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둥바둥 김대리 Nov 21. 2021

대학가고, 취업하고, 결혼하라고만 했어




"어이 김대리, 회사에서 김대리가 주식 고수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말이야."

"아닙니다..."

"어디에다가 투자 하나?"

"아, 저는 국내주식은 하지 않고 해외주식만 합니다."

"아 그래? 뭐에 투자하는데."

"저는 위험한걸 싫어해서...QQQ나 SPY 위주로 ETF에 투자하는 편입니다."

"키야, 좋지. 음...좋아 좋아."


"......"




오늘아침도 공허한 외침으로 안부인사를 주고 받는다. 어쩜 이렇게 다 똑같을까. 대학을 위해살고, 취업을 위해살고, 결혼을 위해살고, 자녀교육을 위해살고, 내집 마련을 위해살고, 주식을 위해 살고, 승진을 위해 살고.



그러다 문뜩 한번씩 현타가 올때면 그렇게 죽기살기로 취업을 했는데, 이제는 죽기살기로 퇴사를 하기위해 노력한다. 참 아이러니하다.



아빠, 엄마는 말이야.

너에게 많이 바라지 않아.




그렇게 오늘도 주식이야기가 빠지질 않는다. 옆에 있는 이과장님도. 정부장님도. 아니 도대체 다들 집안좋고 학벌좋은데 왜 이렇게 주식에 사활을 거는지 모르겠다. 듣기로는 용산에 집도 있고, 물려받은 재산도 많고, 여유 있으신 분들이 주식을 안해도 다들 살만하겠구만.



돈이 많아도 살아온 길은 다 똑같아서, 그래서 다들 똑같은 생각을 하면서 지내는것인가. 주식, 부동산, 회사뒷담화 말고는 할 이야기가 없는 참 씁쓸한 현실이다.



다들 부모님이 계실테고. 어릴때 좋은 대학만이 인생의 전부인 마냥. 뭐, 그렇게 다들 커 왔겠거니. 누구는 서울 사립초등학교 다니고, 그렇게 외국어 고등학교, SKY를 졸업하여 대기업에 입사. 뭐 학교만 차이나지 같은 회사 다니고 생각하는건 뭐 비슷하니까 나랑 같은 레벨인건가?



측은한 마음도 든다. 다들 희생자들이니까. 이 좁은 땅덩어리에 태아상태인 나에게 물어보지도 않은채 태어나서, 사회가 원하는 수순데로 하나하나 미션 클리어를 해야하는 고단함 삶을 살아왔을 테니까. 뻔하지. 대치동 학원에서 몇바퀴 돌며 공부하다, 인서울 대학가고, 취업하고, 적당히 경제력 봐가면서 상대를 물색하다 결혼하고. 그렇게 손자, 손주 부모님께 안겨드리고.



라떼, 라떼를 외치는 그분들은 모른다. 일제감정기를 겪고, 해방을 겪고, IMF를 겪은 세대들은 국민학교 졸업을 마지막으로 생계전선에 바로 뛰어 들었다. 대학은 그들에게 사치였다. 가문의 영광이었다. 이해할만도 하다. 자식을 대학에 보내는게 자녀를 위한 길일수도 있지만 그들의 못다한 소원 이었을지도.



보따리 장사를 하며, 도로에 콘크리트를 부어가며, 미싱에서 열심히 옷을 만들며 라떼분들은 한 세월을 보내왔다. 그들에게 컴퓨터는 없었다. 휴대폰도 없었다. 그저 묵묵히 연골을 갈아넣으며 아침 6시 부터 저녁 12시까지 불평하나 하지 못한채 그렇게 일을 해왔다. 지금 내가 편하게 지옥철을 타며 회사로 가고, 9시 부터 저녁 6시까지 앉아서 편하게 키보드만 타닥타닥 두드리는게 그들에게는 사치일지도.



어디까지가 끝일까.

손주, 손녀 안겨 드리면 독립인가.




"어이 김대리, 서울에 집샀다면서?"

"아, 네. 출퇴근 거리가 멀어서 이번에 서울로 작정하고 이사했습니다."

"어딘데?"

"마포구쪽입니다..."

"오...마용성~? 대단한데? 아주 잘했구만! 마포구 어딘데? 어느쪽인데?"


"....."




정부장님은 용산에 집을 가지고 계신다. 집도 빵방하고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다. 내 신발은 나이키 팩토리에서 클리어런스로 산 운동화. 정부장님은 신세계백화점에서 구입한 루이비똥 스니커즈. 애초부터 출발선이 달랐다. 그런데 정부장님도 나랑 나이만 다르지 걸어온 수순은 비슷했다.



정부장님도 노후를 걱정한다. 아마도 취업하고, 결혼하신뒤 자식 낳아서, 부모님께 손주, 손녀 안겨드린걸로 드디어 효도했다고 생각하셨다. 어른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직까지 부모님의 그늘속에 살아오고 계셨다. 그리고 마침내 100% 는 아니지만 90% 독립에 성공하신듯 했다. 손주, 손녀를 안겨드리면서 가문의 대가 이어지는걸 부모님께서 보시니 그만 하산하거라 하신것 같다.



대리인 나는 아직까지 갈길이 멀다. 아직 사회가 원하고 부모님이 원하는 그 길을 따라 걸어가기에는 좀더 분발해야 한다. 그렇기에 오늘도 열심히 상대의 주식이야기와 부동산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주면서 공허한 알맹이 없는 대답을 해주어야 한다. 관심있는 척. 잘 하는 척. 척척 거리며 오늘도 직장생활을 해야한다.




작가의 이전글 애기씨, 저도 니가 처음이거든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