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뿌리는 이야기의 순환

그림 빈센트 반 고흐

by 미정의 서

예수는 사람의 씨로 세상 속으로 들어왔고, 그는 이 세상에 하나님 나라의 씨를 뿌렸다. 그리고 그 씨앗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길러낸 이는 흥미롭게도 누가의 역순 계보에 속한 살몬의 아내 라합이었다. 다윗이 오실 예수를 주라 칭하듯 라합에게도 먼 미래의 태에 감춰진 예수가 구원자가 되었다. 누구보다 적극적었던 이 이방 여인은 예수의 비유에서와 같이 천국을 침노하는 자였다. 무자비한 이집트 노예제서 극적으로 탈출한 히브리 민족에게 여호와가 계시한 나라의 낌새를 본 것일까. 수 세대 후 드러난 그 나라에서 예수는 창녀의 친구가 되어준다. 진실로 라합은 예수의 복음을 자신의 시대에 먼저 내다본 것이다. 그리고 역사는 그 믿음의 토양에서 다윗과 예수의 계보를 잇는다.


예수의 이야기에 집중한 사람들 중에는 제자는 물론 여인 여럿이 있었다. 이야기가 끝나고 그 뜻을 묻는 제자들에게 돌아온 예수의 답변이 다소 엉뚱하다.

"너희에게는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아는 것이 허락되었으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유로 말한다. 이것은 그들이 보아도 알지 못하고 들어도 깨닫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정작 이야기의 내용은 특별할 것이 없다. 씨앗이 자라 열매를 맺으려면 보살핌이 필요하다. 길가에 떨어진 것은 다시 경작지 안으로 옮겨 심어야 하고 뿌리내리기를 가로막는 돌이나 성장을 가로막는 잡풀은 모두 제거해야 한다. 당연한 생장의 이치를 깨닫지 못하는 것은 제자들이었다. 오히려 비밀으로의 진입이 가로막힌 "다른 사람들" 중에는 여인들이 있었다. 누가는 전한다. "그들은 자기들의 재산을 바쳐 예수의 일행을 도왔다."


라합은 히브리인 정탐꾼에게 성문을 열어 주었고 자신이 보살펴야 할 이들을 위해 위험한 선택을 감수했다. 수 세기가 지나고 그의 선택은 가족을 넘어 모든 사람의 구원을 위한 씨앗이 되었고, 그에게서 난 예수의 이야기는 또 다른 여인들의 보살핌으로 싹을 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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