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는 4개월째 진화중^^

노래 일기 열다섯.

by 솔초

2017. 10. 24 화

“이제 수심가를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는 아시잖아요. 어디에서 어떻게 떠는지, 소리를 어떻게 내는지, 이제 그다음 작업은 도색작업^^.”


겨우 뼈대를 세울까 말까 하는 기분인데 ‘도색작업’이라는 표현을 써서 얘기를 해 주시니까 뭔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한 느낌이 들어서기분이 좋았다. 업그레이드까지는 아니지만 맨 처음 배우던 날에 비하면 점점 ‘노래’를 향해서 진화해 가고 있는 건 맞다.ㅋㅋ


지금 내게 수심가란 ‘아직 친하지는 않지만 겨우 말을 터서 사는 곳만 알아낸, 언젠가는 친해질 것 같은 어린 시절의 친구 같은 존재’이다. 주소는 알지만 아직은 그 동네 지리가 낯설어서 한 번에 찾아가지는 못하고, 그 친구랑 같이 가거나 누군가에게 길을 물어야 찾을 수 있을 정도...

그러다 학교 끝나고 같이 숙제도 하고, 놀기도 하고, 서로의 집에 왔다 갔다 하면서 서서히 가는 길도 익숙해지고, 그러다 보면 ‘너희 집 맞은편에 있는 파란대문 집’이라든가 ‘모퉁이 돌자마자 오른쪽으로 돌면 있는 살구나무’라든가 ‘너희 집 담벼락에 핀 채송화’ 같은 소소한 일들까지도 공유할 만큼 가까워질 것이다. 처음엔 골목 입구의 커다란 개가 무서워서 가까운 길을 두고 먼길로 돌아서 가지만, 서서히 그 개를 다루는 요령도 생겨서 편안하게 지름길로 갈 수 있는 여유도 생길 것이다. 더 많은 세월이 흐르면 ‘전화 통화 중 잠시의 여백만으로도 친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을 만큼 가까워질 친구...


“저도 수심가 레슨을 받아요. 레슨 받으면 아직도 계속 지적을 받고요. 3년이 지난 다음에는 3년만큼의 시간이 담겨있는 노래를 할 줄 알아야 되고, 5년이 되면 5년 묵은 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해요. 배우는 동안은, 그래서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제가 20년 전에 배운 노래를 단순히 20년 동안 배웠다고 해서 이렇게 되지는 않아요. 똑같은 소리가 아니에요. 고등학생이 되었으니까 이만큼 해야지, 대학생이 되었으니까 이만큼 해야지, 하고 또 배우고 계속 다듬는 거죠.

계속 지적받는 것을 이제는 ‘틀려서라기보다는 소리를 계속 다듬는 일’이라고 생각을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학생일 때도 그렇게 생각을 했어야 하는데^^ 겨우 익혀 놓으면 바꾸라 하고~ 그땐 저도 배우는 입장이었으니까 화도 나고 짜증도 나고 그랬었는데, 근데 그렇게 해 왔으니까 또 지금 노래를 할 수 있는 거겠죠?"


이번 주에도 변함없이 ‘부르고 지적받고’가 반복되고 있지만, 지난 수업 때처럼 멘붕은 오지 않았다. 선생님 말씀이 튕겨나가지도 않았다.


최근 두어 달 노래를 배우는 일이 힘들었었다면 그것은 노래 때문이 아닐 것이다. 노래를 배우는 나의 자세 혹은 태도? 그걸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노래는 그대로 있는데 나 혼자 조급해져서 괜히 화내고 성질부린 것이다. 아마도 빨리 잘하고 싶어서^^? 노래는 그렇게 서두른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두어 달 노래가 겉돌던 시간을 보내면서 겨우 알게 되었다. 다시 열세 번째, 열네 번째 수업 같은 감정이 불쑥 찾아오더라도 그땐 다른 모습으로 맞이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