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일의 시작과 함께 육체적, 정신적 고단함 때문인지 감기 몸살에 걸렸다.
하루 종일 지끈거리는 두통에 시달리며 책방의 책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아이들 하교 시간이라 그런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많이 지나가고 있었다.
요즘에는 중고 참고서를 사러 오는 학생들은 거의 없는 모양이다.
참고서 자리는 늘 한산하다. 대신 청소년 추천 도서 쪽은 방학이 되면 서너 권씩 안고 나가는 학생들이 있다.
하지만 오늘은 예상 밖의 손님이었다. 20대 중반의 외국인, 그녀는 베트남에서 온 Mai라는 학생이었다.
"청소년들이 읽을 만한 한국 문학을 찾아요. 사장님이 추천해 주세요."
한국어가 꽤 유창했다.
"유학 온 학생이세요? 청소년 추천 도서는 이쪽에 있습니다."
나는 그녀를 청소년 추천 도서 자리로 안내했다. 그녀는 소중한 것을 다루듯 조심스레 한 권씩 꺼내 보고 있었다.
"사장님, 저는 다음 달에 베트남으로 돌아갑니다. 학교 한국학과 후배들에게 선물할 책을 찾아요. 베트남에서는 한국어 책을 구하기 쉽지 않아요."
그녀가 다섯 권의 책을 골랐다.
"졸업하고 이곳에 남아 취직하시지요."
"저는 졸업하면 고향으로 돌아가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요. 그래서 이곳에서 국문학 석사까지 마쳤어요."
많은 유학생들이 고향으로 돌아가기보다 현지에 남아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한다. 그녀는 달랐다. 고향에 돌아가 학생을 가르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한국으로 유학을 온 것이었다.
"저는 많은 유학생들이 다시 베트남으로 돌아와 자기가 배운 것을 베트남을 위해 썼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베트남이 아직 많이 발전하지 않아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녀는 진심으로 자신의 조국을 사랑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에게 안도현의 연어를 선물했다.
"아직 안 읽었다면 꼭 읽어보세요. 후배들에게도 전해주시고요."
"연어? 감사합니다."
ai생성"연어는 바다에서 살다가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돌아오는 물고기예요. 힘든 줄 알면서도 거슬러 오릅니다. Mai 씨가 꼭 그런 것 같아서요."
그녀가 책을 가슴에 안았다.
"거슬러 오른다는 것은 지금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간다는 뜻이기도 하잖아요. 꿈이랄까, 희망 같은 거요."
"감사합니다. 잘 읽을게요. 후배들에게도 꼭 전해줄게요."
그녀는 몇 번씩이나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며 돌아갔다.
문이 닫히고 나서도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거리에는 여전히 학생들이 흘러가듯 지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방금 전까지 이곳에 있던 한 사람은, 그 흐름과는 다른 방향을 향해 가고 있었다.
지끈거리던 두통은 어느덧 사라졌다.
돌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그 자리로 돌아가는 것보다는
자신이 받은 것을 다시 흘려보내기 위한 선택인 것이다.
연어가 강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삶은 그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거슬러 올라가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