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절 한 소절이 엄청 힘든 시기가 올 거예요"

노래 일기 열여섯.

by 솔초

2017. 11. 3 금

“지난주에도 얘기했었죠. 업그레이드되는 단계라고…, 초보자한테 80%의 퀄리티를 만들 때까지 1 소절만 가르칠 순 없어요. 요만큼만, 한두 마디만 가지고 그것만 반복할 수는 없거든요? 처음엔 전곡을 배운다는 느낌으로 죽죽죽죽 배워요. 나쁜 버릇이 있어도 진도는 나가야 하니까 배울 수밖에 없어요. 그걸 중간중간 체크는 하지만 그런 버릇들이 금세 고쳐지진 않죠. 근데 어느 정도 배웠는데도 그대로 부른다면 그건 이제 ‘버릇’이에요. ‘버릇’이 들어요.

그래서 지금부터는 한 소절 한 소절 나가기가 엄~청 힘든 시기가 올 거예요. 그래도 선생님이 연습을 하시고 저도 진도를 빨리 나가니까 이만큼 하시는 거예요. 보통 슬럼프가 오는 시기가 3개월? 1년? 3년째? 이런 식이거든요. 진도를 나가다 보면 어쩔 수 없어요. 이미 이 곡은 배웠는데 완성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다음 소절을 안 나갈 수도 없는 거니까 진도는 나가면서 그다음부터는 틀린 것들을 계속 잡게 돼요.”

“그 무렵에 사람들이 많이 흔들리고 그만두기도 하나 봐요?”

“저만 해도 쥐가 나는 거예요. 초한가 부르는 데 6분이면 되는데 40분을 부르는 거예요. 맘 잡고 ‘아, 잘해야지’ 하고 불렀는데 ‘아 또 틀렸네’ 그러면 힘이 쭉 빠지거든요? 이때가 가장 힘들어요. 하지만 이때 부분 연습을 집요하게 해주시면 더 빨리 는다는 거죠.

지난주에도 말씀드리고 그 전주에도 말씀드렸던 것들이지만 이제는 제가 틀릴 때마다 엄청 지적을 할 거예요. 하하하~”

엄청 맞는 말씀에 기대도 되고 긴장도 된다.

“많이 들으면 이거 외워지거든요?”

3주째 배우고 있는 영변가 1절, 11글자가 69글자로 불어났던 수심가보다도 나를 더 힘들게 했던 그 영변가의 기본 선율에서 헤매는 것을 보시고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다. 즉 ‘선율이 외워질 만큼 많이 듣지는 않으셨네요?’라는 애기다. 아이고야ㅜㅜ

지나고 보니 시작한 지 4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배울 자세가 조금씩 갖추어지는 듯하다. 이제야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 제대로 귀에 들어오는 것 같다. 그때는 그때대로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보단 이것’이고 ‘그게 아니라 이것’인 경우도 많았다. 열다섯 번째 일기에 댓글을 단 분의 얘기처럼 ‘인생은 시간이 지나고 나야 알 수 있는 것들이 많다’.

‘한 소절 한 소절이 힘든 시기가 온다'는 선생님의 말씀은 공포영화의 예고편처럼 긴장감을 주지만 한편으로는 기다려진다. 차라리 기어올라가는 게 낫지 싶은, 북한산 백운대 코스의 마지막 800m처럼.

갈 때마다 헉헉대면서도 오르고 싶은 , 결국은 오르게 되는 산길이 내 앞에 펼쳐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