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자 - 1. 절대자 앞에서

1. 절대자 앞에서

by 김준호


나의 존재는 끝났다.

호흡도, 심장 박동도, 그 어떤 생명 활동도 완전히 멈췄다.

내가 살았던 평범하고 때로는 고통스러웠던 삶의 끈은 그렇게 천천히, 그러나 무자비하게 단절되었다. 지극히 인간적인 물리적 법칙에 갇혀있던 나의 예상은 세상을 태워버릴 정도의 온도 속에서 한 줌의 재로 육신을 남겨두고 영원한 암흑 속으로 소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모든 예상을 부수고, 모든 상식을 부정하는 절대적인 공간에 마치 순간 이동을 하듯 폭력적으로 던져졌다. 그곳은 인간의 이성이나 논리, 시간 개념, 물질의 속성이 전혀 통하지 않는, 순수한 관념과 비존재의 존재 영역이었다.


공간의 경계 자체도 존재하지 않는 무한의 흰색이 모든 것을 압도했다.

이 흰색이라 느껴지는 것은 단순히 밝은 색이 아니었다. 그것은 시각으로는 느낄 수 없는 모든 색채와 질감, 청각으로는 들을 수 없는 모든 소리를 압도하는 절대적인 정적의 색이었다. 마치 나의 모든 감각이 순수한 무(無)로 해체되는 듯, 나는 이 세상의 가장 근원적인 무위에 직면했다.

이 비현실적인 공간에 있다는 것은 절대자인 그의 안에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게 했다. 만물의 근원이자 시작과 끝인 그는 명확한 형체가 없었으나, 동시에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형체를 포괄하고 있었다.

빛과 그림자, 시간과 공간, 질서와 혼돈,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궁극의 존재,

나는 모든 감각이 그를 '신'이라 인식했다.


물리적인 소리는 아니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내 영혼의 가장 깊은 곳, 나의 존재의 근원까지 강하게 울려 퍼졌다. 마치 우주의 모든 소리를 제압하는 듯한 진동이었다. 그 소리는 나의 모든 과거와 현재, 내가 행했던 모든 악행과 선행, 심지어 나의 무의식에 자리했던 가장 은밀한 생각까지 투명하게 꿰뚫고 있듯이 압도하였다.


"너는 왜 나를 심판하려 하는가? 피조물 주제에, 나의 창조 앞에서 너는 티끌보다 못한 무의미한 존재이다. 너는 왜 스스로의 책임을 나에게 전가하려 하는가? 네가 겪은 모든 고통은 너희의 선택의 결과가 아니었느냐?"


그 음성은 영혼에 파도처럼 밀려와 부딪혔다. 그것은 단순한 소리가 아닌, 온 존재를 뒤흔드는 강한 진동이었다. 숨이 멎기 전에 그를 만난다면 그에게 대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것을 알고 있는 듯 나를 다그쳤다. 육신이 사라진 뒤에도, 나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나의 의식은 그 절대적인 진동 속에서 포효하듯 대답했다. 나는 티끌이라 불리든, 무의미한 존재라 조롱 받든 상관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나의 투쟁하는 의지야말로 이 영원한 공간에서 유일하게 나의 존재를 새롭게 창조하고 있다는 그 사실 자체였다.


"선택의 결과라고요? 당신은 당신만을 위한 선택지를 주었을 뿐, 그 선택이 낳는 모든 비극에 대해서는 영원히 침묵했습니다! 당신의 방관이 곧 고통의 근원입니다! 당신이 스스로 선(善)이라 규정하면서, 왜 악(惡)의 영역이 이 세상을 불태우도록 내버려 두었습니까? 당신의 전지전능함은 당신의 무관심을 은폐하기 위한 가장 완벽한 핑계입니다! 나는 당신의 존재를 부정하기 위해 평생을 투쟁했습니다. 당신이 진정으로 질서와 정의를 창조했다면, 나의 이 모든 투쟁이 부질없었음을 증명하십시오!"


신은 나의 격렬한 절규를 무한한 흰색으로 감싸 안았다. 그 정적은 나의 분노를 냉각시키려는 듯 차갑게 느껴졌다.


"침묵이라? 너는 나의 영원을 너의 유한한 시선으로 재단하려 하는구나. 좋다. 너의 오만함에 경의를 표한다. 너는 나의 창조에 모순이 있다고 주장했다. 나의 영역은 너의 얄팍한 논리로 파악할 수 없다. 그러니 너의 세상에서 나의 메시지를 대변하거나, 혹은 나의 메시지를 가장 격렬하게 비판했던 증인들을 불러주겠다. 그들의 입을 통해, 너의 질문에 대한 답을 들어라. 너의 요구를 허락한다. 너의 순서대로, 그들을 소환하여 너의 재판정에 세워라."


나의 의식은 승리감과 함께 전율했다. 나는 신의 영역에서 신의 증인들을 소환할 권한을 획득한 것이다. 이 재판의 주재자는 이제 나였다. 나의 질문을 통해 신의 본질을 밝혀낼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좋습니다. 신이시여. 이 재판의 첫 번째 증인은, 당신이 창조한 질서와 심판의 가장 엄정한 집행자가 되어야 마땅합니다. 내가 살았던 세계에서 수많은 영혼들이 두려워했던, 인과율의 최종 정리자를 불러주십시오. 나의 첫 번째 질문은 당신의 질서가 왜 고통을 낳았는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