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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아들의 우주는 수로 이루어져 있다

제목: 공예 & 물안개축제 & 임플란트 등등

by adhdcafe
<초2adhd일기 2023년 11월 10일_공예>

오늘 공예시간에 이야기 한 주제는 가을이다.
오늘 코딩선생님이랑 승0이엄마가 공개수업으로 왔다.
나는 색종이 접는 것 집중해서 끝냈다.
나는 공예선생님이 말씀하실 때 공예선셍님 말씀에 귀기울였다.
공예선생님은 날 떼어놓고 가고 싶다고 했다.
왜냐하면 집중 안 하고 네가 장난쳐서 그런것이다.
나는 20%밖에 집중 못 하는 것이 아니라 100%집중할 수 있다.
어린이 60%만 집중해도 잘 하는 것이다.4,50%면 조금 잘 하는 것이고 6,70%면 보통이고
8,90프로면 잘하는 것이고
100%면 매우 잘하는 것이다.
<초2adhd일기 2023년 10월 25일_물안개축제>

다음주 금요일날 물안게 축제있다.
칼림바로 언제나 몇 번이라도 다음주 수요일까지 끝내야한다.
123153 252 16317
76712 5123 443212
123153 252 166715
56712 5123 443211
34555 55654 333 33432
1117 6771 223232
34555 55654 333 343217
66712 5123 443211
<초2adhd일기 2023년 3월 21일_임플란트>

임플란트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하는 것이다.
동생이 야구 한다.
오늘 치과치료 했다.
별로 안 아팠다.
치과비 300000원 들었다. 지난주에 160000원 들었다. 오늘 40000원 들었다. 이제 총 200000원 들었다. 다다음주에 또 100000원 든다. 그래서 총 300000원 든다.
내 치과 이 잘 괄리할것이다.
<초2adhd일기 2023년 3월 29일_볼링 후 홈플러스 주차장>

홈플러스 지상 6층 주차장이랑 4층주차장 구경 했다.
엄마랑 볼링쳐서 스트라이크랑 스페어처리했다. 첫 번째 37점 2번째 48점
다른 사람 193점 나온 사람도 있고 다른 사람 194점 나온 사람도 있다.
선수인것같다. 선수들은 볼링 200점은 많이 넘어야 된다.
한 220점 원래는 270은 해야된다. 280점 하면 더 좋다. 볼링은 300점이 최고점수이다. 0점이 최저 점수이다.
재미있다! 엄마는 나보다 2배나 잘했다. 아빠가 더 잘한다.
선수들은 250점 넘어야 된다.
<초2adhd일기 2023년 5월 27일_그 날 할 것을 하루 이틀 정도는 미룰수 있다.>

나는 2년 늦었다. 그러니까 아빠는 10년 늦는다.
9살+30살 37살
2053년 5월27일
힘든 하루를 이겨내는 법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스테이크
치킨
고기
<초2adhd일기 2023년 4월 3일_4월4일 4월5일 4월6일>

오늘 치과에 갔다 왔다. 의사 선생님이 잘하고 있어라고 칭찬해 줬다. 90프로 할때는 10프로 남았고 95프로 할때는 5프로 남았고 100프로 할때는 다 끝났다. 오늘 이마트 트래이더스 4층 주차장에다가 세웠다. 내일은 볼링장 다녀 올 것이다. 모래는 남은 학습지 할 것이다.


아들은 세상을 수로 이해한다. 예를 들어, 밥을 몇 퍼센트 먹었는지, 오늘 학교에서 몇 퍼센트 잘했는지 등등 아들은 숫자로 섞어가며 어색한 대화를 이어가곤 한다. 수업시간이든 쉬는 시간이든 빈 종이나 심지어 교과서 여백에도 빽빽하게 낙서를 한다. 낙서의 내용은 온통 숫자들이다. (뭔 암호키도 아니고)


