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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둥바둥 김대리 Nov 20. 2021

서울특별시민이 되고픈 김대리이야기




갑자기 신호가 온다. 그 신호가 아니다. 갑자기 토가 나올거 같아 회사 화장실로 달려갔다. 한참을 게워내고 나니 한결 나은 것 같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서울이라는 답답한 공간 속에




어젯밤 술을 먹지도 않았다. 그런데 토가 쏠리는 이유를 모르겠다. 사각박스안에 갇혀 따닥따닥 붙어있는 책상 칸막이를 보니 갑자기 숨이 막힌건가. 아니면 오늘도 팀장에게 까일 생각을 하니 갑자기 토가 쏠린건가. 옆으로 고개를 돌려도, 뒤로 고개를 돌려도 내편은 없는듯한 그 공간 속에서 옴짝달싹 못해서 그런건가. 숨막히는 그 분위기에 압도되어서?



참 열심히도 살았다. 그런데 언제까지.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열심히 살아야 한단 말인가. 옆에 앉아 있는 이과장님도 나랑 똑같은 생각일까? 정부장님도? 그렇지는 않을거야. 정부장님은 해외파 출신에 집도 돈이 많다고 그러잖아. 잠깐. 그런데 그렇게 돈이 많다면서 회사는 왜 다니는 거야. 날 괴롭히려고 다니는 건가? 아니면 연봉이 엄청나게 높은건가? 저정도 직급이라 하더라도 임원이 아닌이상 다 비슷하다고 그랬는데.



알게 뭐야. 당장 내 코가 석자인데. 갑자기 그립다. 아무것도 모른 체 첫 직장생활을 하던 그때가.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했다고 부모님이 그렇게도 좋아했는데. 회사에서 귀한 자식을 회사에 입사시켜 줘서 고맙다고 꽃다발을 보냈는데, 그 꽃다발을 품에 안은채 눈물을 훔치던 부모님.



실수를 해도 웃어주었다. 신입사원의 특권인 것인가. 엑셀의 더하기 빼기 밖에 하지 못해도 Vlookup 기능을 친절히 설명해주는 나의 사수. 그때가 제일 좋았다. 옆에 앉아 있는 이과장님은 오늘도 엄청 린치를 당하고 있다. 그럴만도 하다.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야하는 자린데 밑에 사람 관리하랴, 위에 사람 눈치보랴. 힘들만도 하지.





그대는 사회의 애매한 존재

이름하여 김대리



나는 김대리. 지방대 공대를 졸업하고 이직을 몇 번 하다 보니 서울까지 오게 되었다. 그런데 서울 직장에 대한 로망 따윈 없다. 와이셔츠와 넥타이는 그저 족쇄일 뿐이고, 양복바지와 윗도리는 그저 허울만 좋은 대기업 명함 같은 그 무엇일 뿐이다. 아무런 의미가 없다.



좋았다. 처음엔. 공돌이가 되어서 공장에서 현장 사람과 일하다가 서울로 이직하니 양복을 입을 거란 설렘에. 세련된 본사 건물과, 주 출입구에 서있는 양복쟁이 경비원들. 마치 대접받으며 비즈니스 클래스에 올라타는 기분이랄까. 그렇게 출입 카드키를 가져다 대고, 올라갈 층을 입력했다. 카드키가 없으면 어떤 층으로도 올라갈수 없는 그 신문물도 좋았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였다. 지금은 화장실 변기통을 붙잡고 헛구역질을 연신 해대고 있다. 시간이 흘러 이제 적응할 만도 하건만. 힘이 붙인다. 매일 반복되는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것도. 점심시간마다 냅킨에 숟가락, 젓가락을 가지런히 챙기는 것도. 빈 물잔에 뭐 묻은건 없는지 확인 후 물을 따르는 것도.




"주말은 잘 보냈어? 김대리"


"아, 덕분에 잘 보냈습니다. 부장님. 부장님께서는 잘 보내셨나요?"


"그냥 집에 있었어."


"아 네...날씨도 좋았는데 어디 갔다 오시면 좋았을텐데, 코로나 때문에 어딜 가지도 못하시니 주말이 주말이 아니었겠습니다."



공허한 말풍선이 식당에서 주고받아 진다. 이 장면이 만화였다면, 괄호를 치고 (예의상 물어본다) 라는 글자가 분명 삽입되어 있으리라. 내일도, 내일 모레도. 또 반복된 겉치레 안부인사가 반복될 것이다. 지루함의 연속이다.



오늘 하루도 어떻게 버텨내야 하나. 망망대해이다. 더 최악은 오늘이 월요일이라는 사실. 모든 직장인이 다 같은 마음일까? 사표 쓰기에는 용기가 없고, 치고 올라가자니 능력이 안되고. 타고난 사람들에 둘러쌓여, 집안 빵빵한 사람들에 둘러쌓여, 스펙좋은 사람에 둘러싸여, 오늘도 서울특별시민이 되고픈 나는 막막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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