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미술시간
내가 저작권에 대해 고백할 게 있다.
내가 3학년 때 그림을 잘 그리던 짝꿍이 있다. 그 짝꿍을 a라 하겠다. 단순하며 귀엽고, 누구보다 쉽게 그릴 수 있는 그런 여러 캐릭터를 계속 그리니, '나도 저렇게 그려보면 어떨까'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을 딱 2일 후에, 나는 실행에 욺겼다.
미술시간 때였다. 선생님은 '나만의 캐릭터 만들기'라는 남자애들한테는 다소 어려운 수업이었다. 지금은 뭐 별거 아니겠지만, 그때의 나는 완벽주의자였다.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순수한(?) 아이였다. 연습장에다가 그리기도 해 봤으나, 제자리걸음이었다. 아... 신이시여 왜 저에게 이런 시련을... 옆에 a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토끼를 그리는데 자기만의 특색을 가진 신비로운 토끼였다.
색감도 좋고 선 하나하나가 누구의 연습장이랑은 좀 다르게, 아니 많이 다르게 엄청난 솜씨였다.
a가 연필을 깎으러 간 사이 연습장이 에어컨 바람에 휘날였다. 다람쥐가 너무나도 수월하게 그려놓은 것이다.
시간도 20분밖에 안 남았다. 이미 절반이 간 이상,
'뭐... 괜찮겠지?' 하는 생각으로 빠르게 베꼈다. 색칠은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귀여웠다. 무엇보다 내가 이걸 그렸다고 하는 마음에 살짝 들떠 있었다(이건 내 것이 아니란다... 과거의 나야..)그리고 제출, 4분 남기고 끝냈다. 내 그림이 칠판에 전시된 것을 보고, 화장실을 다녀왔다.
한창 신나서 돌아왔는데 a가 말했다."너 내 연습장 봤어?"
난 그 말에 순간 얼어붙었다. 이럴 때는 뭐라 말해야 하지, 말할까? 아냐 어...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a가 말했다."선생님 얘가 제 거 베꼈어요" 그 말을 듣고 선생님이 오셔서 말했다."승세야, 베끼는 것은 다르게 말하면 저작권 침해야. 다시 그리라곤 안 할 테니 a한테는 사과하렴." 저작권을 몰랐던 나는 저작권이 뭐예요?라고 물어보니 한마디로 상대방의 작품을 지키는 권리라고 하셨다. 다행히 선생님이 호랑이 선생님은 아니셨지만 말이 엄청 기셔서 그때부터 저작권이 뭔지 뼈 지리게 알았다.
위에 사진은 a가 나한테 "너 캐릭터 대충 그렸다." 하며 그려주었고 쉽게 그릴 수 있어 내 캐릭터가 되었다.
그 이후로 누군가의 작품을 따라 하지 않았고, 저작권을 지켰다. 사실은 그때 조금 민망해서 더 기억에 남았는데 마침 공모전이 있어 회상하며 써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