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조금 이른 출근이었다.
특별히 할 일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왠지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책방을 인수한 후 카운터 겸 사무를 보는 책상에 제대로 앉아본 적이 없었다. 아직은 낯설었다. 남의 집에 온 것 같아 이것저것 함부로 손대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책상 위에 서너 권의 책이 있었지만 그것들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혹시 전 주인아주머니가 찾으러 오실지 모른다는 생각에 한쪽에 잘 보이도록 두었을 뿐이다.
어젯밤, 아주머니로부터 문자가 왔다. 지금 공항이고 곧 캐나다행 비행기에 탑승한다고 했다. 정들었던 책방을 인수해 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와 함께, 이 책방에서 좋은 일만 생기기를 바란다는 말이었다.
오늘부터는 완전히 나의 책방이다. 그 생각에 아침부터 서둘러 나온 것이다.
책상을 정리하다 한쪽에 모아두었던 서너 권을 훑어보았다.
맨 위에 톨스토이의 『두 노인』이 있었다. 펼쳐보지 않았는데도 왠지 낯설지 않았다.
두 노인. 막연히 제목만 보고 짐작했다. 두 노인의 행동이나 삶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고.
아침 청소를 마치고 차 한 잔을 마시며 읽기 시작했다.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보통은 그럴 때 손에서 놓는다.
예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야기는 금세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그
런데 이 책은 달랐다. 끝까지 읽고 싶었다.
전 주인아주머니가 책상 위에 소중하게 올려두었던 책이라 그랬는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깊이 남은 책이라면, 이유를 묻기 전에 먼저 읽어보고 싶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두 노인의 이야기는 단순하다. 하지만 단순한 만큼 여러 생각이 따라왔다.
에핌과 엘리샤, 두 친구의 삶은 처음부터 달랐다. 그 다름은 함께 길을 떠나면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같은 곳을 향해 출발했지만, 두 사람은 결국 다른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그들이 내게 보여준 것은 이것이었다. 천국도 극락도 멀리 있지 않다. 행복과 불행은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살면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말이 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돈으로도 살 수 없다고.
두 사람에게 가장 큰 행복은 오랜 친구와 함께 성지순례를 하는 것이었다.
에핌은 혼자 목적지에 닿았지만 그가 원하던 것을 얻지 못했다.
엘리샤는 목적지에 가지 못했지만, 가는 길에서 이미 그것을 얻었다.
에핌이 예루살렘에서 엘리샤의 모습을 보았다는 것. 그것은 그도 결국 친구를 통해 행복의 참 의미를 깨달았다는 뜻일 것이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는 생각했다.
나는 어느 쪽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는가. 목적지만 바라보며 달려온 삶이었을까...
한때는 열심히 일하고, 퇴근 후 회사 앞 편의점에서 새우깡과 맥주 한 캔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전부였다.
회사를 그만두고 책방을 인수했을 때, 주변에서는 뜬금없다고 했다. 나도 딱히 설명하지 못했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다.
포기가 아니었다. 오래 미뤄두었던 것을 향해 처음으로 발을 뗀 것이었다.
이 책방에서 나는 글을 쓴다. 팔리지 않아도 되는 문장, 누군가를 설득하지 않아도 되는 문장. 아마 이것이 내가 여기 온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