들고 열심히 팔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시장은 더욱 혼잡해지고 소비자는 선택 마비에 빠진다. 그리고는 또 이런 대화를 나눈다. "시장이 너무 안 좋아서 힘들어요."


마케팅이 비어 있는 브랜드의 외롭고 답답한 싸움.

브랜드의 성공에 같은 온도로 고민하며 마케팅 전략을 짜지 않는 광고 대행사.

그 사이에서 진짜 마케팅을 채워줄 수 있는 존재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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