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어가는 시간의 문턱에서

2026년, '인향만리'의 삶을 꿈꾸며

by 꿈꾸는 여행자

30년 이상 매일 아침을 깨우던 알람 소리가 멈춘 지도 어느덧 몇 년이 지났다. 정년퇴직이라는 단어가 주는 해방감은 잠시였고, 이제는 2026년이라는 새로운 숫자가 내 앞에 놓여 있다. 숫자로 표시되는 나와는 달리 마음만큼은 낡은 창고가 아닌, 잘 익어가는 술도가 같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꽃 향기는 바람을 따르지만, 사람의 향기는 마음을 남긴다

흔히 '화향백리(花香百里), 인향만리(人香萬里)'라고들 합니다. 꽃의 향기는 백 리를 가지만, 사람의 향기는 만 리를 가고도 남는다는 뜻이다. 일선에서 물러나 정적 속에 머물다 보니, 내가 지난 세월 세상에 뿌린 향기는 과연 어떠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지위나 명예라는 인위적인 향기가 아닌,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인품의 향기. 2026년의 나는 그 향기가 만 리를 퍼져나가는 '결이 고운 사람'이 되고 싶다.


꼰대가 아닌, 넉넉한 그늘이 되는 지혜

요즘 세상을 보면 참 빠르다. AI와 로봇이 일상이 된 2026년의 풍경 속에서 젊은 친구들의 대화법은 내가 알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예전 같으면 "요즘 애들은..,..."이라며 혀를 찼을지도 모르겠지만 이제는 내 경험이 정답이라 믿는 오만을 내려놓아야 한다. 수개월 전에 읽은 송길영 선생의 글이 스쳐간다.

“앞으로는 선배라는 말조차 사라질지 모릅니다. ‘앞서 경험한 사람'이라는 말이 무색할만큼 우리는 모두 변화 앞에서 동등한 신인이 될 테니까요!”

그렇다, 이제는 아무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에 그리고 과거의 경험이 도움이 되지 않는 현실에 동등하게 부딪치게 될 것이다.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짓는 순간, 사람의 향기는 사라질 수 있다.

내 경험이 정답이라 믿는 오만을 내려놓아야 한다.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짓는 순간, 성장은 멈추고 노화가 시작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누군가를 내 잣대로 재단하기보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배려, 내 생각을 강요하기보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며 고개를 끄덕여줄 수 있는 넉넉함. 그런 포용력이야말로 세월을 뛰어넘어 사람을 불러 모으는 진정한 인향(人香)의 시작일 것이라 생각한다.


과거의 훈장이 아닌, 미래의 응원이 되기를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로 과거의 영광을 훈장처럼 달고 살기엔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찬란했던 기억은 아름다운 추억의 앨범에 넣어두고, 이제는 그 에너지를 미래를 살아갈 나와 주변인들과 나누고 싶다.

'마음공부'를나의 즐거움을 위해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를 주거나 부담을 주는 언행을 삼가고, 누군가 편안히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그늘이 넓은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지식은 책에서 얻을 수 있지만, 삶의 경륜에서 우러나오는 포용력은 오직 '마음 공부'를 통해서만 완성된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겠다.


비교라는 독을 버리고, 고유한 나로 서기

SNS를 열면 타인의 화려한 일상이 쏟아진다. 누구는 퇴직 후 어디를 여행하고, 누구는 재테크에 성공했다는 소식들, 그런 비교 속에서 나의 부족함을 비관하거나 타인의 풍족함을 시기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지는 않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누군가와 경쟁해서 이기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 아니라, 나 자신과 화해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타인의 속도가 아닌 나의 보폭에 집중하며 오늘 내가 누릴 수 있는 작은 평화에 감사하는 삶, 그것이 60대의 내가 가져야 할 가장 큰 지혜일 것입니다.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

어느 가수의 노랫말처럼, 2026년의 나는 조금 더 근사하게 익어가길 소망한다. 말은 줄이고 귀는 열며, 비난보다는 응원을, 집착보다는 비움을 실천하며 내 삶의 향기가 주변 사람들에게 은은하게 스며들기를 바란다.

퇴직 후의 삶은 마침표가 아니라 새로운 문장의 시작이다. 내면을 가꾸는 이 공부가 깊어질 때, 나라는 사람의 향기도 비로소 만 리를 갈 준비를 하게 된다.

내 삶의 향기가 주변 사람들에게도 은은하게 전달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밝은 햇살이 비추는 창가에 놓인 오래.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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