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와 “행복”을 위한 시간?

by 꿈꾸는 여행자

“요즘 바쁘시지요?”


돌아보면 바쁘다는 말은 입에 달고 살아온 것 같다. 바쁘지 않으면 게으른 것이거나 사회에서 도태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많은 사람들에게 나이 든, 사회적 지위든 손위 사람에 “요즘 바쁘시지요?”가 인사말처럼 사용되고 있다.

정작 웃고 설레고 마음이 가벼워지는 순간을 위해서는 늘 다음으로 미룬다.

해야 할 일은 지금 당장이고, 즐거움은 여유가 생기면 해도 된다는 생각이 어느새 습관처럼 굳어 버렸다.

20250423_철죽과 출발점.jpg 호수 공원 둘레길을 거닐다가_멀리 보이는 아파트

어릴 적 우리는 이유 없이도 잘 웃었다.

비 오는 날 물웅덩이를 밟는 것만으로도 즐거웠고, 친구와 나누는 쓸데없는 이야기에 배를 잡고 웃었다.

그때의 우리는 행복을 특별한 성취나 조건과 연결하지 않았다.

재미는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었고, 행복은 애써 찾지 않아도 곁에 있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재미와 행복을 ‘보상’이나 '전리품'처럼 취급한다.

일을 끝내야 누릴 수 있고, 성과를 내야 허락되는 것처럼 여긴다.

문제는 그 일이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삶은 늘 다음 과제를 내놓고, 책임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 사이 우리는 웃는 법을 잊고, 재미를 사치로 여기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시간에 괜히 죄책감을 느낀다.

재미를 추구하면 철없어 보일까 걱정하고, 체면 때문에 애써 점잔은 척한다.

행복을 말하면 현실 감각이 없는 사람처럼 보일까 스스로를 단속한다.

하지만 재미와 행복은 삶의 장식품이 아니라 원동력이자 궁극적 목표에 가깝다.

마음이 메말라 있으면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소소한 즐거움 하나가 하루를 견디게 하고, 짧은 웃음 한 번이 다시 사람을 향하게 만든다.

커피 한 잔의 여유, 산책길에서 마주친 하늘, 좋아하는 음악 한 곡에 온전히 집중하는 순간은 결코 사치도 아니며, 사소하지도 않다.

그것들은 우리를 다시 ‘살아 있게’ 만든다.

어쩌면 우리는 시간을 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재미와 행복은 남는 시간에 끼워 넣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자리를 마련해 주어야 찾아온다.

오늘 하루 중 단 몇 분이라도 나를 웃게 하는 일을 위해 비워 두는 것, 그것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꾼다.

삶이 무거울수록 우리는 더 자주 즐거워져야 한다.

그래야 다시 걸을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재미와 행복을 미루지 않는 용기, 그것이 어쩌면 지금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성숙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행복할 권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행복할 의무가 있다.

삶은 나중에 오는 것이 나이라 바로 지금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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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천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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