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수가 올라가는 게 신기한 브린이는 매일 통계 페이지를 드나듭니다. 6월 28일, 어제도 설레는 마음으로, 그러나 큰 기대 없이 출근도장을 찍으러 들어갔는데, 아니 이게 무슨 일이지요? 조회수가 600을 넘었더라고요! 조회수가 0인날도, 1인 날도 있었던 저에겐 엄청난 숫자였습니다.
"우왓!! 여보! 조회수가 600을 넘었어! 이러다 1000 넘는 거 아냐?" 신이 나서 남편에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김칫국 마시지 마~"
남편이 얄미웠지만 기다렸습니다. 시간이 흘러가기를요.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요,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다는 알림이 떴습니다. 라이킷은 10만 넘어도 알림을 해주던데, 조회수는 1000이었군요! 한 달 만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회수의 출처는다음이었어요. 다음메인 '오늘의 스토리'에 제 글이 올라갔던 것이었습니다. 오 아버지!
저는 여기저기 자랑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자기 자신을 칭찬하는 것에 인색했던 사람이었기에, 다른 사람의 축하에 기대어 스스로를 칭찬해 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스스로에게 제일 깐깐하고 엄격하던 제가, 자신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건넨 것이 얼마만인지 모릅니다. 아이를 낳은 그 순간만 대견했고, 키우는 내내자책뿐이던 저에게 힘내라고 이런 기쁨을 준 것일까요.
아이 하교시간이 다가온 줄도 모르고 자랑을 하다가, 아차! 싶어 문을 박차고 나갔습니다.청춘 드라마 속의 여주인공이 된 것처럼싱글벙글 웃으며 열심히 뛰었습니다. '아들한테 자랑해야지!' 하면서요.
교문 앞에서 아들의 얼굴을 보자마자 외쳤습니다.
"아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엄마가 쓴 글을 읽었어!"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엄마가 신나게 말하니 아들도 신나게 물어보았지요.
"1000명?"
"우왓! 어떻게 알았어?! 우리 카페 가자! 축하파티하러!"
그렇게 우린 브런치 카페로 향했습니다.'브런치 스토리가 나에게 기쁨을 주었으니 브런치 타임을 즐겨야지' 하면서 말이에요^^
처음엔 '과연 나의 글을 읽고 공감하는 사람이 있을까?', '내 글을 계속 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작가선정이 되었으니 읽을만한 글이겠지, 자신감을 갖자!' 하며 올려 보았습니다.
처음으로 발행한 글은 저를 브런치 작가가 되게 해준 글이었는데, 감사하게도 읽어주시고, 구독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신기했습니다. 내 글을 남이 읽어 준 경험이라곤 고등학교 때 '웹 단편 소설'을 몇 개 써 본 이후로 없었기 때문이죠.
그 흔한 블로그 포스팅도 하지 않았고, 일기도 고등학교 시절 이후로는 꾸준히 써본 적이 없었습니다. 의무교육을 마치고 대학에 진학하여 졸업을 하기도 전에 취업을 했고, 결혼을 한 그해에 아이를 출산하였으며, 아이들만 바라보다 8년이란 세월이 흘러갔으니까요.
번갯불에 콩 구워 먹 듯 속전속결 인생이었기에 살아내기 바빴습니다. 지난 8년을 돌아보니, 펜을 잡아 본 일이라곤 아이들의 입학원서등을 쓸 때뿐이었어요. 지금생각해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이랬던 제가 어떻게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 걸까요?
아이와 함께 ADHD진단을 받은 2022년, 정지음 작가님이 쓰신 '젊은 ADHD의 슬픔'이라는 책 덕분에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 브런치를 탐방하면서 '우와! 누구나 작가라는 이름으로 글을 쓸 수 있다니!' 하며 놀라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2023년 올해, 브런치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 지 8년이 되었더군요. 그 사실도 반가웠습니다. 저도 2015년 임신을 했고, 올해 엄마인생 8년 차가 되었거든요. 잠자고 있던 글쓰기 본능이 꿈틀거렸어요. '브런치'였던 플랫폼이 '브런치 스토리'로 새 단장을 하여 수많은 작가와 독자를 만나는 것처럼,
'나도 두 아이의 엄마가 아닌 글을 쓰는 작가로서 살아 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플랫폼이 있다니!' 했던 것도 잠시, 선뜻 작가 신청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오랫동안 나와 동고동락했던 우울증과 불안, 몰래카메라 같았던 ADHD진단이 제 자신감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었거든요'는 핑계고, 사실 귀찮았어요.
