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입장을 생각한 리타게팅 광고에 대한 해명
최근 데이터와 광고에 대한 글을 써오면서 내용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적지 않게 들었다. 국어시간에 배운 표현인 '현학적 허세'나 '지적 허영'을 위해서 그랬던 것은 분명 아니다. 성격상 기본 개념에 대해 충실하고, 공신력있는 근거와 이론적 배경을 가지고 설명하려고 하다보니 이것 저것 어려운 소스들을 너무 가져다 쓴게 독이 된듯 하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히 배운건, '데이터'와 관련된 개념들은 보통 사람들뿐만 아니라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마케터나 광고인들에게조차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내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는 사람들이 내가 써내려가는 글의 주제와 내용에 어려움을 느끼고 흥미를 잃는다면 그 글을 애써 쓸 이유가 없지 않은가? 자기만족으로 쓰는 글이 아니라면 독자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는게 맞다. 그래서 앞으로는 글을 더 쉽고 단순하게 써보려고 한다. 그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겠지만...
오늘도 역시나 데이터와 관련해서 떠오른 생각을 정리하려고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며칠전 지인분께서 페이스북에 올리신 포스팅을 보았다. 네**에서 물건을 검색하면 바로 ***북에 관련된 광고가 뜨는데 이래도 되는건지 상당히 불편한 심기가 느껴지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Pew Research Center의 한 연구에 의하면 72%의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자신들이 하는 행동이 광고주 혹은 광고 기술 회사들에 의해 추적당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고 81%의 사람들은 노출된 데이터로 인해 잠재적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불안해 한다고 한다.*
광고 및 데이터와 관련된 일을 하는 나로서는 너무도 당연한데 소비자 입장에서 특히나 광고나 마케팅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불편하고 두려운 일이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웹상에 관련된 광고 상품 설명과 성공 노하우가 담긴 전문적인 글들은 넘쳐 흐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그런 광고의 원리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글은 별로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직접 해명(?)을 해보려고 한다.
위의 지인께서 보신 광고는 '리타게팅(retargeting) 광고'일 것이다. 말 그대로 다시(re) 타게팅(targeting)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여기서 타게팅이란 특정 브랜드의 제품 및 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은 소비자 집단을 광고를 노출시킬 대상으로 지정하는 것을 말한다. 전통적으로는 인구통계적인 정보를 기준으로 '수도권 거주 25~39 여성 직장인' 이렇게 정의하고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매체에 광고를 게재하는 방식을 활용해왔다. 그러다 보니 여성잡지를 보면 화장품과 여성의류, 액세서리, 가구, 식품 등의 광고가 주로 게재되는 거였고, 남성잡지를 보면 남성의류, 스포츠 용품, 자동차 등의 광고가 주로 게재되는 거였다. 무슨 성별에 따른 편향적, 차별적 사고에 의해 그렇게 한게 아니라 기존 제품 구매자들의 공통적 특성이 그렇고, 그 기준으로 타겟 소비자들을 분류하다 보니 그런 식으로 활용된 것이다.
전통적인 4대 광고매체는 TV, 신문, 라디오, 잡지였다. 그러나 인터넷이 대중화되고 바야흐로 검색엔진과 포털 사이트들이 급성장하면서 광고 매체로서의 영향력이 엄청나게 커졌다. 여기에 소셜 미디어가 등장하고 휴대전화가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1인 1스크린의 역할을 하게 되면서 오늘날 디지털 광고는 광고 시장의 주류가 되었다.
타게팅의 관점에서 전통 매체와 디지털 매체, 전통적 마케팅과 디지털 마케팅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타게팅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전통적인 마케팅은 매체 또는 프로그램의 독자 혹은 시청자의 성향을 근거로 다수의 대중들에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식이었다면, 디지털 마케팅는 보다 세분화된 타겟 소비자들에게 도달할 수 있으며, 데이터를 활용한 초개인화 마케팅까지도 가능하다는 점이 다르다. 전통적 마케팅과 디지털 마케팅의 큰 틀에서의 차이점은 아래의 표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다시 주제로 돌아가 보자. 자꾸만 나를 따라 다니는 광고. 어떻게 알았지? 방금 전 내가 검색했거나 쇼핑몰에서 둘러봤던 제품의 광고가 다른 사이트로 넘어 왔는데도 막 따라다닌다. 혹시 내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은 아닐까? 이런 의구심과 함께 찜찜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그래서 많은 소비자들이 이렇게 나를 '따라다니는 광고'에 대해 불신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걱정하실 필요없다. 여러분을 따라다니는 리타게팅 광고는 여러분의 성별과 나이, 이름과 전화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알고 따라다니는 것이 아니다. 물론 쿠키에는 로그인 아이디, 암호부터 상품구매 내역, 신용카드 번호, 해당 사이트 설정 등의 정보가 저장되기도 한다. 그러나, 특정 사이트에 로그인 된 상태에서 검색을 하거나 제품을 살펴보았다 하더라도 개인정보는 '비식별화'되기 때문에 개인정보가 유출될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요즘같은 세상에 식별 개인정보를 매체 광고에 사용했다가는 큰일 날 일이다.
