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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둥바둥 김대리 Dec 22. 2021

부자의 길을 위해서는 대기업 취업

일단 닥치고 대기업 취업만이 살길이다


연봉 6,000만 원 이상. 생활비와 각종 공과금을 제외하고라도 1년에 4,000만 원씩은 모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이 정도 연봉을 줄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았다. 현대, 삼성 같은 대기업만이 나의 부자 목표를 이루게 해주는 곳이었다. '대기업에 들어갈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은 나의 선택지에 애초에 없었다.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만 남아있었다.




부자 되는 지름길

뜬구름 잡는 소리 따윈



각종 SNS와 유튜브를 보면 무자본으로 창업하고 돈 버는 이야기가 난무한다. 정말 빠르고 쉽게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마케팅 문구와 썸네일에 자극되어 나의 지갑이 저절로 열린다. 강의를 찾아 듣고, 컨설팅을 의뢰하면서까지 빠르게 부자가 되는 비책을 얻고자 한다. 과연 그런 비책이 있기나 한 것일까?



학창 시절 학원과 대학입시만을 위해 살아왔다. 나만 그랬을까? 대부분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대학에 입학 후에도 상황은 별반 다를게 없다. 취업과 각자의 진로를 위해 시험공부가 연장되었을 뿐이다. 이 또한 나만 그랬을까? 나를 포함해 평범하고 지극히 당연한 이 루트를 걸어온 이들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그건 바로 이거 말고 할 수 있는 게 전혀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인터넷에서 돈 버는 방법을 떠들어 댄다고 해도, 뼛속까지 주입식 교육과 주체적이지 못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돈 버는 비책이 딴 세상 이야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장사에 소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돈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돈 공부를 해서 지식이 쌓여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교과서 공부하고 시험만 칠 줄 아는 그런 존재로 커왔다. 주어진 답안지에서 맞는 답만을 찾기위해 훈련을 해왔다. 하지만 세상은 이렇게 정답이 정해져 있는 객곽식 세계가 아니다.



모든 게 뜬구름 잡는 소리로 밖에 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나 같은 사람이 돈을 모으고 부자가 될 수 있는 길을 무엇일까? 바로 월급쟁이이다. 대신 조금 더 돈 많이 받는 월급쟁이. 월급을 많이 받으면, 많이 모을 수 있고, 그러면 남들보다 더 빨리 돈을 모아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계산법이다. 나는 그 길을 선택하였다. 아니 달리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처음부터 근로소득 없이 돈이 생길 수가 있을까?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를 한다고 해도 종잣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당장 하루하루 살아가는데 생활비가 필요하다. 돈이 나올 구멍이 전혀 없는데, 근로소득 없이 돈을 벌고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소리는 뜬구름 잡는 소리이다.




근로소득이 먼저다

일단 닥치고 취직하자



근로소득이 먼저이다. 당장 내 생활이 가능한 월급이 나와야 한다. 그러고 나서 모은 돈으로 돈을 불리고 투자를 하고 부자가 되거 아닌가. 그래서 나에게 회사의 선택 기준은 일단 돈을 많이 주는 곳이었다. 적성? 나의 장점? 이런 거는 내가 판단할게 아니었다. 회사가 나를 판단해 줄 것이다. 네이버 카카오 같은 IT 쪽에 취직을 할지 삼성, SK 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부분에 취직을 할지, 현대자동차 같은 자동차 쪽에 취직을 할지는 내가 선택할 사항이 아니었다. 일단 다 지원하고 나를 받아주는 곳이 내가 가지고 있는 스펙을 인정해주는 곳이다. 절대 내가 판단할 사항이 아니다.



그렇게 인적성을 준비하고, 면접 연습을 하고, 자기소개서를 열심히 쓰며 입사지원을 하였다. 나의 생각과 판단은 시간이 흘러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 주었다. 금융권, 자동차, 반도체, 건설, 중공업 등등 지원이 가능한 곳은 모두 지원을 하였고, 서류통과율이 높은 산업부문이 정량적인 데이터로 나오게 되었다. 자동차였다. 내가 가진 배경과 스펙이 자동차 쪽에 먹히고, 다른 부문에는 경쟁력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건 아마도 미국에서의 인턴경험이 자동차 회사에서 했기에 이 부분의 역할도 한몫했을 것 같다.



그렇게 자동차 쪽으로 소위 내가 잘 팔린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는 그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기 시작했다. 그리고 회사에 대해 공부하고, 연봉을 알아보고,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면접 연습을 하였다. 단점은 최대한 포장하고 장점을 최대한 부각하는 연습을 지속적으로 하였다. 나의 목표는 돈을 많이 주는 연봉 6,000만 원 이상이 되는 회사에 입사하는 것이다. 최대한 근로소득이 많은 곳에서 일을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그래야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모을 수 있다.



그렇게 한 군데, 두 군데 대기업 최종 합격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한 군데를 합격하고 나니 마음에 여유가 생겨서 일까. 그 이후 진행된 면접에서는 마음이 홀가분해서 면접을 마음편하게 임할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선순환으로 모두 줄줄이 합격소식이 날아왔다.




내가 가진 스펙이라곤,

지방대 공대생



흔히들 SKY 출신에 해외 유학 경험, 토익 만점, 공모전 수상이력, 각종 자격증 등등 대기업 취직을 위한 스펙들이 장보기 리스트처럼 줄줄 나온다. 나는 어느 것 하나 해당사항이 없었다. 인서울 대학도 아니고, 평점이 높지도 않고, 토익점수는 없었다. 해외는 대학시절 내내 나가본 적도 없었다. 강사와 과외로 나의 진로를 정했엇으나 취직하기로 목표를 선회하고 나서부터는 주어진 시간이 짧았기에 대기업에서 원하는 스펙을 뒤늦게 쌓기에 현실적인 벽들이 많았다. 하지만 어쩌겠나. 부랴부랴 뒤늦게 스펙을 만들어 갔다. 스펙이 남들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나의 우려는 직접 부딪히고 취업준비를 하면서 조금씩 누그러졌다. 역시나 대기업 취직을 위한 스펙 리스트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했다. 케바케라는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어떻게 나를 포장하고 면접 때 어떻게 어필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대기업 취직은 가능했다. 오히려 저런 높디높은 스펙 요구조건에 겁을 먹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게 가장 큰 장애물이다.



그렇게 나는 돈을 가장 많이 준다는 대기업을 골라서 입사하게 되었다. 부서? 상관없었다. 일단 돈을 많이 주니 모든 게 해결된다. 부서 사람들이 어떤지, 부서의 업무 강도가 어떤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든 맞추면 되는 것이었다. 이제는 불규칙한 수입의 아르바이트 생활에서 규칙적인 고액 월급쟁이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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