글을 쓰고 고치고 또 고치고. 괴로운 퇴고의 과정을 거쳐야 하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써도 작가로 선정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지요.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작가신청을 했으면 당연히 작가로 선정되어야지', '선정되지 않을 글이라면 신청도 하지 않겠다'는 이상한 생각을 하며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실패의 쓴맛을 보지 않고 한 번에 성공하길 바랐던 거지요.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으면 시작도 하지 않는, '게으른 완벽주의'라고 자신을 포장하고 살았던 자존감 낮은 주부였으니까요.
그런데 어떻게 신청을 하게 되었냐고요?
'그래 오늘은 도전해 보자'하며 계획을 했던 것도,어떤 동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강의를 들으며 공부를 해야 하는데 하기 싫었던 거죠. 회피행동과 충동이었습니다.
아이들을 시댁에 보낸 금요일 밤, 유튜브대학 강의를 듣다가 너무 집중이 안 돼서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어요. 자정이 넘었기에 ADHD약 효과가 떨어지면서 의지도 함께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냥 덮고 일찍 자면 되는데, 집에 혼자 남겨진 황금 같은 시간을 포기할 수 없어 꾸역꾸역 의자에 앉아있었지요.
결국 강의를 꺼버렸고, 달랑 글 두 개 포스팅하고 방치해 두었던 네이버 블로그에 들어갔습니다. 그중 처음 썼던 글을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엉망이었죠. 쓸 때는 몰랐는데 시간이 흐르고 다시 읽으니 고칠 것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퇴고를 할 땐 며칠의 시간을 두고 다시 읽어 보라'는 말이 맞았습니다. 글을 삭제하긴 아깝고, 그렇다고 그냥 두기엔 창피했기에 글을 수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두 시간가량을 읽고 고치고, 또 읽었습니다. '이 정도면 된 것 같아!' 하며 글을 다시 포스팅하고 나니 신기하게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때 번뜩 '브런치 스토리'가 생각났습니다.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선정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 오늘이야, 느낌이 좋아!' 하며 신나게 작가신청 페이지를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작가소개를 쓰면서 '유치원 교사였으면서 현재 ADHD아이를 키우는,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동반한 성인 ADHD엄마는 없을 거야'라고 생각했고 마치 선정이라도 된 듯 즐거웠어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검토가 아주 빠르더군요! 한 번에 합격했습니다! 사실 합격할 것 같았어요. 자신감 없던 애 둘 엄마 어디 갔냐고요? 대체로 자신이 없는 편이에요. 하지만 저에겐, 가끔씩 근거 없는 자신감이 막 올라와 충동적으로 일을 벌이는 ADHD성향이 있거든요. 허허.
지금도 메인 한번 올라갔다고 인기 작가라도 된 것 마냥 신나게 후기를 쓰고 있는 것 같지 않나요? 사실 메인에 올라갔음에도 조회수가 1200 정도에머물렀으니 대단한 일은 아니랍니다. 이렇게 자랑하는 글을 쓰는 것이 민망하기도 하고요. 그래도 귀엽게 봐주세요. 이제 자라나는 새싹이니까요^^
이 글을 쓰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브런치 작가가 되려 준비 중이신 분들에게 희망을 드리고 싶어요.
MBTI 'YDSM(용두사미)'유형인 제가 해냈으니, 여러분들도 분명히 하실 수 있다고 말이에요!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자신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해 주세요. 나라는 사람은 한 명이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는 여러 개니까요.
제가 전직유치원 교사였고 ADHD아이를 키우는 성인 ADHD엄마인 것처럼요. 전공이었던 유아 교육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고 ADHD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고, 육아에세이도 쓸 수 있는 글감이 풍부한 사람이다라고 어필했던 것처럼 말이에요.
글솜씨도 중요하지만, 내가 얼마나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있는 이야기보따리인지 자랑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거기에 정말 진솔하게 쓴, 나만의 색을 입힌 글이 있다면 분명히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 믿습니다!
1년쯤 뒤에 이 글을 보면 엄청 웃기고 창피하겠지요? 이제 시작했으면서 유명한 글쟁이라도 된 것처럼 떠들었으니 말이에요.
그래도 당분간은 기분 좋으렵니다~! 허세 가득 장착한 초등학생 아들 같지만 아무렴 어때요, 글 쓰고 싶은 의욕이 샘솟으니 좋은 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