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일기 열아홉.
2017. 11.24 금
“와! 오늘은 노래가 엄청 정리가 잘되어 있네요. 연습 많이 해오셨나 봐요?”
“제가 연습한 게 많이 한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요? 지난 주보다도 훨씬 낫고요. 이제 이 상태를 유지하면서 계속해서 불러야 능숙해지죠. 물론 오늘 잘 했다고 다음 주도 잘한다는 보장은 없지만요.^^”
겸손해서라기보다는 얼마나 연습을 해야 많이 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몰라서 잠시 생각해 보느라 그리 대답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그 ‘많이’는 단순히 시간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배운 것들을 충분히 혹은 수업을 할 만큼은 소화했다’는 의미 같다.
지난주에는 많이 하지 못했는데 아무래도 그 이전에 해둔 연습들이 나를 도와준 것 같다. 덕분에 새로운 부분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엮음 수심가의 뒷부분 2줄, 초한가의 ‘초진중 장졸들아 ~’로 시작되는 단락, 영변가는 2절을 새로 나갔다.
가장 두려우면서도 좋았던 것은 전에 배웠던 경기민요 중의 한 곡인 ‘청춘가’를 다시 배우게 된 것이다.
이전의 일기에서도 말한 적 있지만 지금의 서도민요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문화센터에서 경기민요를 2년간 배운 적이 있다. 1주일에 한 번씩 가서 노래를 부르고 배운다는 점에서는 지금의 수업과 같았지만, 단체반인 만큼 구성원 전체의 만족도를 고려해야 하는 수업이라, 나 한 사람의 개별적인 욕구가 반영되긴 힘들었다. 드디어 다시 배울 기회가 찾아왔는데 선생님이,
“청춘가 해보죠. "
하시니 슬며시 긴장된다. 이미 배웠는데 ‘이게 맞나?’ 싶어서 마음속에선 늘 하다만 숙제처럼 남아있던 노래….
청춘가 첫 소절은 ‘이팔청춘에 소년 몸 되어서’이다. 이 가사에 선율을 얹고 강세를 살려서 불러보면,
이이파알 처엉추운에 에에에에에
소년 몸 되어어어어서 어어어어 어어어어, 가 된다.
나는 그동안,
이이파알 처엉추운에 에에에에에
소년 몸 되어어어어서 어어어어 어어어어, 이렇게 불렀다. 꼭 군가 같다.
굵은 글씨로 처리된 글자에만 강세를 주어 불러야 하는데 나는 그동안 모든 글자에 강세를 주어 불렀다. 물론 강세 외에 미세한 음정과 박자도 틀렸지만 다 적자니 너무 많아 일단 생략.^^
그때 경기민요 선생님께서도 굿거리장단(청춘가는 굿거리장단의 노래이다)을 장구로 치시면서 ‘전체를 다 세게 치지 말고 궁이랑 쿵만 세게 치고 다라라라는 여리게 치라’고 말씀하셨다. 나름 강세를 준다고 했겠지만 아직은 굿거리장단이 아니었던 노래와 장구 ^^
지금 서도민요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 몇 달 후에야 내게 입력되기도 하듯이 그때 선생님의 말씀도 내 안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던 것뿐이구나.
수없이 듣고도 들리지 않던 그 소리들이 야속하게 이제와서야 조금 들리기 시작하고 들어오지 않던 강세가 갑자기 머리에 들어오는 건지…. 부르기에 바빴던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 조금 더 수월하게 서도민요를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땐 ‘왜 어떻게 하라고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주시지 않을까?’ 하는 원망도 많았었는데...
나는 지금도 초보이지만 2년 전에는 쌩초보였다. 군가처럼 청춘가를 불렀던 게 전혀 이상한 게 아니었다. 군가처럼이라도 부른 것이 기특한 일이며, 오히려 민요를 배워보겠다고 부모님 또래의 어르신들과 2년을 보낸 나를 칭찬해 주고 싶다.^^
이 일기를 읽는 분들 중에 ‘청춘가’를 들어본 적이 있거나 혹은 한 소절이라도 부를 수 있는 분이 있다면 이미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막 검색을 해서 들어보시는 분도 마찬가지다. 군가처럼 불러도, 음정이나 박자가 틀려도, 중요한 건 민요를 불러봤고 부를 줄 안다는 것이다. 중고등학교 때 배웠던 그 선율대로 부를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멋진 일이다.
20대 때 김치를 담글 줄 아는 친구가 있었다. 어린 나이에 전통적인 음식을 할 줄 안다는 게 대단해 보였고, 그때 이후 ‘나도 김치, 간장, 된장, 고추장을 담글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지’ 생각하고 몇 가지는 도전을 해 보았다. 이 미션은 아직도 진행 중이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김치, 고추장 옆에 민요 부르기, 국악기 연주하기, 판소리 한 대목, 고대소설 읽기 등도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무대 위에 있지만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민요는 우리의 생활 속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