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출산 후 우울증으로 몸과 마음이 많이 힘들었던 어느 날,
첫째 아들이 다섯 살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들과 산 중턱 무덤이 있는 곳 풀밭에 누워 쉬고 있었습니다.
언덕 아래 예쁜 전원주택이 있어서 그 주택을 보고는 아들과 함께 우리가 살고 싶은 전원주택을 상상하며 신나게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뭐가 있으면 좋겠고, 방은 몇 개였으면 좋겠고, 몇 층이었으면 좋겠고 등
둘이 누워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이야기를 나누며 힐링이 됐던 날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리고 4년 후 어느 날
지금 살고 있는 저희 집을 보고 문득 그날이 생각이 났습니다.
아들과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이야기했던 집과 저희 집이 아주 많이 닮아 있었습니다.
아이와 이야기했던걸 기억하고 그걸 목표로 집을 지었던 게 아닌데...
우리 마음속에 그 꿈꾸던 집이 자리 잡고 있다가 현실로 하나둘 이루어질 기회를 만났던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상상했던 날이 아마도 스케치를 했던 날이고,
현실을 살아가며 그 스케치를 채색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것은 목표달성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저는 이 말을 인생에서 실감하며 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꿈꾸는 미래를 상상하는 시간을 잘 갖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도 오늘 그 기적의 그림을 그려보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10년 뒤 나를 만나봅니다.
50대 중반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더 예뻐진 것 같은데?
왜 나이 들어가면서 더 멋있고 세련되는 거지?
그렇게 매일 그만둘까 고민하더니 아직도 오브디자인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네.
그런데 이제는 혼자가 아니야.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고 있진 않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가 5명이나 있네.
모두 집에서 육아를 하며 오브디자인 일을 하고 있고, 회사 분위기가 너무 밝고 좋은걸~
디자이너라기보다 멋진 사장님의 모습으로 성숙했구나.
첫째 아들은 군대에서 군복무를 건강하게 잘 마치고 돌아왔고,
둘째 아들은 휴학을 하고 군입대를 준비하고 있네.
두 번째라 해도 아들이 군대에 가는 것은 아직도 마음이 어렵구나.
자신들이 하고 싶었던 길을 찾아 독립해 가는 아들들을 보니 뿌듯하다.
아들들이 나가고 우리 부부만 살고 있는 집을 북카페로 만들었네.
이름은 <책이랑 논다>라고 논 앞에 있어서 논다구나~
책이 많이 있다기보다 함께 책을 읽고 수다 떨고 싶은 사람들이 소소하게 오는 곳이네.
나는 맛있다고 내려주는 핸드드립 커피가 오신 분들은 어떤지 아직 잘 모르겠다.
내가 커피 맛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서...
뭐 커피 맛을 보려고 오는 게 아니라 수다 맛을 보려고 오신 거니까~
여전히 너는 무언가 새로운 것들을 도전하고 조용히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며 살아가고 있구나.
10년 후 나의 모습을 보니 20년 후도 기대가 되는걸~
아는디자이너로 시작한 지 11년이 되어서인지 NFb커뮤니티도 많이 성장했네.
아는디자이너 보다 더 멋진 나만의 브랜드가 되신 분들도 100명이 넘었어.
서로 함께 좋은 것들을 공유하고, 함께 성장하며,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는 너무 아름다운 커뮤니티다.
많은 곳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오고 있지만 나와 결이 맞는 곳을 골라서 강의를 나가고 있어.
벌써 책도 7권이나 냈고, 그중 두 권은 베스트셀러까지 올라갔네.
온라인 강의뿐 아니라 코칭까지 하며 수익화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브랜드가 되었어.
대체불가능한 나만의 브랜드로 자리 잡아가며, 여러 곳에서 인터뷰 요청도 있었어.
그때마다 내 브랜딩만 소개하지 않고, 함께하는 NFb크루들을 소개하느라 바빠.
매년 크루들과 함께 전시회도 하고, 컨퍼런스도 하며 즐거운 파티를 하고 있어.
그 어떤 절친보다 친한 크루들의 브랜드 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나왔고, 그 책을 통해 크루들이 좋은 곳에 많이 소개되어 자신들의 브랜드가 확장되고 있데.
함께한 분들의 브랜드를 소개하는 브랜드북, 스토리북을 만들고 싶다더니...
결국 그렇게 함께 성장하는 길을 천천히 걸어가고 있구나~
너 참 여전하구나.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한 것 같아 칭찬해~!
힘들고 어려운 순간들도 많았을 텐데...
남들처럼 살아가지 않고 창조적으로 살아가는 도전의 시간들이 힘들었을 텐데...
그래도 잘 견디고 포기하지 않아서
이렇게 멋진 너를 만날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워.
20년 후의 너를 만날 때에도 이렇게 뿌듯하고 고마울 수 있도록
나도 지금 살아가는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할게.
너무 멋있다!
내가 봐도 너 참 멋있다!
수고했어~! (토닥토닥)
이 글을 쓰기 전에는 마지막 질문에 가장 길게 쓸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말에는 구체적으로 말을 쓰기 어려울 만큼
10년 동안 애쓰고 수고했을 나를 보니 괜히 가슴 뭉클해지네요.
실제로 10년 후 저 편지가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이 더 많이 생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