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울던 날, 내 마음을 돌보게 됐다.

바쁘다는 핑계로 회피하던 마음에 경종을 울리는 때가 있다.

건강검진을 받고 나서도 나는 꽤 오랫동안 대수롭지 않게 지냈다.

사실 대수롭지 않게 지냈다고 하지만, 돌이켜보면 출퇴근길과 집에 와서 늘 눈물을 흘렸다.

그때의 나는 회사가 힘들면 누구나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대수롭지 않게 지냈다는 말은 자기 방어 같은 포장이었다.


그 후로 몇 달간은 그냥 그렇게 버텼다.

출퇴근을 반복하고, 업무에 적응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려 애쓰며…

괜찮은 척, 무던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원래 나는 웃음이 많고 말을 많이 하는 외향적인 사람이었다.

그런데 새로운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말을 적게 하고 튀는 행동도 하지 않는 무던한 사람이 되어야만 했다.

그게 나를 갉아먹는 일이라는 걸, 눈물이 흐르고 우울증 판단을 받고, 약을 먹기 전까지는 몰랐다.

어느 날, 퇴근을 하는데 지하철에서 문득 눈물이 났다.

지친 몸으로 퇴근길에 서 있는데, 내가 왜 이렇게 힘들게 직장생활을 해야 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 이유 없이 울컥했고, 사람들 틈에서 조용히 눈물을 삼켜야 했다.





2025년 4월

“지하철에서 울던 날, 내 마음을 돌보게 됐다”


그 순간, 내 시야에 들어온 건 지하철 안 광고판이었다.

“서울시 청년마음상담” QR코드와 함께 신청할 수 있다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아마도 다른 때엔 그 광고가 있다고 해도 관심도 없었을 텐데, 정말 힘들 땐 그런 광고가 잘 보였다.

별다른 기대도 없이, 그냥 무언가를 붙잡는 마음으로 QR코드를 찍었다.

그땐 병원에서 우울증이라고 한 게 잘못된 거겠지 내가 무슨 우울증이야 그렇게만 생각했다.

아니길 바라는 마음에 신청했고, 단순 심리 상담으로 나의 이런 현실의 힘듦을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신청은 생각보다 간단했고, 며칠 후 상담기관에서 연락이 왔다.

상담 일정을 잡고, 그전에 몇 가지 심리 검사를 링크를 통해 모바일로 진행했다.




상담을 처음 간 날, 상담사 선생님이 아주 걱정되는 표정으로 괜찮냐고 물어보셨다.

왜일까... 정말 처음 보는 사람인데, 눈물이 너무 났다. 그냥 어쩌면 괜찮냐고 물어봐 주는 사람 앞에서 울어도 괜찮을 것 만 같았다.


나는 궁금했다.

왜 이렇게 사는 게 벅찰까.


남들처럼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는 건데

왜 나한텐 이렇게 힘든 일일까.

아침에 눈을 뜨는 게 괴롭고,

회사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지쳐 있고,


나는 그저 게으른 사람일까,

나약한 사람일까,

아니면 그냥 적응을 못하는 걸까.


수없이 나를 의심했고, 자책했고,

그러다 어느 순간엔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내 마음이 아픈 줄,

나는 정말 몰랐다.


몸이 아프면 당연히 병원을 가듯

마음이 아프면 돌봐야 한다는 걸

나는 너무 늦게 알았다.


한참을 울고 나서 결과지를 받았다.


결과는 역시나 ‘우울’이었다.

그때 나는 조금 낯익은 기분이 들었다.

“아, 정말 우울증이구나. 이번엔 확실하구나.”

이미 건강검진에서도 들었던 이야기인데, 이상하게 이번엔 더 깊이 와닿았다.

나 자신도 모르게, 꽤 오래전부터 힘들었구나 싶었다.


그저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인가 보다’ 하고 넘겼던 수많은 신호들이

조금씩 연결되기 시작했다.

내 안에서 처음 경험해 보는 파도가 일었다.






작가의 말 :

서울시에서는 청년 마음 건강을 지원합니다. 제가 그랬듯 상담을 찾아가는 것이 너무 어렵고 무서운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마음이 괴롭고 힘들다면, 상담을 하기가 무섭고 정신과에 가기 무섭다면 청년 마음건강 지원사업을 이용해 보세요. 6회에 걸쳐 내 마음 상태와 나의 기질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합니다.

(1985년~2006년생 신청 가능 / 무료)

https://youth.seoul.go.kr/infoData/plcyInfo/view.do?plcyBizId=20250519005400210855&key=230915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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