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자 하지 않았는데 널뛰는 감정을 가만히 바라보며
내가 널 위해 무얼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는데
그저 지켜봐 주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한쪽을 찌푸려 애꾸눈이 된 상태로
평소보다 일찍 잔 탓에 또 일찍 일어난 나를 보며,
너가 무얼 할 수 있겠어라며 당연하단 듯 심장은 열심히고.
몇 년 만인지 기억도 안 날 만큼 나만의 자유시간을 갖게 된 지금
물 만난 고기처럼 자유롭게 활개칠 줄 알았는데
그것만 마치 나만의 허상이었던 듯 나는 고요하다.
눈. 눈 때문일 거야. 눈이 아니라면 난 이렇지 않지.
힘들지?
힘들어도 힘내서 일해.
그의 무던한 듯 툭 던지는 저 말이 왜 나를 이렇게나 뒤흔드는지
내 세상이 흔들릴만한 존재라는 걸 그는 알까.
가족애를 모르는 나로선 이게 무슨 감정이고 무슨 관계인지
설명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
그를 떠올리면 먼젓번에 갔었던 랄프 깁슨의 사진전이 생각난다.
초현실주의파 사진작가였던 그는 여러 사진과 함께 사라진듯하다.
사진이 이렇게나 심장을 뛰게 한 적이 있던가.
살아생전에 만났다면 엄청난 팬이 돼있었을까.
아직도 고이 모셔두고 있는 사진집은
어쩌면 그에게로부터 자그마한 질투나 시기를 불러오려나.
말 그대로 눈이 아프다.
잠결에 사람이 바닥을 딛는 듯한 소리를 들었고
소르라 치진 않았지만 적잖이 놀라며 잠에서 서서히 깨버렸다.
무슨 용기인지 뒤를 돌았지만 아무것도 없었고
이윽고 밖은 비가 내리고 창문은 열려있음을 깨달았다.
'아. 참. 어이없네'
애들은 뭐가 신나는지 소리를 내며 집을 돌아다닌다.
이 시간이 저들에게도 아직은 신새벽 일 진대.
서서히 차오르는 아름다운 해는
그 공간을 메우는 어둠에게도 아름다움을 준다.
햇볕은 너무나도 위대하지만
어둠은 너무나도 위대하진 않다.
다만 저 이가 이 이에게 아름다움을 나눠줄 뿐이다.
서서히 걷히는 아름다움과
새롭게 다가오는 아름다움이 합쳐지는 이 시간이
생각보다 경이롭고 새삼 순수한 예쁨 그 자체라고 느껴진다.
할 말이 없다고 생각했다.
역시나 일기라는 것도 나 자신과의 대화이던가.
참, 재밌다고 느껴지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