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

by WH Ann


어떤 소녀가 애완용으로 키우던 뱀이

침대에 누워 잠이 들자

자신의 주위를 계속 도는 것을 보고

뱀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뱀은 먹기 전 먹이의 크기를 잰다.

자신의 긴 몸을 일자로 뻗어 재기도

먹이를 두고 돌며 재기도.

자신이 먹을 수 있는지 확인 후

먹잇감을 졸라매 죽인 뒤

죽은 것을 확인하고 먹는다.

모든 뱀이 그런지는 모르겠다.

나는 나를 돌고 있다.

지금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나인가.

내가 감당하기엔 조금 벅찬가.

무언가에게든 도움을 받아야 하는가.

지금 내가, 내가 컨트롤이 가능한 상태인지

계속 확인하다 보니

끝없는 뫼비우스의 띠만 같다.

이제는 감당이 가능한 것인지

무의식적으로 돌기만 하는 것인지

내 안의 내가 밖으로 나와 도는 것인지

내가 아닌데 나인 척 도는 것인지

거울 속에 있는 것이 진정 나인지

거울을 보고 있는 것이 진정 나인지.

거울 속에 있는 것이 진짜 나라면

어떡해서든 거울 밖으로 꺼내야 하는데

막상 간신히 꺼내놓고 보니 내가 아니면

책임질 수 없는 그 상태가 두렵다.

거울을 보고 있는 내가 나라면

나는 왜 계속 거울을 보고 슬퍼하는 걸까.

거울을 보는 것이 내가 나를 보는 것이 아닌

멈춰있는 그림을 보듯

그저 감상만 할 뿐이다.

안과 밖.

어디서부터 부서지고

어디서부터가 시초인지.

뭔가 걷잡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른 것 같아

조금씩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늘려보려 한다.

나는 왜 부서져있을까.

땅부터 고르지 않고

괜찮겠거니 그 위에 무언갈 계속적으로 쌓으니

부서질 수밖에 없는 게지.

왜 부서져야 했을까.

부서질 수도 있지.

망가질 수도 있고.

나약해지고 용감해지고

그게 인간이고 사람인 거지.

모자가 아닌

코끼리를 먹은 보아뱀이 된 느낌이다.

코끼리가 먼저 포기할까

보아뱀이 못 버티고 터져버릴까.


생각난 김에 여러 코멘트를 달아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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