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냈는데 소리가 아니라 하시면...

노래 일기 열.

by 솔초

2017. 8. 21 월

시작한 지 몇 주 안 되었을 때 정말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해주아리랑’을 배울 때였나? 내 소리를 선생님께서 들으시더니 “이건 소리가 아니에요.”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허걱! 나는 분명 소리를 냈는데 소리가 아니라 하시면ㅠㅠ

소리는 ‘sound’도 있고 ‘voice도’ 있는데, 내가 낸 소리는 성대를 울리고 나왔으나 voice가 아닌 것이다. 얼마나 이상했으면 이렇게까지 표현을 하셨을까? 그리고 또 하나, ‘이건 노래도 아니에요’라고도 하셨다. 그전에 문화센터에서 배웠던 경기민요의 노랫가락을 듣고 그리 말씀하셨었나? 아님 또 해주아리랑이었던 가? 잘 기억은 안 난다. (그때는 ‘내가 이런 소리 들으려고 노래를 시작했나 ’하는 자괴감도 들었었다.^^) 하지만 ‘어느 대목이었냐’ 가 아니라. 그때의 나는 노래에 적합한 소리를 내지 못했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고 그나마 시간이 좀 더 흐른 지금은 얘기할 수 있다. 그 당시 심정은? 당장 그만둘 수도 없고 내 마음이 어찌 될지 나도 모르니 그저, ‘저 오늘은 이만 집에 가봐야겠어요’라고 적당히 둘러대고 나오고 싶었었다. 하지만 꾸~~~욱 참고 끝까지 괜찮은 척 수업을 했다.ㅎㅎ

혹시 날 미워하시나? 그만 가르치고 싶으셔서? ‘열심히 안 하실 거면 그만 두시지요?’하는, 무언의 압박? 아님 ‘조금 힘들다고 그만둘 거면 아예 하지를 마세요’ 하는 현실적인 경고? 잠깐이지만 그땐 그런 상상도 했었다.(그렇다고 우리 선생님이 이상한 분은 절대 아니다. 게다가 우리 선생님은 나의 '노래 일기'를 거의 매회 읽고 계신다고 한다.^^ 실제 모습도 카리스마가 넘치시지만 공연이나 방송에 나온 모습을 영상으로 보면, 활도 쏘고 말도 잘 탈 것 같은 고구려 무사 같은 풍모가 넘치는 분이시다.) 그런 선생님한테 잔뜩 졸아있다가 두 달 반 만에 ‘노래가 차분해졌다’는 한 마디에 이렇게 나는 오래오래, 감/격/하/고 있다.

“노래 차분해지고 좋아지셨네요?”

“와~ 진짜요?”

“중간중간에 음정이나 발성 이런 게 ‘왜 소리를 저렇게 내시지?’ 하는 부분이 아직 있긴 한데 전체적인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어요.”

노래 수업 시작하고 칭찬 비슷한 말씀을 해 주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부러 내게 용기를 주려고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하실 분은 아니기 때문에 이건 맘 편히 기뻐해도 된다.^^

어린아이가 자랄 때 어느 날 한 끼 잘 차려놓고 먹었다고 그것 때문에 쑥쑥 자라지는 않는다. 잘 챙겨 먹기도 하고 더러 부족하게 먹기도 하지만, 꾸준히 먹다 보면 어느새 자라 있다. ‘성장호르몬 분비가 멈추려면 몇 년이나 남았지?, 앞으로 몇 끼나 더 잘 챙겨 먹어야 키가 크는 거야?’라고 생각하면 먹는 게 일이 되고 괴로워질 것이다. 아마 굶기라도 하는 날엔 죄책감도 들 것이다.

오래오래 하고 싶은 일일수록 일상의 습관처럼, 일과의 하나처럼 만들어두고 싶은 욕심이 내겐 있다. 운동이 나에게 네 번째 식사인 것처럼. 서툴지만 좋아하는 기타는 내 친구가 되어버린 것처럼, 노래도 언젠가 내 일상에 스며들어와서 나의 오랜 습관이 되어 남아주기를…….



작가의 이전글  그래, 나는 잘 보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