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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둥바둥 김대리 Dec 18. 2021

지방공대생 서울자가 입성기

무일푼으로 상경해 10억넘는 서울집에 들어오기까지


구두쇠 정신

이러다가 대머리가...




머리가 다 빠져버렸다. 특히나 정수리 부분이. 지방대 졸업후 27살에 취직해서 35살에 서울에 입성하기까지 즐거운 추억도 있었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것 같다. 뭐, 이래나 저래나 할아버지, 아버지가 대머리인지라 나도 대머리가 될 유전이긴하다.



약 8년의 기간동안 정말 죽을것 같이 돈을 모았다. 부모님의 피를 물려 받아서 그런지 몰라도 이유없이 그냥 절약정신이 몸에 베어 있었다. 돈을 모아야하는 이유가 딱히 있었던것도 아니다. 그냥 그렇게 해야할것 같았다. 돈을 모아서 물 해야겠다는 그런것도 없었다. 그저 돈을 절약하고 모으는 행위 그자체가 좋았던것 같다. 그리고 그 돈을 불리는 방법에 대해 공부하는건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으리라. 그렇게 투자공부를 하고 즉각적인 행동을 하였다.



즉각적인 행동들은 나에게 항상 좋은 결과만 가져다 준것은 아니었다. 사회 초년생이 공부한다고 뭘 그렇게 대단한 행동을 했을까. 그저 주식을 공부하면 바로 주식을 사는 그정도 였다. 그리고 주가가 조금 오르면 '역시 나야!' 라고 하며 우쭐거리는 정도. 나의 우쭐거림과 함께 목도 함께 기부스를 하였다. 목이 뻣뻣해져서 회사를 돌아다니며 나의 성과에대해 후배를 붙잡고 떠벌리고 다녔다. 그래서 나의 후배들이 그렇게 다 퇴사를 했나.



부동산도 마찬가지였다. 동기들은 사회생활 시작해서 돈을 번다고 차사고, 놀러다니고, 맛있는걸 먹고 다닐때 주말조차도 회사에서 나오는 급식을 먹어가며 모은돈으로 내나이 30살에 첫집을 장만했다. 도대체가 무슨 생각으로 덜컥 아파트를 사버렸는지 지금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소위 말하는 부동산을 1도 모르는 그런 상태였다. 책 몇권을 읽은게 고작이었다. 부동산 임장? 그것도 몇군대 가보질 않았다. 그저 새아파트가 좋아보였고, 사고나서 자기 위로로 '이게좋다, 저게좋다' 라며 선구입 후평가를 하였다. '내가 살려고 산 집인데 뭐' 라는 자기 위안은 내집만 집값이 오르지 않는 속쓰림에 겔포스같은 역할을 해주었다.



나의 닉네임은

아둥바둥 살아가는 김대리




아둥바둥 김대리. 내가 활동하고 있는 블로그의 닉네임이다. 지방대 졸업후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아둥바둥 거리는 그간의 나의 모습을 잘 드러내는 이름이다. 대리라는 직금은 신입처럼 마냥 실수를 눈감아 주는 시기도 아닌, 과차장처럼 본격적인 퍼포먼스를 내는 직급도 아닌 애매한 위치를 드러내는 나를 너무 잘 드러낸다. 이건 나의 회사내에서의 위치를 나타내는 명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것저것 공부하고 투자하며 어설프게 결과물이 나오는 수준이 딱 대리같은 퍼포먼스와 너무 닮아 있다. 그래서 나는 아둥바둥 김대리라는 닉네임이 좋다.



35살에 흔히들 마용성이라고 부르는 지역의 한곳에 자가마련에 성공했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27살에 0원으로 시작해서 서울의 중위값이 10억을 넘겨버리는 이 서울이라는, 특히 입지가 좋은 마용성에 입성하기까지 머리가 급속도로 빠질정도로 많은 고난과 시련, 시행착오들이 있었다. 서울에 자가를 마련했다고 나는 지금 당장 파이어족이 될정도로 부자가 된것은 아니다. 지금도 그저 평범하게 회사를 다니고 있고,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자기계발을 하며, 주말에는 알콩달콩 여전히 신혼부부같은 마음으로 와이프와 단란히 생활을 하고 있다. 뭘먹을지 고민하며 행복한 상상을하고, 주말을 누구보다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대리이다.



서울에서 졸업한 사람보다 지방에서 졸업하여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 훨씬 많으리라. 사회물정 모르는 사회초년생이 내집마련, 특히나 서울의 내집마련은 평생의 꿈이 될수도 있다. 나역시 그러했다. 가능이라도 하면 꿈이라도 꾸지. 정녕 내것이 아니라고 하면 감히 꿈조차 꾸질 못한다. 월급쟁이 수입 뻔한데 어떻게 10억이 넘는 서울 아파트를 꿈꿀수 있겠는가. 이건 마치 김태희가 내 와이프가 될수 있는 목표를 가지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리라.



그런데 평범함, 아니 그보다 더 못한 능력으로 어찌어찌 지금에 이르렀다. 회사에서 눈치없다고 지금도 구박을 받고 있고, 뭔가를 알게되면 뒤도 안보고 일단 행동부터 해보는 여전한 충동파이다.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성과가 바로 나지 안으면 금방 풀이 죽어 포기하기도 여러차례이다. 이젠 자주포기를 해서 와이프에게도 남자의 체면이 서질 않을 정도이다. 좌절과 좌절의 연속이다. 하지만 이게 정상적인 사람의 삶의 과정이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비범하고 타고난 사람이 아닐까. 이런사람과 비교하며 살아가고 싶지 않다. 힘만빠지고 박탈감만 느껴지는데. 왜 쓸데없이 그런 에너지를 낭비하겠나. 이렇게 회사 화장실 변기통에 앉아 주식차트를 간간히 보는 그런 평범한 직장 대리인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삶,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충분히 성과를 내는 삶을 살수가 있다.



고향에 내려갈때 돈을 아끼기 위해 일부러 KTX가 아닌 무궁화호 입석을 타고갈정도로 절약하며 살아온 그간의 노력들은 평범한 직장인들 특히나 나의 닉네임과 같은 아둥바둥 살아가는 대리들에게도 하나의 희망이 될수 있을것이라 생각이 든다. 너무 성공한 부자들의 이야기는 그들만의 세상에서나 통하는 이야기이다. 나같은 평범한 대리들은 나보다 한두 발자국 조금 앞서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조금더 현실적이고 도움이 된다.



뛰어나지도 않은 그저 평범한 그런 이야기를 하고싶다. 유튜브를 틀면 여기저기 짧은 기간동안 부자가된 이야기, 부자가 되는 비법이 난무하는 이 밀림속에서 진짜 이야기를 하고싶다. 진짜 평범하고 불쌍한 직장인 김대리가 서울에서 이리치이고 저리 치이며 우당탕탕 살아가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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