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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당 Mar 24. 2024

치앙마이는 천국도 지옥도 아니야

#치앙마이 일년살기

치앙마이에서 경험한 태국인들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글의 조회수가 무서울 정도로 높게 나왔다.


1만회 정도로 나오는데 누군가에게는 귀여운(?) 수준의 조회수겠지만 나에게는 꽤나 높은 숫자다.


이 숫자를 보고 한동안 생각이 많아졌다. 내가 쓴 글이 태국에 대해 일방적인, 혹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글일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또한 이래서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어그로를 끄는' 컨텐츠를 만드는구나 싶기도 했다.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컨텐츠가 돈이 되는 세상이 아닌가.


나는 지금 전문적으로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도 아니고 치앙마이 일년살기 글을 통해 수익을 얻고 있지도 않다. 물론 언젠가는 여행 에세이를 완성해보고 싶다는 꿈도 있지만 앞서 언급한 어그로를 끄는 류의 글은 스스로가 결사반대한다. 지금 계속 글을 쓰는 이유는 내 자신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다.


태국인들의 안전불감증은 모든 분야에 있어서 정확한 통계를 내는 것은 어렵겠지만 교통사고에 대한 통계는 나와있다. 오토바이 교통사고 사망률에 있어서는 세계 2위라고 한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태국인들의 안전불감증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그 어떤 과장도 아니고 이에 대해 말하는 것이 불편하지도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태국은 몰상식하고 미개한 나라라고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전에 쓴 글을 통해 이런 식의 논리의 비약이 발생한 댓글이 달린 것을 보아 마음이 불편했다.


태국은, 치앙마이는 천국도 지옥도 아니다.


그냥 내가 알아서 하기 나름인 거지.


치앙마이에 오래 머물며 식당의 90% 이상이 플라스틱 접시를 사용하는 것, 일회용품 사용이 너무 많은 점, 대중교통이 불편한 점, 느려터진 행정처리, 앞에서 언급한 안전불감증 같은 것에 있어서는 나도 꽤나 불만족하면서 지낸다.


반면 다양한 외모의 사람들이 위화감 없이 다 같이 어울려 사는 문화, 나이 갖고 뭐라 안 하는 문화, 높은 수준의 무에타이 학습 환경, (너무 낮은 인건비 덕에) 다양한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점, 아름다운 자연환경 등에 대해서는 매일매일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간다.


특히 태국 특유의 '사바이 사바이(천천히, 마음 편하게)'를 외치는 문화는 '빨리빨리 병'에 걸려서 고통받던 나에게는 많은 위안이 되어 주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내가 지쳐 쓰러질 때까지 채찍질하는 주변환경(일, 가족 등등) 덕에 수명이 줄어들 것이 뻔하다.


언젠가는 한국에 돌아가겠지만 나는 분명 치앙마이에 머물면서 한국에서 얻어온 몸과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고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화전 시즌인 치앙마이는 거의 한 달 가까운 시간 동안 미세먼지 수치가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아 세계 1위를 달성하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기적적으로(?!) 내려준 비 덕분에 미세먼지의 기세는 한풀 꺾인 느낌이다. 비 한 번에 모든 부정적인 수치가 이렇게 극적으로 개선되다니. 어학원 친구(라고 하기에는 60대 미국인 할아버지)와 '과거 사람들이 기우제를 지낸 이유를 알겠다'라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다만 비가 내리고 이틀 정도는 날씨가 너무도 좋다가 3일 차가 오늘부터는 슬슬 미세먼지 농도가 다시 높아지는 기분이라 재빨리 근교로 마실을 다녀왔다. 오늘이 아니면 또 몇 주간 미세먼지에 시달려서 밖에 못 나갈지도 모르니 말이다.


치앙마이 시내에서 오토바이로 시간 정도의 거리의 '싼캄팽 온천'으로 향했는데 가는 길을 큰길이 아니라 작은 길을 선택하면 치앙마이 시골 특유의 아름다운 풍경을 실컷 감상할 있다. 온천욕도 좋지만 시골길을 달리는 기분이 너무 좋아서 종종 이곳을 찾는다.


온천가는 시골길. 사진으로는 아름다움이 다 안담긴다 / 미세먼지 때문에 하늘이 완전히 파랗지는 않다.


온천에 입장하면 오토바이 주차비 20바트, 입장료 100바트(그런데 나는 태국 운전면허증이 있어서 50바트만 냄), 개인 욕조 65바트, 계란 6개 50바트, 쏨땀 40바트 등 지폐가 쉴 틈 없이 지갑에서 빠져나간다. 하지만 그렇게 써도 300바트, 우리돈 12,000원가량이라서 이 돈으로 식사까지 배 터지게 할 수 있었으니 오히려 고맙다.


온천 내부는 작은 공원처럼 꾸며져 있다. (고영희 안녕)
계란은 꼭 먹어야 한다. 쏨땀이랑 같이 먹으면 여기가 극...락


개인 욕조가 있는 곳에 들어가니 욕조에 적당히 물 때도 끼어있고 시설은 노후되어 있는데 온천수가 너무 좋은 거라. 욕조에 몸을 담그고 욕조 바깥으로 나와있는 얼굴과 팔에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한 시간 정도 무릉도원을 즐겼다.


온천에서 치앙마이 시내로 돌아오는 길에는 어떤 카페를 가고 싶어서 네비를 찍고 열심히 달려가는데 아뿔싸, 너무 큰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는 길이라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초긴장을 하면서 내달렸다. 그렇게 찾아간 카페는... 커피가 맛이 없더라.


온천 가는 길은 천국, 온천에서 돌아오는 길은 지옥이었다. 이 두 가지 경험이 합쳐져서 값은 0으로 수렴했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 온천 가는 길의 즐거운 풍경만 기억에 남았다.


아마 치앙마이 생활이 끝내고 어딘가로 이동하게 되면 치앙마이 역시 나에게 좋은 기억으로만 남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결론은 오늘 온천 잘 즐기고 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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