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떠올리니 부모님에게 못다 한 말이 생각났다

#부모님에게

by 송송당

정신과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은 적은 없지만,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과 나의 상태를 두고 우울증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한참을 두려움에 떨면서 오열하다가 잠깐 나가서 걷고 왔는데 온몸이 무겁고 머리가 아프다.


나는 지금 태국 북부의 작은 도시, 치앙마이라는 곳에서 일 년 살기를 하는 중이고 부모님을 만나지 않은지는 만으로 2년이 넘어간다. 정확히는 모르겠다, 3년인가?


부모님에게 처음으로 '집에 가지 않겠다'라고 거절한 그 시기, 나는 회사에서의 극심한 스트레스와 알코올 의존증에 시달리는 중이었다. 정신적으로 완전히 무너져 버린 상황에서 부모님과의 만남은 목을 조여왔다. 부모님과의 관계 역시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나의 부모님은 모두 누군가를 보듬어 주는 타입의 부모는 아니었다. 특히 아빠를 떠올리면 폭력이라는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아서 오랜 기간 아빠에 대한 분노에 치를 떨었다. 엄마의 경우는 나에게 엄마의 불안을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관계였다는 점에서 아빠와는 결은 다르지만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


두 사람 모두 참으로 버거웠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다 해내지 못하는 나는 언제나 죄인 같았다.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 결국 그들과 떨어지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나에게는 살고자 하는 선택이었지만 문제에 대해 처절하게 직시하지 않은 미봉책이었고 결국 치앙마이에서도 각종 정신적 문제가 터져 나왔다.


최근 우울감이 극에 달하고, 자꾸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 죽고 싶다는 마음은 아니고 이 불안함을 끝내는 방법은 결국 죽음뿐인가 생각하거나 어차피 사람은 죽는데 왜 살아야 하는지 존재론적인 회의감을 느낀다.


해외에 나와 있으니 정신과 상담이나 치료를 받기도 어려워서 이 불안과 공포를 온 힘을 다해 홀로 받아내는 중이다. 사람이 미쳐간다는 것이 이런 느낌인가 싶다.


그러다 유튜브 영상으로 철학자 강신주 님의 강연을 보게 되었다. 죽음에 대해 다룬 강연이었는데 그는 죽음을 두고 나의 죽음/너의 죽음/그들의 죽음, 이렇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고 했다. 1인칭/2인칭/3인칭의 죽음인 것이다. 나의 죽음은 느낄 수 없고, 그들의 죽음은 내가 별 관심이 없으니 우리에게 관건인 것은 2인칭인 '너'의 죽음이다. 그는 강연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죽음을 슬퍼할 '너'가 있냐고 물었고 각자 부모님, 배우자, 자녀 등이라고 답을 했다.


이 장면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오열이 터져 나왔다.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분노의 대상이었던 부모님, 특히 나의 아버지가 나에게도 죽음을 슬퍼할 '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빠는 생각하건대 나르시시스트의 경향이 있고 본인의 말을 거부하면 신체적, 언어적 폭력을 쏟아냈었다. 아빠가 했던 행동 중 하나만 떠올려도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탈 수 있을 정도로 오열이 가능하다. 그만큼 내 온몸에 깊게 각인되어 뗄레야 뗄 수 없는 흔적으로 남았다.


평생 그에게 분노했고 그 분노에 눈이 멀어서 내 삶을 제대로 영위하기 어려울 정도였는데 그럼에도 나는 그의 죽음을 슬퍼하겠구나. 그 사실을 깨닫고 어떤 감정인지도 모른 채 오열했다.


엄마의 이야기 역시 다 하자면 끝도 없지만, 아빠는 엄마에게도 평생 독설을 쏟아냈고 그런 엄마를 보면서 내가 느끼는 죄책감은 이루 다 말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나의 잘못이 아니지만 내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제 풀에 꺾여서 떨어져 나간 것이지만.


그것이 나의 죽음이건 너의 죽음이건, 죽음을 떠올리니 부모님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떠올랐다. 원래도 치앙마이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 중 하나가 부모님에게 전달할 책을 쓰는 일이었다. 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에 대해 쓰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방향성이 바뀌었다. 나는 부디 두 분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우리 가족의 삶은 꼭 모래성 위에 지어진 집처럼 위태로웠고 서로에 대한 사랑과 위로보다는 폭력과 비난으로 로 점철되었었다.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고통을 통해 진심을 다해 마음을 전달한다면 무언가 조금은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고 해도 두 분께 하고 싶은 말을 이 기회에 다 정리해 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긴긴 편지 쓰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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