웹브라우저의 쿠키(Cookies)를 광고에 활용하는 이유는 한 이름모를 '사람 1'이 이런 내용을 검색 혹은 살펴보았으니, 이 소비자가 다른 매체를 이용할 때 해당 제품 또는 관련 카테고리 제품의 광고를 노출시키면 반응율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쿠키의 작동원리는 아래와 같다.
예를 들어, 여러분들이 어떤 배너 광고를 클릭하거나 검색을 통해 특정 쇼핑몰에 들어가서 A란 제품을 살펴보았다 치자. 쿠키에는 이런 내용이 기록되고 그 이름모를 사람 1(사실은 웹 브라우저)은 그 특정 제품에 관심이 있는게 분명하다. A 제품의 광고가 A 제품에 관심이 없는 사람보다는 A제품에 관심을 가진 사람에게 노출된다면 당연히 눈에 띌 가능성도, 반응할 가능성도 높다. 사람 1 입장에서도 지금 A 또는 동종 제품의 구매를 고려중인데, 관련된 A, B, C, D 등의 다양한 제품 광고가 보인다면 쉽게 비교 검토를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광고라는 것은 광고주 입장에서는 돈을 주고 매체의 지면 또는 시간을 구매해서 자신의 광고를 의도적으로 노출시키는 것이다. 이는 곧 매체의 수익이되며, 소비자들은 또한 광고를 보는 것을 전제로 프로그램이나 지면을 공짜 혹은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는 비단 오늘의 일만이 아니라 광고라는 것이 시작된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광고주, 매체, 소비자간에 암묵적으로 이루어진 사회/경제적 합의이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고 사람들이 디지털 매체를 더 많이, 더 오래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광고 매체로서의 가치 또한 더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광고를 더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그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대중매체를 통한 일방적인 광고 방식이 아닌, 데이터를 활용해 광고에 관심을 가지거나 반응할 가능성이 높은 소비자들에게 선별적으로 광고를 전달하려는 노력과 기술 역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쿠키를 통해 얻어진 정보를 통해 해당 제품에 관심을 가진 소비자들을 따라다니며 광고가 노출되는 리타게팅 광고는 개인정보정책이 강화되면서 다른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개인정보가 비식별화 된다고 하더라도,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규제와 함께 소비자들의 관심과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구글 역시 2023년부터 구글의 브라우저인 크롬에서 쿠키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구글은 플록(FLoC : Federated Learning of Cohort)이라는 기술을 쿠키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기술은 쉽게 말해 개인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브라우저에서 남겨진 유저의 행동방식을 토대로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 사람들을 집단으로 묶고, 이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소비자 집단을 대상으로 광고를 노출 시킬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아래 그림은 쿠키 기반의 개인이 아닌 집단(Cohort)을 대상으로 하는 Floc의 개념이해를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모든 기업의 가장 핫한 이슈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그 중심에 데이터가 있다.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모으고 어떻게 관리하고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기업의 명운이 좌우되는 시대가 되었다. 다만, 자신의 데이터가 공유되는 것에 대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개인정보활용에 동의(Opt-in) 해버린 소비자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결국 법적인 가이드라인과 개인정보보호 정책 안에서 투명하고 책임있게 데이터를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데이터는 사람을 통제하고 지배하기 위해서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인류를 돕기위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때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이며, 그런 기준을 지키는 플랫포옴과 서비스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리타게팅 광고는 쿠키 기반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쿠키에 기록된,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들은 공유되지 않거나, 비식별화된다. 아울러 특정 매체에서 제품을 이미 구매했다고 하더라도 여러분의 브라우저 쿠키는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인 구매여부를 알지 못하고 그저 최근에 그 제품을 검색한 쿠키 정보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런 현상이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았다는 점을 반증하는게 아닐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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