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떡같은 글
삶이 담긴 헌책방삶이 담긴 헌책방
일찍 책방을 나서 집에 돌아온 날, 갑작스레 글에 대한 욕망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나는 안다. 이것이 진짜인지 거짓인지.
욕망에 이끌려 써 내려간 글 중에 내 마음에 드는 것은 사실 몇 개 되지 않는다. 그런 날은 거짓 욕망에 사로잡혀 마구잡이로 써 내려간 것이다.
광고 일을 하면서 나는 두 가지 글을 구분할 줄 알았다. 내 마음에 드는 글과 고객의 마음에 드는 글. 고객의 마음에 드는 글을 쓰는 날은 일이 잘 풀렸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공허했다.
글을 팔았다는 느낌.
그 공허함이 결국 나를 책방 앞에 세웠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고객이 없다. 그런데 여전히 같은 질문 앞에 선다.
잘 팔리는 책을 쓸 것인가?
나를 유명하게 만들어줄 책을 쓸 것인가?
아니면 내 마음에 드는 글을 쓸 것인가?
출처 istock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 질문 앞에 선다. 나도 아직 답을 모른다.
그래도 쓴다. 답을 모르기 때문에 쓰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글다운 글을 쓰고 싶다. 개떡 같은 글이라도 내가 쓰는 나의 글을 쓰고 싶다.
독자들이 "이따위로 쓰는 건 나도 쓰겠다. 발로 써도 이것보다 낫겠다. 작가다운 모습이 없잖아"라고 혹평을 해도, 술술 읽히는, 그래서 끝까지 읽히는 글을 쓰고 싶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작가는 좀 더 상세히 묘사하고 미사여구를 곁들여 글을 예쁘게 만드는 테크닉 정도는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느낀 것, 독자가 느낀 것, 다른 이들이 느낀 것을 꼭 아름다운 문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글이 읽히는 순간, 그것은 독자가 만들어내는 상상과 합쳐져 또 다른 글이 된다. 나는 그것을 바라면서 글을 쓴다.
광고 대행사에 있을 때도 그랬다. 기획서를 쓸 때,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 때도 광고 용어는 되도록 배제했다. 광고 담당자가 아닌 광고 용어에 익숙치 않은 최종 결정권자, 상위 직급자들이 이해하기 힘든 말을 써서 그들을 괴롭힐 필요는 없었다. 누가 보더라도 편한 단어로 기획서를 만들었다.
글도 그렇게 쓰고 싶다. 어렵지 않게, 하지만 가볍지 않게.
오늘은 글 쓰는 게 어렵다. 거짓 욕망이 나를 속여보려 했지만 이런 날은 가만히 나 자신과 지금까지 쓴 글을 되돌아보는 게 맞다.
지금까지 경유를 넣은 디젤 엔진으로 힘차게 달리기만 했다면, 이제는 고급유를 넣고 부드럽게 정속 주행을 할 차례다.
내일 책방에 가면 고급유를 충분히 채울 준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