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일기 아홉.
2017. 8. 16 수
수업이 시작되면 맨 처음 수심가를 부른다. 보통은 선생님이 먼저 부르시고 내가 따라 부르거나, 내가 먼저 부르고 선생님이 고쳐 부르시거나 둘 중의 하나다. 가끔은 1절을 혼자 다 부르게도 하시지만, 내가 잘 해서 시켜보시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사와 선율이 내 머릿속에 없으면 혼자서는 부를 수가 없는데 그러려면 평소에 연습량이 충분해야 한다. 선생님은 그냥 시켜보셨을 수 있겠지만 시켰을 때 ‘오~ 연습 좀 하셨네요?’ 하는 소리 정도는 듣고 싶었다. 그리고 선율과 가사의 암기 같은 기본적인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왠지 ‘말로만 열심히 할 것처럼 하고 실상은 열심히 안 하는 사람’으로 보실 것 같았다. 잘 보이는 것까지는 아녀도 그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노래를 전혀 외우지도 않으셨네요?' 이런 말씀을 하실까 봐 최소한 외워질 정도는 듣고 연습을 해 두었다. 사실, 가사와 선율을 다시 배울 시간 있으면 더 자세한 것을 배워야지, 하는 마음도 크다. 하지만 수업은 도돌이표처럼 계속 처음으로 돌아가고 돌아가고, 나는 늘 같은 자리를 맴돈다.
유일하게 달라지는 건 수업 장소뿐이다. 우리 집 거실이냐 노량진 연습실이냐.
노래는 수심가와 초한가는 매 수업마다, 오늘은 방아타령, 모두 세곡 정도를 하게 된다. 최근 수심가 1절을 겨우 익히고, 수심가 2절을 새로 시작했지만, 여전히 나는 ‘아아아아’와 ‘우우우우’의 횟수를 세면서 노래를 한다. 하지만 무슨 데자뷔도 아니고 매번 같은 부분에서 같은 지적을 받으면 맘속으로는 깊은 한숨이 터져 나온다. 연습을 했는데도 계속 지적을 하신다. 잘못된 방법으로 연습을 했거나 연습량이 부족했거나 둘 중의 하나겠지만 이미 틀렸다고 하시는데 ‘저, 연습했거든요’ 하는 것도 변명 같아서 대개는 잠자코 있는다. 그나마 초한가의 가사가 길어서 매수업 때마다 두세 줄씩 새로운 부분을 배운다는 게 변화라면 변화다.
나는 개인 레슨을 하면, 좀 더 빨리 실력이 늘 줄 알았다. 어떤 선율도 정확하게 알 수 없어서 큰 그림만 그리고 끝내는 것 같던 문화센터 수업에서의 답답함이 속 시원~하게 해소될 줄 알았다.
하지만 혼자 하는 수업은 또 다른 숙제를 내게 안겨 주었다. 여럿이 하는 수업이 나의 학구열이나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없어서 안타까웠었다면, 혼자 하는 수업은 어떻게 연습해야 할지를 모를 때도 있고, 말 나눌 사람이 하늘 같은 선생님뿐이라 외로울 때도 있고, 나보다 노래가 잘 안 되는 사람을 보면서 잠시나마 위안받을 기회조차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못 듣던 얘기들을 들어가면서, 안 하던 생각들을 해 가면서ㅜㅜ
“혓바닥에 공기의 기운이 느껴지면 안 돼요.... 노래 사이사이에 숨을 쉴 때, 더 깊이, 배 나올 만큼 들이셔야 되거든요. 숨 쉬어야 할 땐 충분히 쉬어서 숨을 저장하고……. 아아아아~~ 할 때 혀를 말지 말고 혀를 쫙 펴서... 공기가 입천장을 타고 간다고 생각하면 높은 음도 예쁘게 나와요... 이빨 안쪽의 입천장으로 소리를 보낸다고 생각하세요. 혀에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면 듣는 사람도 노래가 부담스러울 수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