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노래 같은 걸 시작해서

노래 일기 여덟.

by 솔초

2017. 8. 9. 수

큰 맘먹고 시작했다가 결국은 그만두게 되는 것들이 있다. 운동, 악기, 외국어, 다이어트, 금주, 금연... 이유는? 힘들어서, 시간이 없어서, 재미가 없어서,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시작하기 직전과 기초를 닦는 그 과정 사이에 우리 마음에 무슨 소용돌이라도 생기는 걸까? 설렘과 기대감이 힘듦과 온갖 이유들로 뒤바뀌는 그 지점에 무엇이 있는 건지 궁금해졌다. 사실, 지금 내가 딱 ‘그만둘 것 같은’ 마음이다.

겨우 8번 수업을 들었고, 두 달의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한마디를 부르는 것도 겁이 났다. 자꾸 틀리니, 하면서도 ‘이번에도 틀렸겠지?’ 생각할 때도 많았다. 인생의 2/3를 노래와 살아오신 우리 선생님 같은 분들은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겠다. ㅜㅜ

첫 수업 때는 처음이라 긴장했고, 두세 번째 수업은 모르는 걸 잘 하려다 보니 내가 실수할 때마다 더 긴장했던 것 같고, 그 뒤로도 같은 지적들이 계속되니 점점 위축이 되었다. 연습을 안 한 것도 아닌데 ‘했는데도 잘 안 돼요’ 말하기는 영 변명 같았고 그래서 “이건 제가 지난주에도 말씀드린 부분인데요...”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시기 시작하면 속으론 억울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미 내 몸의 일부가 되어버려서 있는지도 몰랐던 나의 습관들이 서도민요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그 정체를 한꺼번에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 중에는 앞의 글에서 얘기한 것도 있는데 같은 음정의 소리를 내는 동안에 소리가 머무는 장소가 이동한다거나, 지나치게 정확하게 발음해보려고 입을 과도하게 벌린다거나, 이와 반대로 정확하게 내야 할 소리를 볼펜 물고 말하는 것처럼 불분명하게 말한다거나, 말끝을 야무지게 정리하지 못하고 fade out 되듯이 하는 나의 버릇들이다. (이건 서도민요를 배우는 사람은 다 겪게 되는 일이 아니라 나의 고유한 특성들 때문일 것이라, 이런 나의 고민들 때문에 혹시 서도민요를 배우고자 했던 분들이 마음을 접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노래 반, 지적 반의 수업을 하고 나면, 극기 훈련을 받은 것처럼 몸도 힘들고 마음도 고달프다. 선생님 말씀을 들으면서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려 애는 쓰지만 집에 돌아와 그날 수업분의 녹음을 들어보면 그 시간의 나는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있다. 이렇게 수업 자체가 괴로우면 어떻게 오래 배워? ‘잘한다아!~’ 소리 들으려 시작한 건 아니지만 계속 지적받으니 자존심도 상하고, 나도 사람인데 기분도 나쁘고, ‘소질이 있는 것 같으니 함 해봐?’ 누가 등떠민 것도 아닌데 내가 시작한 일이니 나에게 부끄럽고, 선생님이 호통을 치신 것도 아닌데 겨우 이 정도 지적에 마음이 폭삭 가라앉을 정도면 ‘서도민요에 대한 내 열정도 흥! 별거 아니네?’ 싶고.. 어쩌다 이걸 시작했지? 이거 안 했어도 사는 데 지장 없잖아? 어렵게 어렵게 아마추어는 안 가르친다는 지금의 선생님을 만나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ㅜㅜ

한마디 부르면 지적이 넝쿨처럼 딸려오는데, 노래하기도 전에 내 멘틀이 무너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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