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일기 열일곱
2017. 11. 10 금
“그래도 떠는 것들, 다 넣어가지고 오셨네요?”
“혼나기 무서워서, 좀 덜 혼나려고 아침에 용을 썼어요. ^^ 연습하려고 운동도 빠지고... ”
“지난주에 배운 것을 오늘 아침에 용을 쓰시면 어떡해요?(호령하듯이)
1주일 동안 용을 쓰셨어야죠.(웃으시면서)”
학구열이 불타서라기보다는 수업 직전에라도 연습을 해서 지난주에 배운 것들을 되새겨 놔야 선생님 얼굴을 겨우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소절 저 소절 다 혼나고 나면 자신감이 더 떨어질 것이고, 가뜩이나 이게 맞는지 틀리는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부르는 건데 혼나면 위축되어 아예 못 부를 것 같았다.
“오늘 아침에도 (제가 가르치는) 고등학생 아이 하나가 연습이 안 되어서 혼났는데 ‘어? 나 아침부터 연습했는데...’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지난주에 한 것을 오늘 아침에야 연습하니까 안 되지’ 했거든요.”
나는 좀 전에 깨달았다. 수업 직전에 반짝 연습한 건 그 효과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일단 선생님께는 비밀로 하는 게 낫겠구나, 하는.
“1주일이 지나서 연습을 하면 이미 머릿속의 기억도 다 날아가 버려요. 여기에서 저랑 연습하면서 조금이나마 만들어 놓은 방법들을, 수업하는 동안 ‘아, 내가 입을 이렇게 쓰는구나, 저렇게 쓰는구나’ 정리해가면서 부를 수는 없어요. 그땐 배우기도 바쁘단 말이죠. 바로 집에 가서 불러 봐야 기억이 나는데 1주일이 지나고 나면 지난주에 내가 불러봤던 방법은 이미 잊어버린 상태에서 노래만, 겨우 선율만 외워오시는 게 되는 거예요. 1주일 내내 하지 않더라도 복습이 정말 중요해요. “
“조금씩, 해도 괜찮아요?”
“조금씩 해도 괜찮아요. 오늘 수업 끝나고 나서 ‘오늘 혹은 내일 하느냐 안 하느냐’가 정말 중요해요. 그리고 수업 오기 전에 단 한 번만이라도. ”
1주일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1주일 단위로 같은 일과가 반복이 되고, 나는 그 정해진 일과들 틈에서 노래 연습을 할 시간을 조금씩 찾아낸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바로 들어볼 때도 있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이삼일 후에나 들어보면 이미 배운 것인데도 서너 번은 들어야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을 때도 있다. 무엇보다 두려운 건 노래와의 체감거리가 멀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며칠 후에 듣는 수업은 왠지 남의 수업 참관하는 것처럼 공감이 잘 안 되고 ‘아, 그랬지, 맞아’ 하는 것보다는 ‘어? 그런가?’하는 낯선 느낌이 든다.
용쓰지 말자, 힘 빼고 조금씩 자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