아들의 입은 쉴 새 없이 작동하는데, 약을 먹고 말을 참으려 하면 유독 손톱을 가만히 놔주 못한다. 피가 날 때까지 손톱을 뜯는다. 불쌍한 손톱을 보호하기 위해 장갑도 끼워보고, 손가락 끝마다 밴드를 붙여보기도 했다. 한동안 먹혀들지만 얼마 지나면 또 손톱에서 피가 철철 흐른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클레이를 대용량을 사주는 것이었다. 클레이로 뭔가 만들기에 집중하면 불쌍한 손톱이 자랄 틈을 벌어줄 수 있을 테니까 제법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그런데 웃프게도, 또 클레이로 숫자들을 만들어 낸다. 영상 보는 시간, 곱셈과 나눗셈 등을 잘도 숫자를 만들어 낸다. 문화센터에 클레이 교실에서 동화를 읽어주고 클레이로 관련된 활동을 하는 그런 수업을 받았었다. 하지만 여전히 클레이로 숫자 만들기 놀이를 제일 좋아한다. 숫자 침착 내지 숫자 사랑에 대한 놀이확장은 참으로 멀게만 느껴진다.



오래간만에 두 아들들을 데리고 카페에 갔다. 저녁시간이라 카페에는 손님이 없었다. 웬걸 주인장도 없다. 아마도 저녁식사 중이려나? 좀 기다리다가 주인이 안 오면 다음에 올까 하고 편안한 소파에 앉아서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큰 아이는 피아노로 달려가 그동안 배운 곡들을 쳐준다. 카페에 다른 손님들이 없을 때는 연주를 해도 된다는 메모가 있으니 오늘은 리사이틀을 해도 되겠다. 피아노 소리를 듣고 주인아주머니가 달려온다.

큰 둥이는 유자 라테, 막둥이는 딸기 에이드, 엄마는 뜨아, 거디다 막내는 아이스크림을 가리킨다. 아이스크림이 1000원이니까 시켜도 되냐고 묻는다. 주인아주머니께서 이건 와플에 얹어 주는 건데 하시더니, 마음씨 좋은 주인장께서 서비스로 아이스크림은 두덩이 주셨다.


음료가 나오고 한 입씩 쭉 빨고 오늘의 본론으로 들어가잔다. 막둥이는 미니 백에서 A4용지와 연필을 꺼낸다. 오늘의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엄마는 앞으로 용돈을 주는데, 집안일 도울 때마다 달라고 한다. 막둥이의 제안에 큰 둥이까지 덩달아서 신이 난다. 예를 들어, 설거지하면 1000원, 거실 청소하면 500원 이런 식이다. 엄마는 그렇게 큰 단위로는 못 준다고 깎았다. 설거지 500원 거실 청소기 돌리면 200원 걸레로 닦으면 200원으로 합의를 봤다.


A4 용지에 용돈을 적더니, 마이너스 안 좋은 일 하면 빼는 것도 하자고 한다. 그래서 또 큰 둥이 막둥이 떠오르는 것을 써 내려간다. 주급으로 달라고 했는데, 그러면 엄마가 너무 번거롭다고 해서 월급제로 매달 마지막에 정산하기로 했다. 나중에 컴퓨터로 작성해서 정리해서 다음 주는 시범적으로 해보고 6월부터 정식으로 시행하자고 한다. 막내가 짐짓 엄숙한 목소리로 "그럼 한주 동안 시행해 보고 이달 마지막에 부족한 부분은 다시 의논하러 모이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아마 학교에서 이런 토의 연습을 해봤나?.?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이들은 기분 좋게 셀프 목욕을 했다. 때 밀어주는 것은 한 달에 한 번만이다. 두 아이 모두 혼자 샤워를 마치고 머리를 대충 말리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작은 아이가 카페에서 정리한 내용을 읽고 타자가 빠른 형이 적는다. 엑셀 파일을 켜고 집안일 돕기와 용돈정산표를 작성한다.


"앞으로 용돈 주세요." 이 깜찍한 요구에 흠칫했었다. 아들들이 이런 요구를 할 정도로 컸나! 엄마 몰래, 아빠 몰래 아이들의 키가 자라고 생각이 자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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