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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둥바둥 김대리 Nov 20. 2021

애기씨, 저도 니가 처음이거든요?




프롤로그



쿵쾅 쿵쾅. 2021년 11월 17일. 분당 142 로 소리가 들린다. 이게 고작 손가락 한마디도 안되는 애기집 안에 들어있는 애기의 심장 소리라고? 그래. 이게 분당 142번 껴대는 와이프 방구소리는 아니겠지.




아빠준비? 뭘 하란말이야.




다들 준비가 안되었다고 한다. 취업할 준비가 안되었다고 하고, 독립할 준비가 안되었다고 하고, 결혼할 준비가 안되었다고 한다. 나는? 아직 아빠가 될 준비가 안되었다. 근데 도대체, 뭘 준비해야 하지? 토익점수가 필요한가? 토익점수가 만병 통치약 이잖아.



올해로 결혼한지 언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애기를 낳는거는 대학졸업후 취업해야하는 뭐, 그런거잖아? 내가 원하든 원치않든 그저 절차대로 따라가야하는 인생의 답안지 같은. 그런데 3년이란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다. 30대 중반에서 이제 후반으로 꺽이는 시점이 되어버렸고, 와이프도 함께 노산이라는 등산길로 점점 접어들고 있었다.



이래서는 뒤쳐진다. 큰일이다. 다들 결혼하고, 애놓고 빨리 키워버려야 한다고 작당모의를 하고 있는데. 나는 지금 뭐하고 있나. 이러다가 애가 커서 대학학비도 데줘야 할거고, 시집 장가갈때 돈도 보태줘야 할거고, 갈길이 구만리구만. 그런데 그때 내가 회사에서 짤린상태라면?



근데 잠깐. 이게 남들에게 뒤쳐지고 있다고 조급하게 생각해서 뒤쫓아 가야하는 뭐, 그런건가? 애를 가지는게? 조금 헷갈리네. 이게 무슨 아파트 집값 올라가니까 영끌해서 막차타야하는 그런것도 아니고. 하나의 생명체가 태어나는 건데 남들 한다고 뭐 따라해야하는 그런건 아니잖아.



내마음이 스스로 동했던, 남들처럼 다 그렇게 시기가 되면 애기를 가지니 나도 그렇게 따라가던, 어쨋든 가져야 겠다. 그런데 그렇게 쉬워 보이던 임신이 잘 되지 않는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는데 계속해서 소식은 없다.



뉴스에는 어린나이에 원치 않은 임신으로 애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는둥 들으면 열폭할 만한 기사가 쏟아 지는데. 나는 원하는데도 불구하고 잘 생기지 않는다. 원하지 않는 사람들한테 아기천사가 찾아오면 무책임하게 버리는데, 정작 원하는 사람에게는 아기천사가 쉽게 찾아 오지 않는다.



그렇게 병원에 갔다. 와이프랑 손을 잡고. 그리고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듣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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