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하늘한 바람을 가진 내 머리 위 파란색은
너무 아름다운 하얀색과 어울려
마치 1990년대로 돌아간 듯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저는 오늘 돗자리 깔고 하루 종일 누워있을래요"
다소 무겁지 않은,
초등학교를 다니는 어린아이의 땡땡이 같은
땡땡이가 너무 치고 싶은 날이었다.
자유로운 나를 자유롭게 만들어주는
나에게 너무나 필요했던 날.
내 지난날들 속에서도 오늘 같은 날이 있었을까.
학생일 때에 오늘 같은 날이 있었다면
정말 들판에 누워 엄청난 일탈을 느꼈으리라.
바람에 이끌리듯 여기저기를 돌아다녔고
공방수업 때 사용할 안경을 맞추러 갔었다.
안경테를 정하고 시력검사를 하고 렌즈를 골랐다.
저번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가벼운 것으로 선택했다.
저 멀리 보이는 노란색과 빨간색 집이
사실은 한 집이라는 사실에 놀라며
휘리릭휘리릭 변하는 기계 속 나의 화면을 보자
이 커다란 빌딩 속
기다란 복도에 위치해 있는 가게의 내가
엄청 작게 느껴졌다.
아니지.
상대적으로 작다라고 느껴졌는데
그때 나의 기준은 이 세상이었다.
넓고 탁 트인 하늘이 감동적 이어서일까.
기준은 우주이며,
내가 잘 모르는 우주보다,
지구 혹은 세상이라고 생각하자
내 자신은 정말 작고 작은 일을 하고 있다고
실감이 났다.
두 가지가 가지를 뻗었다.
a. 나는 정말 '안경'이라고 칭하는 물건이
필요했던 걸까 아니면 안경이 가지고 있는
기능이 필요한 걸까.
b. 세상 속 나의 일들은 사소한 것들인데
내가 굳이 어렵게만 생각하는 건 아닐까.
사소한 것들을 굳이 어렵게만 생각하니
힘들어해도 된다고 생각하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여전히 나는 나를 가두고 있지만
무언가 내가 지금과는 다른 내가 된다면
내가 갇혀있는 이 길과 공간이 달라지지 않을까.
나는 핸들을 돌려 지금까지와는 다른 길을 타고 있다.
예전의 내가 정해놓은 길이 아닌
정하지 않은 그냥 길을 간다.
신경 쓰는 것들이 하나씩 사라지자
다른 것들이 크게 다가왔다.
전에는 목표점에 골인하기 위해
목적의식과 동기부여만으로 걸었다면
지금은 고물 자동차를 타고
어딘지도 모를 도로를 드라이브한다.
여기에 강아지풀이 있었던가.
들꽃 하나 외로이 서 있어도
그 생명체가 대단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새로운 사람, 새로운 만남, 인연이 생기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구분을 지어보면 두 부류.
나를 알던 사람, 나를 알아가는 사람.
요새는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좋다.
그 들이 나를 보며 풍기는 하얀색 기운이 좋다.
전에는 그것이 귀찮고 썩 내키지 않았다.
알던 사람과 새로운 사람과 내가 있으면
알던 사람은 새로운 사람과 같이 나를 써 내려간다.
은연중 나를 평가 아닌 평가할 수도 있고
티 안 나는 내가 화난 것을 알아줄 수도 있고.
나는 두 번째 원초적인 시점을 시도해보려 한다.
잘한다고 진짜 잘하시는 거라고
칭찬을 엄청 해주고
자신이 미숙함을 미안해하고
작은 것에도 감사해 주는 사람.
내가 궁금한 것들,
느끼는 것들을 편하게 얘기하고
그 얘기를 편안하게 들어주며
'내가 열심히 해야겠네'라는 사람.
뭐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그나마 내 히스토리에 대해
잘 알고 나라는 두꺼운 책을 써보게끔 도와주는 사람.
잘하면 칭찬하고 못하면 아쉬워하면서도
최대한 내 컨디션에 맞춰 잘 이끌어주는 사람.
원래 성격도 유하지만 내가 하자하는 것을 지지하고
취향이 맞아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
이 사람들과의 대화가 즐겁다.
내 보이지 않는 곳은 어린아이가 된 듯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진다.
바쁘고 하기 싫고 힘들 때도 있지만
내 스스로가 이게 나에게 맞다라고 한다.
나라를 책을 다시 써보자고 한다.
소프트 커버의 다소 얇은 지난 책들은
우선 내버려 두고
하드 커버의 never ending story가 될
두꺼운 책을 그냥 써 내려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